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회생절차 진행 중
2500명 떠났는데 3500명 또 고용불안
37개 점포 폐점·67개 핵심점포 체제로 축소
희망퇴직 위로금도 못 주는 자금난 지속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의 구조조정 여파로 올해에만 6000명 안팎의 노동자가 일터를 떠났거나 고용 불안에 놓인 것으로 나타났다. 점포 폐점과 인력 감축, 임금 체불에 이어 희망퇴직 위로금조차 당장 지급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홈플러스는 회생 유지와 매각 추진을 위해 2000억원 규모의 긴급 운영자금 지원을 요청하고 나섰다.
10일 민주노총 마트산업노동조합과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홈플러스 직원 수는 올해 4월 말 1만5300명으로 줄었다. 올해들어 2500여명이 회사를 떠났다.
여기에 홈플러스가 최근 영업 중단 상태였던 37개 점포의 폐점을 결정하면서 해당 점포에서 근무하는 직원 약 3500명의 고용도 불안정한 상태에 놓였다. 단순 계산으로 올해 들어 퇴직자와 폐점 점포 종사자를 합치면 6000명 안팎이 일터를 떠났거나 고용 불안에 놓인 셈이다.
◆회생 명분 아래 대규모 구조조정 = 홈플러스는 법원에 제출한 수정 회생계획안에서 사업 구조 재편과 매각 추진 계획을 제시했다. 현재 회생절차를 마무리할 현실적인 방안으로 잔존 사업부문 매각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사업 구조를 축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126개였던 대형마트는 67개 핵심점포 중심 체제로 재편됐다. 영업을 중단했던 37개 점포는 폐점이 결정됐고, 슈퍼마켓 사업부문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도 추진 중이다. 임대점포 임차료도 평균 20~40% 낮추는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이 같은 구조조정이 회생과 매각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홈플러스는 폐점 점포 책임급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월 급여 3개월분 수준의 위로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회사측은 DIP(긴급 운영자금) 대출 등 자금 조달 문제가 해결되는 대로 위로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희망퇴직을 실시하면서도 위로금 지급 재원조차 확보하지 못한 상황인 셈이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추가 점포 폐점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수정 회생계획안에 추가 휴업 검토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현재 67개로 줄어든 점포 수가 더 감소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회사측은 추가 휴·폐점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두 차례 점포 폐점을 겪고 현재 부산 아시아드점에서 근무 중인 김은희씨는 최근 노조 기자회견에서 “두 번이나 다른 점포로 옮겨가며 버텼는데 또 폐점 소식을 들었다”며 “이제는 정말 갈 곳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홈플러스를 살리겠다던 계획이 결국 점포 폐점과 구조조정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불안을 호소했다.
◆2천억원 운영자금 지원 요청 = 홈플러스는 정상 영업 유지와 매각 절차 진행을 위해 2000억원 규모의 긴급 운영자금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상품 매입과 협력업체 대금 지급, 점포 운영을 유지하면서 인수합병을 마무리하기 위한 자금이라는 설명이다. 현재 주요 담보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 등 채권단에 자금 지원을 요청한 상태다.
홈플러스의 경영 상황도 악화하고 있다. 제28기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5 회계연도 매출은 5조7963억원으로 전년보다 17.1% 감소했다. 영업손실은 5464억원으로 전년보다 73.9% 늘었고, 당기순손실도 1조10억원으로 확대됐다. 2021 회계연도부터 5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재무구조도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 자본총계는 2391억원까지 줄었다. 현금화가 가능한 유동자산은 8578억원에서 4082억원으로 감소한 반면, 1년 안에 갚아야 할 유동부채는 2조6499억원에서 4조2897억원으로 급증했다. 점포 폐점과 인력 감축에도 자금난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유통업계에서는 점포 폐점과 인력 감축, 임금 체불이 이어지는 가운데 추가 운영자금 지원 논의까지 진행되면서 회생 비용의 상당 부분을 노동자와 협력업체, 입점업체들이 떠안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조는 대규모 구조조정에도 경영 상황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안수용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장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67개 점포를 정상 운영하기 위한 조치라고 하더니 이제는 그 67개 점포조차 운영비가 없어 위기라고 말하고 있다”며 “시간이 흐를수록 홈플러스라는 기업의 가치는 돌이킬 수 없이 무너질 뿐”이라고 주장했다.
운영자금 확보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자 정치권도 중재에 나선 모습이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9일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과 메리츠금융 관계자들을 만나 홈플러스 현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추가 운영자금 지원 방안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법원은 홈플러스 회생계획안 제출 기한을 다음달 3일까지 연장한 상태다. 채권단의 운영자금 지원 여부와 매각 성사 여부가 향후 회생 절차의 최대 변수로 꼽힌다. 회생을 위한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고용 불안도 더욱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