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섬백길 걷기여행 47 여수 화태도 갯가길

육지와 연결된 화태도에서 섬을 생각한다

2026-05-08 13:00:17 게재

화태도는 2015년 12월 돌산도와 다리로 연결되면서 섬의 시대를 마감했다. 여수와 연결된 돌산과 함께 육지로 편입된 것이다.

화태도에는 백섬백길 20코스 화태도 갯가길이 있다. 11.6㎞의 섬 둘레길이다.

2.18㎢의 면적에 200여가구, 400여명의 주민들이 살아가는데 주업은 어류 양식이다. 뚝방길을 느릿느릿 걷다보니 선착장 옆 웅덩이 곁에서 노인 한분이 뜰채를 옆에 놓고 가만히 앉아 있다. 바로 앞에 숭어떼가 있는데 노인은 숭어를 잡지 않고 그저 바라보고만 있다. 뜰채만 가져다 대면 숭어들을 마구 건져낼 수도 있을 듯한 데 말이다.

“어째서 숭어를 안 잡고 그냥 보고만 계세요?”

“아직 때가 아니요.”

“어째서요?”

“저기 갯고랑 물이 끊기고 숭어들이 웅덩이에 갇힐 때까지 기다리는 거요. 지금 건드리면 싹 다 나가부러.”

그런데 저러다 썰물을 따라 숭어도 다 빠져 나가버리면 어쩌나.

“그럼 어쩔 수 없지.” 노인의 대답이 담백하다. “열 번 오면 다섯 번쯤 잡아요.” 5할이면 얼마나 높은 승률인가. 절반의 성공에도 만족할 줄 아는 어부. 섬을 걷다 보면 곳곳에서 고수들을 만난다. 인생도처 유상수다.

화태도 풍경. 월전포구 도선장 끝에서 길은 끊어지는가 싶더니 다시 시작된다. 사진 섬연구소 제공

월전(月田) 포구 선창가는 낚시꾼들로 시끌벅적하다. 월전은 달밭이란 뜻이다. 그래서 월전의 옛 이름은 달밭기미다. 기미는 작은 만이다.

월전포구 도선장 끝에서 길은 끊어지는가 싶더니 다시 시작된다. 해변의 숲길. 옛날에 다들 갯것을 하고 나무를 하러 다니던 길이다.

이 해변을 돌아서면 섬의 서쪽 독정항이다. 독정에서 묘두까지 이어지는 길은 내내 파도 소리 들으면 걸을 수 있는 최고의 해변 트레일이다. 묘두는 고양이 머리다. 괴머리라고도 부른다. 괴, 괴이, 괭이는 고양이의 남도 말이다. 묘두 마을을 돌아 나와 도로를 따라 200m 남짓 걸으면 꽃머리산 입구다. 길은 더 없이 고즈넉하다.

섬을 돌아 다시 화태대교 앞이다.

화태도 사람들은 다리가 건설되고 나서 화태도에 없던 것 3가지가 새로 생겼다고 말한다. 도둑, 쓰레기, 이웃 간의 분열이다. 도둑들이 차를 타고 다리를 건너와 말리려 널어놓은 곡식이나 해초를 훔쳐간다. 놀러 온 낚시꾼들이나 등산객들은 도시락 싸들고 와 먹고 가면서 쓰레기 버리고 똥이나 싸놓고 가기 일쑤다. 관광객들 상대로 장사 하는 이들은 서로 손님 유치하려고 반목이 생겼다.

다리 건설을 그토록 염원했던 섬 주민들이 느끼는 감정은 그래서 복잡 미묘하다. 섬에 다리를 놓는 것은 주민들의 열망 때문이다. 그 열망을 천번 만번 이해한다. 하지만 연륙교는 양날의 칼이다.

교통의 편리를 얻은 대신 인심을 잃고 섬의 정체성을 잃게 된다. 교통 불편 해소 방법이 꼭 다리 공사뿐일까.

섬 주민들이 다리에 목을 매는 이유는 그동안 정부가 다른 대안을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외국의 경우 많은 섬 주민들이 다리 건설을 포기하고 섬의 정체성을 지키는 쪽을 택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소형 여객선의 대형화, 전천후 여객선 도입, 야간 운항, 소형 여객기 운항 등으로 정부가 섬 주민들의 교통 불편을 해소해 주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도 섬의 육지화를 멈추고 다양한 방법으로 교통 불편도 해소해 주면서 섬의 정체성도 지킬 수 있는 정책들을 도입할 때다. ‘2026 여수세계섬박람회’가 보여주어야 할 비젼은 이런 것이어야 한다. 104억원짜리 인공섬 조성 따위가 아니라.

백섬백길: https://100seom.com

공동기획: 섬연구소·내일신문

강제윤

사단법인 섬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