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생산적 금융’ 확대에 자본비율 관리 과제
1분기 BIS비율 하락, 기업대출 확대 영향
우리금융, 유형자산 재평가로 비율 높여
비율 낮은 농협금융, 1조 이상 증자 계획
은행권이 1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은행지주회사와 은행의 자기자본비율(BIS)은 오히려 하락했다. 가계대출을 줄이는 대신 기업대출을 확대하면서 위험가중자산(RWA)이 증가한 데다 환율 상승 영향까지 겹친 결과다. 실적 개선에도 위험가중자산 증가폭이 더 컸기 때문이다.
정부가 추진 중인 ‘생산적 금융’ 확대 기조에 따라 은행지주회사들이 앞으로 기업대출을 더욱 늘려야 하는 상황에서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관리 부담도 커지고 있다.
28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6년 3월말 은행지주회사 및 은행 BIS기준 자본비율 현황’에 따르면 8개 은행지주와 9개 비지주은행의 보통주자본비율은 13.41%로 전년말(13.50%) 대비 0.09%p 하락했다. 보통주자본비율은 보통주자본을 위험가중자산으로 나눈 지표다. 보통주자본에는 자본금과 이익잉여금, 자본잉여금 등이 포함되며, 은행이 위기 상황에서 가장 먼저 손실을 흡수할 수 있는 핵심 자본으로 평가된다.
금감원은 “1분기 중 기업 익스포저 증가 및 환율 상승에 따른 외화자산의 위험가중자산 증가 등으로 위험가중자산 증가폭이 보통주자본 증가폭을 상회한 데 기인한다”고 밝혔다.
4대 금융지주의 보통주자본비율을 보면 우리금융지주를 제외하고 모두 하락했다. 신한금융지주는 13.19%로 작년말(13.35%) 대비 0.16%p 하락했다. 하나금융지주는 13.09%로 작년말 대비 0.29%p, KB금융지주는 13.63%로 작년말 대비 0.19%p 하락했다. 우리금융지주는 13.60%로 작년말 대비 0.72%p 상승했다.
지난해 말 기준 13%에 미치지 못해 4대 금융지주 가운데 보통주자본비율이 가장 낮았던 우리금융지주가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으로 올라설 수 있었던 것은 유형자산 재평가 등을 통해 자본이 증가한 영향이 컸다.
국제회계기준(IFRS)상 토지·건물 등 유형자산을 공정가치로 다시 평가할 수 있는데, 장부가보다 시가가 높아지면 평가차익이 자본으로 인식된다. 이 과정에서 보통주자본이 늘어나 위험가중자산 증가에도 자본비율이 개선되는 효과가 발생한다. 다만 재평가모형을 선택하면 일정 주기마다 자산 재평가를 계속 실시해야 하며, 향후 부동산 경기 변동 등으로 자산 가치가 하락할 경우 재평가이익 축소는 물론 자본 감소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유형자산 재평가는 향후 재평가 시점에 자산 가치가 낮아질 수 있다는 위험이 있다”며 “그런 위험을 감수할 것인지, 아니면 향후 자본비율 관리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 대비해 유형자산 재평가 카드를 남겨둘지는 금융회사들의 선택”이라고 말했다. 유형자산 재평가 자체는 다른 금융지주들도 선택할 수 있는 회계정책이지만, 이번에는 우리금융지주가 이를 활용한 것이다.
농협금융지주도 낮은 보통주자본비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농협중앙회로부터 지원을 받기로 했다. 1분기 보통주자본비율은 12.03%로 작년말 대비 0.23%p 하락했다. 12%대를 가까스로 유지하고 있는 상태로 4대 금융지주와 차이가 크다.
농협금융지주는 농협중앙회에 매년 농업지원사업비를 내고 있어서 실적이 커져도 자본비율 관리에 한계가 있다. 지난해 납부한 농업지원사업비는 6503억원이다. 농협중앙회는 농협금융지주를 대상으로 1조1000억원대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기로 했다.
지방 금융지주사 중 JB금융지주만 유일하게 보통주자본비율이 상승했다. 3월말 12.61%로 0.03%p 올랐다. 시중은행으로 전환한 iM뱅크를 계열사로 둔 iM금융지주의 보통주자본비율은 11.99%로 은행지주사 중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해말 12.11%에서 11%대로 떨어진 것이다. BNK금융지주는 12.30%로 작년말 대비 0.04%p 하락했다.
금감원은 “중동 전쟁 등 대내외 리스크 요인 지속 및 금리·환율 변동성 확대 등이 건전성 관리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향후 국내은행이 안정적인 건전성 관리 기반 하에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해나갈 수 있도록 손실흡수능력 확충 및 자본적정성 관리를 강화하도록 유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생산적 금융’ 확대 과정에서 금융당국은 금융기관에 대한 건전성 규제 완화를 검토하고 있다. 금융권의 자금 공급 여력을 확대하기 위한 조치다.
지난 20일 은행연합회에서는 ‘금융기관 건전성 규제와 생산적 금융’을 주제로 한 세미나가 열렸으며, 은행권에서는 건전성 관리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