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뒤 숨은 선관위…개혁법안 번번이 거부

2026-06-10 13:00:10 게재

‘감사위 설치’ ‘위원장 법관 독점 차단’ 등

중앙선관위 “헌법위배·독립성·중립성 침해”

국회에서 선거관리위원회를 견제·감시할 법안들을 내놨지만 중앙선관위는 헌법위배와 독립성·중립성 훼손 가능성을 내세워 모두 거부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별도의 감사위원회에 의한 선거업무 감사, 중앙선관위원장이나 각급 선거관리위원장의 상근 전환, 선관위원장의 법관 독점구조 개편 등 감시 사각지대를 없애고 책임성을 높이는 제도에 대해 강도 높은 반대의견을 내놨다.

하지만 내외부 견제장치와 책임 구조로의 변경 거부가 잇단 부실 선거관리, 내부비리 의혹 등으로 번졌다. 결국 헌법 뒤에 숨어 무책임으로 일관한 선관위를 전면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9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선관위 내부에 감사위원회를 두고 선관위의 선거·정당사무 등에 대해 감사할 수 있도록 한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선관위법 개정안에 대해 중앙선관위는 “심의사항에 중앙선관위 의사결정과정이 포함될 경우 중앙선관위를 독립된 헌법기관으로 규정한 헌법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더불어민주당 정진욱 의원이 9일 국회 소통관에서 중앙선관위 개혁을 위한 원포인트 개헌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반적으로 감사권은 기관장의 지휘·감독상의 권한이므로 중앙선관위의 하부기관인 감사위원회가 중앙선관위 사무 전반에 대한 감사권을 행사하는 것은 헌법을 정점으로 한 전체 법질서의 체계에 반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윤 의원은 현재 선관위 내규에 따라 구성·운영되면서 감사내용은 철저하게 공개하지 않는 선관위 내부 감사위원회를 법률기구로 격상시키고 선거·정당사무 등과 함께 인사채용 및 예산집행사무, 금품 및 횡령 등 주요 비위행위, 성범죄 사건, 국회와 소관 상임위의 감사 요구 사항, 감사위원회의 감사 필요 의결 사항 등을 심의할 수 있도록 심의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을 법안에 담았다.

현재 선관위 감사위원회 규칙에서는 감사위원회의 심의사항으로 △주요 비위행위, 성범죄, 감사관 등이 지정한 사건의 조사 개시 필요성 △비위행위에 대한 조사 기준 및 절차 △감사관이 실시하는 연간 감사 계획 및 그 결과 등으로 제한하고 있으며 감사위 결정은 권고사항으로 강제력이 없다.

윤 의원은 또 감사원 직원 1명을 감사위원회 위원에 포함할 것을 제안했다. 이에 선관위는 “헌법상 고도의 정치적 중립성이 보장되는 법관 외에 대통령의 지휘 감독을 받는 감사원 소속 공무원을 포함하는 것에 대해서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반대의견을 냈다.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선관위법 개정안도 선관위에 막혔다. 이 개정안은 ‘감사위원회가 감사원에 외부 감사를 요청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선관위는 “최근 헌법재판소의 권한쟁의심판 결정에 전면 배치되며 헌법 및 선관위법에 의하여 부여받은 선관위의 독립적 지위를 침해할 우려 등 위헌 소지가 있다”며 막아섰다.

2023년 헌법재판소는 권한쟁의심판에서 ‘헌법상 감사원에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직무 감찰권이 부여돼 있지 않다’고 해석했다. 선관위는 헌법재판소 결정을 근거로 선관위 안팎의 견제와 감시를 모두 ‘위헌’이라는 방어막을 세워 놓은 상태다.

김영배 민주당 의원은 “선관위의 독립성은 존중돼야 하지만 독립성이 무책임을 의미해서는 안된다”며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책임성과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적 감시와 견제의 사각지대라는 문제가 드러난 이번 사태를 계기로 선관위 개혁입법, 나아가 개헌 등 제도개혁에 적극 나서겠다”고 덧붙였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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