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자동차사고 사망·장애시 받는 보험금 대폭 증가

2021-10-01 13:36:49 게재

향후 경제수익 계산방식 보험가입자 유리하게 변경

법적 분쟁 사전에 차단

자동차 사고로 사망하거나 장애가 발생했을 때 피해자가 받을 수 있는 보험금이 대폭 증가한다. 금융당국이 보험계약의 표준약관을 개정해 내년 1월부터 상실수익액 계산방식을 변경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상실수익액은 교통사고 등으로 피해자가 사망하거나 후유장애가 발생했을 때, 사고를 당하지 않았더라면 피해자가 향후 경제활동으로 얻을 수 있는 수익액을 현재가치로 환산해 일시불로 배상해주는 것을 말한다.


정부는 이같은 내용의 자동차보험 보장 확대와 보험료 부담 경감을 위한 '자동차보험 제도개선방안'을 30일 발표했다.

그동안 자동차보험은 사망 또는 후유장애 발생시 장래 기간에 대한 상실수익액을 계산할 때 복리방식(라이프니츠식)의 할인을 적용했다. 상실수익액은 장래의 수익액을 미리 받는 것이어서 해당금액의 원금에서 중간이자를 제외하고 지급하게 된다. 소득을 먼저 지급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로 인해 발생하는 이자는 초과 소득에 해당돼 뺀다는 의미다.

보험사들은 발생이자를 복리방식으로 계산해 상실수익액에서 제외시켰지만, 금융당국은 보험계약 약관개정을 통해 향후 이자계산을 단리방식(호프만식)으로 변경하기로 했다. 이자가 줄어드는 만큼 상실수익액은 증가하게 된다. 금융당국은 11세 여성이 사고를 당해 받게 되는 상실수익액이 복리방식을 적용할 때 2억6000만원이었다면 단리방식은 4억2000만원이라고 밝혔다.

국가배상법과 법원이 판결을 통해 단리방식으로 상실수익액을 계산하고 있는 것과 달리 보험사들은 복리방식을 적용, 보험가입자들의 불만이 컸다. 보험금을 지급받은 피해자나 그 가족들이 보험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자동차보험은 법원·국가배상법과 달리 과도한 중간이자 공제방식을 적용해 배상액을 상대적으로 적게 산정했다"며 "이번 제도 개정으로 수많은 법적 분쟁 발생을 사전에 차단하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와 함께 군인의 상실수익액 보상도 현실화된다. 제도개선안은 군복무(예정)자 사망시 병사급여(약 월 40만원)가 아닌 일용직 근로자 급여를 기준으로 상실수익액을 계산하도록 했다. 자동차 사고로 군인이 사망할 경우 군복무 기간 중의 상실수익액은 800만원에서 4800만원으로 증가할 예정이다.

한편 최근 자동차 보험금 지급액 급증으로 전체 보험가입자들의 보험료 부담이 늘어나면서 정부는 경상환자의 과잉진료와 '나이롱 환자'를 막기 위한 대책도 마련했다.

제도개선안에 따르면 2023년 1월부터 자동차 사고 발생시 경상환자(12∼14등급)에 한해 치료비 중 본인 과실 부분은 본인 부담(보험사)으로 처리해야 한다.

현재는 사고발생시 과실정도와 무관하게 상대방 보험사가 치료비를 전액 지급하고 있다. 예를 들어 차선변경 사고에서 A씨의 과실이 80%, B씨의 과실이 20%인데도, B씨는 치료를 받지 않고 A씨만 입원·통원 진료로 200만원의 치료비가 발생했다면 B씨 보험사가 치료비 전액을 물어주고 있다.

금융당국은 "치료비 전액지급에 따른 과잉진료 발생 문제는 최근 보험료 인상의 주된 원인으로 지적된다"며 "신속한 치료를 위해 기존과 같이 우선 치료비를 전액 지급하고 사후적으로 본인과실 부분은 환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치료비 보장이 어려울 수 있는 보행자(이륜차, 자전거 포함)는 적용이 제외된다.

금융당국은 이번 제도 개편으로 연간 5400억원의 과잉진료가 감소해 전 국민 보험료가 2만~3만원 절감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경상환자가 장기간 치료를 받을 때는 진단서 제출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지금은 사고 발생시 진단서 등 입증자료 제출 없이도 기간의 제한 없이 치료를 받고 보험금을 청구하는 게 가능하다. 이 때문에 필요 이상 장기간 병원 치료를 받으면서 보험사에 과도한 합의금을 요구하는 사례 등이 다수 발생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2023년 1월부터 경상환자의 경우 4주까지는 진단서 없이 치료를 보장하지만 4주를 초과하면 진단서를 토대로 진료기간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 밖에도 경상환자의 과잉진료비를 줄이기 위해 상급병실 입원료 지급기준과 한방분야 보험금 지급기준을 개선해 내년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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