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덕연, 장외파생상품 주문도 ‘시세조종’ 유죄

2026-05-21 13:00:02 게재

1심 징역25년→2심 징역8년→대법 파기환송

“시세조종 거래 구조 알았다”며 주가조작 판단

2023년 소시에테제네랄(SG) 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인 전 호안투자자문 대표 라덕연씨에 대해 원심에서 무죄를 받아 형이 감면된 차액결제거래(CFD)에 대해 대법원이 시세조종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CFD를 이용한 주문도 실제 상장 주식 매매로 이어질 것을 예상하고 시세조종에 활용됐다면 자본시장법상 처벌할 수 있다는 첫 판단이다. CFD는 주식을 직접 보유하지 않고, 가격 변동에 따른 차액만 정산하는 장외파생상품이다.

대법원 3부(주심 노경필 대법관)는 20일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라덕연씨에게 징역 8년과 벌금 1456억원, 추징금 1816억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라씨의 측근 변 모씨, 안 모씨 등 7명도 다시 2심 판단을 받는다.

SG증권발 폭락 사태는 2023년 4월 24일 SG증권 창구에서 대규모 매도 물량이 나오며 삼천리·서울가스·선광·대성홀딩스·세방·다우데이타·다올투자증권·하림지주 등 8개 종목 주가가 급락한 사건이다.

라씨 일당은 투자자 명의의 CFD 계정을 이용해 해당 종목을 매집한 뒤 매수·매도 가격을 미리 정해 거래하는 통정매매 방식 등으로 주가를 띄워 7377억원의 부당이익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범죄수익을 은닉하고 조세를 포탈했다고도 판단했다.

쟁점은 CFD 주문을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 행위로 처벌할 수 있는지였다. 라씨측은 CFD가 장외 파생상품이어서 시세조종 규정이 적용되는 상장증권이나 장내 파생상품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1심은 라씨에게 징역 25년과 벌금 1465억여원, 추징금 1944억여원을 선고했다. 1심은 CFD를 통한 시세조종성 주문에 대해서도 자본시장법 위반죄가 성립한다고 봤다.

2심은 라씨에게 징역 8년과 벌금 1465억여원, 추징금 1815억여원을 선고했다. 2심은 1심과 달리 CFD를 이용한 주문은 자본시장법이 처벌하는 시세조종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2심은 “시세조종 범행으로 장기간에 걸쳐 큰 폭으로 부양된 주가가 한순간에 폭락하면서 다수의 선량한 투자자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했다”면서도 “CFD 계좌를 이용한 주문이 주식시장에서의 매매 주문과 동일하거나 필연적인 관계에 있다고 평가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판결이 법리를 오해했다고 판단했다. 장외파생상품을 이용한 주문이어도 증권사 등을 거쳐 상장증권이나 장내파생상품에 대한 통정매매로 이어졌다면 시세조종 행위에 해당한다는 취지다. CFD 계좌를 이용한 주문과 이어진 증권 매매 주문에 시간 차가 있었지만, 대법원은 라씨 등이 CFD 계좌를 이용한 거래가 실제 상장증권 매매 주문으로 이어지는 거래 구조를 알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피고인들은 CFD 거래 구조와 장점 등을 충분히 인식했다”며 “문제의 종목들에 대한 통정매매 등 시세조종 행위를 하기 위해 CFD 계약을 맺은 증권사에 다수의 CFD 계좌를 이용해 주문을 했다”고 설명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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