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프로그램, 증시 재평가·주주환원 확대 기여
공시 기업 수익률, 미공시 기업보다 45%p↑
밸류업 지수, 코스피 상승률 72.5%p 웃돌아
기업가치 제고 계획 (밸류업) 프로그램이 증시 재평가와 주주환원 확대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됐다. 실제 기업가치 제고 계획 시행 이후 공시 기업의 미공시 기업 대비 누적 수익률이 45%p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밸류업 지수는 2024년 9월 말 산출 이후 273.9% 올라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을 72.5%p 웃돌았다.
한국거래소는 27일 여의도 서울 사옥 콘퍼런스홀에서 ‘2026 기업가치 제고 시상식 및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주제 발표를 맡은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실장은 “밸류업 공시 기업이 미공시 기업 대비 주식시장에서 높은 성과를 기록했다”며 “기업가치 제고 공시가 투자자에게 긍정적 신호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강 실장에 따르면 공시 기업은 공시 당일 시장 대비 약 1.5% 높은 수익률을 보였고, 공시 기업 포트폴리오는 비슷한 특성을 가진 미공시 기업 포트폴리오보다 중장기 성과도 높았다. 특히 규모가 작거나 애널리스트 커버리지와 기업설명(IR) 활동이 부족한 기업일수록 공시 효과가 컸다.
김정영 한국거래소 상무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코스피 345사(86.8%), 코스닥 388사(29.8%) 등 733사가 밸류업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지난해 자사주 취득(20조1000억원) 및 소각(21조4000억원) 규모가 역대 최대를 기록하고, 현금배당금액도 50조9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1% 증가하는 등 주주환원 정책이 확산하는 추세다.
김 상무는 “코스닥 기업과 중소 상장사의 참여를 높이기 위한 맞춤형 지원을 강화하겠다”며 “밸류업지수 정기 변경을 통해 지수의 대표성과 신뢰성을 높이거나, 낮은 주가순자산비율(PBR) 기업 리스트를 공표하는 등 ‘네이밍 앤 셰이밍’(이름을 밝혀 망신 주기) 정책을 도입해 기업 가치 제고를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패널토론에서는 밸류업 공시 활성화 방안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이 나왔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상장사는 주주의 돈으로 사업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신들의 계획을 명확히 밝혀야 할 책무가 있다”며 “돈을 벌지 못하면서 자본을 쌓아두는 기업은 결국 가치를 파괴하는 만큼 주주들에게 명확한 자본 활용 계획을 밝히고 소통하도록 유도하는 제도를 어느 정도 강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동섭 국민연금공단 수탁자책임실장은 기관투자자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 실장은 “기관투자자가 기업에 밸류업 공시 참여를 요구하는 주주 관여(인게이지먼트)를 확대해야 한다”며 “공시 내용이 충실하지 않거나 실제 이행과 차이가 있을 경우 의결권 행사와 연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 실장은 “공시한 내용과 실제 회사의 이행을 비교해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다면 관련 이사 선임이나 재무제표 승인 안건에도 의견을 낼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한국거래소는 기업가치 제고 우수기업 10개사를 선정해 표창했다. 키움증권과 한국항공우주산업은 경제부총리 표창을 수상했고, 코웨이, 티씨케이, 한국투자금융지주는 금융위원장 표창을 받았다. 이어 에스티팜, LG이노텍, 우리금융지주, 한국지역난방공사, 한솔케미칼은 거래소 이사장 표창을 받았다.
우수기업 사례 발표에 나선 김지산 키움증권 상무는 “시장이 이해할 수 있는 명확한 메시지를 일관되게 전달해 온 점과 적극적인 주주환원 실적 등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키움증권은 2023년부터 3개년 주주환원 정책을 선제적으로 발표하고 자기자본이익률(ROE) 15% 이상, 주주환원율 30% 이상을 목표로 제시해왔다. 지난해 ROE 19.9%, 주주환원율 30.6%를 기록했고 총주주수익률(TSR)은 159%에 달했다. 자사주 전량 소각과 적극적인 IR 확대를 통해 외국인 투자자 비중도 꾸준히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상무는 또 “기업가치 제고 정책이 최고경영자(CEO)나 최고재무책임자(CFO) 개인 차원의 과제가 아니라 이사회 중심의 책무로 자리 잡아야 한다”며 “시장과의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이사회 자본정책 논의 과정의 투명성과 거버넌스 신뢰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