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는 왜 밥상에 매일 오르게 됐나

2021-08-26 13:44:52 게재

'대한민국 돼지이야기'

최승철 김태경 지음

돼지는 우리 민족이 4000년 전부터 함께한 동물이다. 농경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가축이었고, 국가 수탈과 전쟁을 겪는 동안 돼지도 함께 고통의 시간을 보냈다. 4000년전부터 현재까지 이어져오는 돼지 이야기가 역사의 배를 타고 책 한권에 담겼다. 최승철 건국대 식품유통학과 교수와 김태경 미트컬처비즈랩 부소장이 함께 엮은 'K-PORK, 대한민국 돼지 이야기'다. (사진 책표지·팬엔펜출판사. 1만9000원)

저자는 삼국시대에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역사를 돼지를 중심으로 정리했다. 고구려 왕도를 정해준 돼지이야기와 발해 사람들이 집집이 돼지를 기른 까닭, 돼지와 불교 그리고 살생유택 이야기까지 재미를 더했다.

삼성그룹이 양돈업에 진출한 이야기(154쪽)도 등장한다. 에버랜드인 용인자연농원의 시작이 양돈농장이었다는 사실도 흥미를 끈다. 1973년에 개발된 용인 양돈장을 국내 최초의 현대적 기업 양돈 시발점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1973년에는 삼양식품그룹이 10억원의 자금을 투입해 1만마리의 종돈을 확보하고, 이를 강원도 대관령에 있는 삼양축산에서 사육하는 것으로 계획했다. 기업형 대단위 양돈장인 삼성용인자연농원은 1990년대 폐쇄됐다.

저자는 삼성이 양돈업에 진입한 이유는 종돈의 낮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라고 지적했다. 중국이 인구 7억명에 돼지를 2억마리 기르고 있는 상황과 비교하면 우리나라는 최소한 1000만마리를 사육하고 있어야 하지만 150만마리에 그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또 삼겹살이 대유행을 일으킨 배경도 흥미롭게 설명하고 있다. 1990년대 수급조절을 위해 공급한 냉동삼겹살은 2000년대 냉장육 유통이 일반화하면서 사라졌다. 그런데 20년이 지난 후 다시 냉동삼겹살이 유행하고 있다. (206쪽)

저자 최승철 교수는 "우리가 몰랐던, 우리가 더 알고 싶었던 돼지와 돼지고기 이야기를 써보고 싶었다"며 "신의 가축으로서 돼지 이야기, 선사시대, 삼국시대, 통일신라시대에 걸쳐 다루고, 민중의 곁에 있었던 돼지고기와 문화에 대해 정리했다"고 전했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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