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무역구조, 첨단 테크·에너지로 '대개편'
대만은 반도체, 독일·일본은 자동차, 미국은 에너지 강세
국가별 산업 전문화 심화…첨단산업 경쟁력이 수출 성패 좌우
글로벌 교역 구조가 △반도체·정보기술(IT) △자동차 △에너지 △항공우주·바이오 산업을 중심축으로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반도체는 한국 대만 중국이, 자동차는 독일 중국 일본 한국이 주도하는 구조가 뚜렷해졌으며, 미국은 에너지 수출국으로서의 위상을 강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국가별 산업 전문화 심화된 모습이다.
10일 내일신문이 코트라에 의뢰해 ‘2025년 글로벌 수출 상위 10개국의 5대 수출품목’을 조사한 결과다. 무역통계전문기관 ‘글로벌 트레이드 아틀라스’(Global Trade Atlas)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했다.
◆대만 중국 한국이 주도하는 반도체 공급망 = 반도체는 2025년 세계 교역에서 가장 전략적인 품목으로 파악됐다. 가장 두드러진 국가는 대만이다.
대만의 반도체 수출은 2099억달러로 자국 전체 수출의 32.8%를 차지했다. 여기에 컴퓨터 및 주변기기(28.6%)·관련 부품(4.6%)까지 포함하면 전체 수출의 65% 이상이 인공지능(AI)·반도체 산업과 직결돼 있다. 이는 세계 AI 서버와 고성능 반도체 공급망에서 대만의 위상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중국은 대만에 이어 반도체 수출액이 많았다. 중국의 상위 5개 수출품목은 휴대폰(2163억달러) 반도체(2027억달러) 컴퓨터 및 주변기기(1507억달러) 자동차(1104억달러), 배터리(821억달러) 순이다. 중국은 완제품 제조국 이미지를 넘어 반도체 생산과 전자부품 공급국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한국의 반도체 수출은 1428억달러로 전체 수출의 20.1%를 차지했다. 자동차(9.7%)를 두 배 이상 앞선 압도적인 1위 품목이다. 다만 ‘글로벌 트레이드 아틀라스’ 데이터는 산업통상부가 발표한 2025년 반도체 수출실적 1674억달러(비중 24.1%)와 다소 차이를 보인다. 일본 역시 반도체가 수출 2위 품목(351억달러)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한국·대만·중국·일본 등 동아시아 4개국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 축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반도체 수출 증가는 AI 투자 확대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구축 경쟁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 AI 가속기,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 수요가 폭증하면서 한국과 대만 수출이 크게 증가했다.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 대만은 첨단 파운드리, 중국은 범용 반도체와 전자제품 제조를 담당하는 분업 체계가 더욱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멕시코, 북미 핵심 생산 기지 위상 입증 = 자동차 산업에서는 독일이 세계 최강국의 위치를 지키고 있다. 독일의 자동차 수출은 1762억달러로 자국 전체 수출의 10.0%를 차지했다. 자동차부품(629억달러)까지 포함하면 자동차 산업 비중이 13.6%에 달한다. 독일은 완성차와 고부가가치 부품을 동시에 수출하는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일본은 자동차 수출이 1053억달러로 전체 수출의 14.3%를 차지했다. 일본은 자동차 수출 비중이 독일보다 높다. 자동차부품(243억달러)까지 포함하면 자동차 산업 수출비중은 17%를 넘어선다.
한국은 자동차 수출이 685억달러로 전체 수출의 9.7%를 차지했다.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차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중심 수출 증가에 힘입어 세계 자동차 수출 강국으로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이 외에 중국의 자동차 수출액은 1104억달러로 수출규모는 독일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대규모 내수시장을 토대로 성장한 전기차가 유럽 등으로 수출을 늘렸다. 다만 수출 규모 확대 속에서도 글로벌 프리미엄 브랜드 경쟁력과 고부가가치 차량 비중 확대는 향후 과제로 지적된다. 멕시코는 자동차(514억달러) 자동차부품(387억달러) 화물자동차(341억달러)가 상위 5개 품목에 포함되며 북미 자동차 생산기지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AI 특수에 반도체 수출비중 37% = 한국의 수출 구조는 반도체와 자동차산업으로 더욱 집중되고 있다. 반도체(20.1%)와 자동차(9.7%)를 합치면 전체 수출의 29.8%에 달했다.
이러한 수출 집중 현상은 2026년 들어 더욱 뚜렷해졌다. 1~5월 반도체 수출액은 1380억달러로 전년대비 154.65% 늘었다. 이 기간 한국의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7.1%에 이른다.
세계적인 AI 투자 확대의 수혜를 받으며 미래 산업을 선도하는 의미이지만 동시에 특정 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점도 시사한다. 올 1~5월 자동차 수출액은 273억달러로 비중은 지난해보다 2.4%p 줄어든 7.3%다.
◆궤도 바뀐 미국의 수출 지도, 에너지 패권 강화 = 미국의 수출 구조는 과거와 크게 달라졌다. 상위 5개 품목 가운데 항공기(1528억달러)를 제외하면 석유제품(1095억달러) 원유(1003억달러) 천연가스(819억달러)가 2, 3, 5위를 차지했다.
에너지 관련 품목 비중만 13%를 넘어섰다. 셰일혁명 이후 미국이 세계 최대 에너지 생산국으로 성장한 결과가 수출 구조에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이러한 에너지 중심 수출 구조는 2026년 들어 더욱 강화되는 모습이다. 중동전쟁으로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되면서 미국의 원유·가스 수출이 급증했을 뿐 아니라 항공기 수출도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독일 자동차, 프랑스 항공기, 이탈리아 바이오 = 독일은 자동차, 프랑스는 항공기와 항공엔진, 이탈리아는 바이오의약품 중심 구조가 나타났다.
프랑스는 항공기(348억달러), 터보제트 및 엔진(285억달러)이 핵심 수출품목으로 나타나 유럽 항공우주 산업의 중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백신·면역물품(550억달러)과 의약품(185억달러)이 최대 수출품목을 차지하고 있어 바이오산업 경쟁력이 강한 것으로 조사됐다.
세계 수출 4위 국가인 네덜란드는 대표적인 중계무역 국가로 평가된다. 네덜란드는 컴퓨터 및 주변기기, 휴대전화, 기타 의약품이 각각 수출 상위 5개 품목, 수입 상위 5개 품목안에 포함되는 등 수출·입 품목이 거의 일치하는 구조를 보이고 있다. 유럽 내 전산·바이오 물류허브로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처럼 주요 국가들의 수출상위 품목을 분석해보면 몇 가지 흐름이 나타난다. 우선 AI 산업 확산이 반도체 수요를 구조적으로 확대시키면서 국가별 산업 경쟁력이 교역 성과를 좌우하는 시대가 본격화됐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제조업 기반이 중요했다면 앞으로는 반도체, AI, 미래차, 에너지, 바이오 등 첨단산업 경쟁력이 국가 수출 경쟁력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