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섬백길 걷기여행 47 여수 화태도 갯가길
육지와 연결된 화태도에서 섬을 생각한다
화태도는 2015년 12월 돌산도와 다리로 연결되면서 섬의 시대를 마감했다. 여수와 연결된 돌산과 함께 육지로 편입된 것이다.
화태도에는 백섬백길 20코스 화태도 갯가길이 있다. 11.6㎞의 섬 둘레길이다.
2.18㎢의 면적에 200여가구, 400여명의 주민들이 살아가는데 주업은 어류 양식이다. 뚝방길을 느릿느릿 걷다보니 선착장 옆 웅덩이 곁에서 노인 한분이 뜰채를 옆에 놓고 가만히 앉아 있다. 바로 앞에 숭어떼가 있는데 노인은 숭어를 잡지 않고 그저 바라보고만 있다. 뜰채만 가져다 대면 숭어들을 마구 건져낼 수도 있을 듯한 데 말이다.
“어째서 숭어를 안 잡고 그냥 보고만 계세요?”
“아직 때가 아니요.”
“어째서요?”
“저기 갯고랑 물이 끊기고 숭어들이 웅덩이에 갇힐 때까지 기다리는 거요. 지금 건드리면 싹 다 나가부러.”
그런데 저러다 썰물을 따라 숭어도 다 빠져 나가버리면 어쩌나.
“그럼 어쩔 수 없지.” 노인의 대답이 담백하다. “열 번 오면 다섯 번쯤 잡아요.” 5할이면 얼마나 높은 승률인가. 절반의 성공에도 만족할 줄 아는 어부. 섬을 걷다 보면 곳곳에서 고수들을 만난다. 인생도처 유상수다.
월전(月田) 포구 선창가는 낚시꾼들로 시끌벅적하다. 월전은 달밭이란 뜻이다. 그래서 월전의 옛 이름은 달밭기미다. 기미는 작은 만이다.
월전포구 도선장 끝에서 길은 끊어지는가 싶더니 다시 시작된다. 해변의 숲길. 옛날에 다들 갯것을 하고 나무를 하러 다니던 길이다.
이 해변을 돌아서면 섬의 서쪽 독정항이다. 독정에서 묘두까지 이어지는 길은 내내 파도 소리 들으면 걸을 수 있는 최고의 해변 트레일이다. 묘두는 고양이 머리다. 괴머리라고도 부른다. 괴, 괴이, 괭이는 고양이의 남도 말이다. 묘두 마을을 돌아 나와 도로를 따라 200m 남짓 걸으면 꽃머리산 입구다. 길은 더 없이 고즈넉하다.
섬을 돌아 다시 화태대교 앞이다.
화태도 사람들은 다리가 건설되고 나서 화태도에 없던 것 3가지가 새로 생겼다고 말한다. 도둑, 쓰레기, 이웃 간의 분열이다. 도둑들이 차를 타고 다리를 건너와 말리려 널어놓은 곡식이나 해초를 훔쳐간다. 놀러 온 낚시꾼들이나 등산객들은 도시락 싸들고 와 먹고 가면서 쓰레기 버리고 똥이나 싸놓고 가기 일쑤다. 관광객들 상대로 장사 하는 이들은 서로 손님 유치하려고 반목이 생겼다.
다리 건설을 그토록 염원했던 섬 주민들이 느끼는 감정은 그래서 복잡 미묘하다. 섬에 다리를 놓는 것은 주민들의 열망 때문이다. 그 열망을 천번 만번 이해한다. 하지만 연륙교는 양날의 칼이다.
교통의 편리를 얻은 대신 인심을 잃고 섬의 정체성을 잃게 된다. 교통 불편 해소 방법이 꼭 다리 공사뿐일까.
섬 주민들이 다리에 목을 매는 이유는 그동안 정부가 다른 대안을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외국의 경우 많은 섬 주민들이 다리 건설을 포기하고 섬의 정체성을 지키는 쪽을 택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소형 여객선의 대형화, 전천후 여객선 도입, 야간 운항, 소형 여객기 운항 등으로 정부가 섬 주민들의 교통 불편을 해소해 주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도 섬의 육지화를 멈추고 다양한 방법으로 교통 불편도 해소해 주면서 섬의 정체성도 지킬 수 있는 정책들을 도입할 때다. ‘2026 여수세계섬박람회’가 보여주어야 할 비젼은 이런 것이어야 한다. 104억원짜리 인공섬 조성 따위가 아니라.
백섬백길: https://100seom.com
공동기획: 섬연구소·내일신문
강제윤
사단법인 섬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