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위 ‘김건희 명품백’ 봐주기 정황

2026-05-08 13:00:23 게재

‘정상화TF’ 정승윤 전 사무처장 수사의뢰

민원청탁받고 처리방향 제시 유철환 고발

국민권익위원회가 김건희씨 명품가방 수수 사건을 처리하면서 봐주기한 정황이 드러났다. 정일연 위원장 취임 이후 지시한 ‘정상화 추진 태스크포스(TF)’ 조사를 통해서다. TF는 위원장 직속으로 설치돼 지난 3월 17일부터 8일까지 54일간 운영됐다.

권익위가 8일 발표한 정상화 추진 TF 운영 결과를 보면 정승윤 전 권익위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은 김씨의 명품가방 사건을 진행하면서 담당부서 의견과 달리 판단 유보, 추가 보완 지시 등을 통해 사건 처리를 지연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사건처리 진행 중 윤석열 전 대통령 등 피신고자측과 심야시간에 대통령 관저에서 1시간 가량 비공식 회동을 한 정황을 확인했다.

또 전원위 상정 의안을 회의 전날 위원들에게 전달하도록 지시하고 전원위 회의 2시간 전 권익위 정무직·상임위원과 비공식 회의를 소집해 사건 종결을 처리 방향으로 언급한 사실도 파악됐다. 정 전 사무처장이 상정의안에 포함되지 않은 사항과 회의에서 논의되지 않은 사항 등을 추가해 직접 의결서를 작성한 사실도 확인됐다.

권익위는 김씨의 디올백 수수 사건에 대해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조사했으나 법정처리기간인 90일을 훌쩍 넘긴 116일 만에 ‘공직자 배우자에 대해선 제재규정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종결처리했다. 당시 권익위가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이 제기됐는데 TF 조사를 통해 실제 봐주려 한 정황들이 드러난 셈이다.

권익위는 정 전 사무처장이 청탁금지법을 위반했을 소지가 있다고 보고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권익위는 정 전 사무처장이 이 사건과 관련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김 모 전 권익위 부패방지국장을 괴롭힌 정황도 파악했다고 밝혔다. 정 전 사무처장이 김 전 국장의 발언권을 제한하고 주요 사건 관련 업무에서 배제하는 한편 확실하지 않은 사실을 토대로 비난한 정황 등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TF는 정 전 사무처장이 류희림 전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의 ‘민원사주 의혹’ 사건 처리과정에서도 회의운영규칙을 위반해 전원위 안건에 분과위원회 판단내용 및 결론을 포함하지 않도록 부당하게 지시한 정황도 파악했다.

이 사건은 류 전 위원장이 가족과 지인을 동원해 ‘뉴스타파’ 등의 ‘김만배-신학림 녹취록’ 인용 보도를 심의해 달라는 민원을 방심위에 넣도록 사주하고 직접 심의에 참여해 관련 언론사들에게 과징금을 부과했다는 내용이다. 당시 방심위 직원들이 직접 이 의혹을 권익위에 공익신고했으나 권익위는 7개월 넘게 결론을 내지 않다가 다시 사건을 방심위로 돌려보내 비판을 받았다.

TF는 ‘가덕도 테러’ 당시 이재명 대통령의 119 응급헬기 이용 관련 행동강령 위반 신고사건에서도 정 전 사무처장이 전원위 의안과 회의에서 다루지 않은 사항을 의결서에 포함하도록 하고 담당부서의 송부 의견과 달리 위반 통보를 지시한 사실도 확인했다.

TF는 조사과정에서 확인된 서울대병원과 부산대병원 간 전원과 헬기 이송은 권한범위 내에서 이루어진 것이라는 추가 진술을 고려할 때 사건 처리 당시 행동강령 위반으로 본 것은 부적정했다고 판단했다.

TF는 유철환 전 권익위원장의 민원개입 의혹과 관련해 유 전 위원장이 민원인의 청탁을 받고 특정한 처리 방향을 제시한 것을 확인하고 수사기관에 고발하기로 했다.

유 전 위원장은 위원장 임명 전 재직했던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를 민원인에게 직접 소개하고도 직무관련자인 민원 대리인이 사적 이해관계자라는 사실을 이해충돌방지담당관에게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정 전 사무처장은 기자회견을 갖고 김씨의 명품백 사건 처리와 관련해 “공직자의 배우자가 금품을 수수한 경우에는 김영란법에 처벌 조항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향후 권익위에 미칠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다수의견을 대표해 결정문을 직접 작성했고 이후 전원위에서 결정을 검토한 후 확정했다”며 절차상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김 전 국장 죽음과 관련해서 “업무에서 배제했다, 공개적으로 비난했다는 식의 갑질 주장은 모두 소설”이라고 반박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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