생명안전기본법 제정…국가책임 첫 법제화
세월호참사 12년만 제도구축
안전권 명문화·예방체계 전환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국가의 기본 책무로 규정한 ‘생명안전기본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피해자 권리 보장을 포함하는 국가 안전 체계를 법률로 명문화한 첫 사례다.
국회는 7일 본회의에서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안'을 의결했다.
이 법은 국가와 지방정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할 책임을 명확히 하고, 재난 예방부터 피해 회복까지 전 과정을 포괄하는 기본 원칙을 담고 있다.
이번 법 제정의 핵심은 ‘안전권’ 명문화다. 국민이 안전하게 살 권리를 국가가 보장해야 할 의무로 규정하면서 기존 재난 대응 중심 정책에서 한 걸음 나아가 예방 중심 국가 운영 원리를 제시했다. 단순한 정책 방향이 아니라 국가 책임을 법적 개념으로 도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재난 피해자 권리 보장 범위도 확대됐다. 기존 제도에서 상대적으로 보호가 제한적이었던 유가족과 목격자, 구조 참여자 등까지 지원 대상에 포함해 심리 회복과 일상 복귀를 국가가 지원하도록 했다. 피해자 지원을 사후 보상 수준이 아니라 권리 개념으로 확장한 것이다.
국가와 지방정부의 역할도 구체화됐다. 재난 예방과 안전관리 정책을 체계적으로 수립하고, 위험 요인을 사전에 점검·관리하도록 하는 책임이 명시됐다. 이에 따라 각 부처와 지방정부의 안전 관련 정책이 보다 통합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이번 법은 세월호 참사 이후 이어진 제도 개선 요구의 연장선에서 마련됐다. 그동안 개별 재난 대응 법률은 있었지만, 국가 전체 안전 정책의 방향과 원칙을 규정하는 기본법은 부재한 상태였다. 이번 제정으로 국가 안전 정책의 상위 기준이 처음으로 설정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실효성 확보는 과제로 남는다. 법의 상당 부분이 원칙과 방향을 규정하는 성격이어서 구체적인 집행 기준과 예산 확보 방안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기존 재난 관련 법률과의 역할 조정도 필요하다.
정부는 향후 시행령 마련과 제도 정비를 통해 법 적용 범위를 구체화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생명안전기본법은 선언을 넘어 실제 정책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후속 제도 설계가 꼼꼼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