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서대필’ 배상 늘었지만 검찰 책임 불인정

2026-05-22 13:00:15 게재

강기훈씨 파기환송심

‘유서대필 사건’ 피해자 강기훈씨에 대한 배상액이 늘어났지만 검찰의 조작 수사 책임은 인정되지 않았다.

서울고등법원 민사5-1부(송혜정 부장판사)는 21일 강씨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파기환송심에서 국가가 강씨에 5300여만원, 아내에 500만원, 두 동생에 각각 400여만원을 추가 지급하라고 명했다.

강씨는 1991년 5월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 사회부장 김기설씨의 친구로, 김씨가 노태우 정권 퇴진을 외치며 서강대 옥상에서 투신한 것과 관련해 유서를 대필한 혐의(자살방조 등)로 기소돼 징역 3년과 자격정지 1년 6개월 형을 확정받고 복역했다. 하지만 결정적 증거인 필적 감정서가 위조된 점이 인정돼 지난 2015년 재심에서 무죄를 받았다.

강씨는 같은 해 국가와 당시 수사 책임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2017년 1심은 국가와 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문서분석실장 김 모씨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며 강씨측에 총 6억80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듬해 2심 법원은 국가가 배상할 위자료를 총 9억2000여만원으로 더 높게 책정했다. 다만 전 국과수 문서분석실장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의 소멸 시효가 지났다고 보고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지난 2022년 수사 과정에서 일어난 개별 불법행위에 대해 소멸시효가 지났다고 본 원심판결에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돌려보냈다.

이날 선고 후 강씨측 대리인단은 “이번 판결은 사건을 개별 불법행위에 대한 위자료 문제로만 한정하고, 검찰이 주도한 수사 전반의 불법성을 끝내 인정하지 않아 ‘유서대필 사건’의 본질을 또다시 외면했다”고 비판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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