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도서관 정보대회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전세계 도서관인들 교류의 장 열려
'함께 일하자, 도서관하자' 주제·200여개 세션 '인공지능·포용과 지속가능성' 중시 … 서울도서관 등 한국 도서관에 세계적 관심
'함께 일하자, 도서관하자.'(Let's work together, Let's library.) 21일부터 25일까지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는 이를 주제로 '2023로테르담세계도서관정보대회'(World Library and Information Congress)가 성황리에 열렸다. 전세계 100여개국 3000여명의 도서관인들이 모여 '함께 일하고 도서관하는 것'에 대해 각국의 도서관 상황을 공유하고 교류했다.
한국에서는 한국도서관협회 대표단 20여명, 공공도서관협의회 회원 20여명, 국립중앙도서관 국가도서관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 10여명, 이외 문헌정보학 교수와 학생, 도서관 관계자 등 총 60여명이 함께했다.
◆"도서관, 지식정보와 사회 잇는 다리" = 세계도서관정보대회는 전세계 약 135개국 1401개 기관을 회원으로 둔 국제도서관협회연맹(International Federation of Libary Association and Institutions)이 해마다 연다. 국제도서관협회연맹의 조사 연구 협력 활동 등 성과물을 공유하는 장이자 전세계 도서관인들의 이해 증진 및 문화교류를 위한 만남의 장으로 역할을 하고 있다.
2023로테르담세계도서관대회 기간 동안 각국의 도서관 상황과 사례를 공유할 수 있는 다양한 세션과 포스터 세션, 전시회, 문화의 밤, 언어별 참가자 모임 등 200여개의 세션이 열렸다.
21일 열린 개막식에는 바바라 리슨 국제도서관협회연맹 회장, 앨더만 사이드 카스미 로테르담 부시장, 구나이 우스루 네덜란드 문화미디어부 차관, 로베르튀스 데이크흐라프 네덜란드 교육문화과학부 장관, 라우렌틴 네덜란드 공주 등이 함께했다.
구나이 우스루 문화미디어부 차관은 "이 자리에 모인 많은 사람들이 도서관을 사랑하며 도서관을 신뢰하고 있다. 이는 매우 인상적"이라면서 "도서관은 우리가 성장하는 공간이며 서로 연결되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로베르튀스 데이크흐라프 교육문화과학부 장관은 "정보가 급증하는 가운데 도서관과 도서관인, 정보전문가들은 지식정보와 우리 사회를 연결하고 지식 격차를 줄이는 다리(bridge) 역할을 할 수 있다"면서 "도서관의 그와 같은 역할은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라우렌틴 공주는 "도서관은 외로움의 반대말이며 그것이 우리 사회에 도서관이 필요한 이유"이라면서 "점점 사회에서 지식정보의 디지털화가 중요해지고 있지만 그만큼 물리적 연결과 공간이 중요하며 도서관은 그것을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AI·포용과 지속가능성 = '함께 일하자, 도서관하자'는 대주제 아래 여러 세션에서는 △인공지능(AI) △포용과 지속가능성이 주된 주제로 다뤄졌다.
우선, 이용자들의 디지털문해력 향상, 사서 업무 자동화, AI 기술적용의 윤리적 문제 등 다양한 측면에서 AI의 활용 사례가 공유됐다. 국립도서관 분과가 주최한 세션에서는 '생성형 AI에 의한 창작물의 저작권을 인정하고 국가장서에 포함할 것인가'에 관해 각국의 사례가 공유됐다.
포용과 지속가능성 관련, UN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의 실행을 위한 각 분야 다양한 활동이 공유됐다. UN 지속가능발전목표는 전세계 빈곤을 종식시키고 지구를 보호하며 2030년까지 모든 사람들이 평화와 번영을 누릴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한 목표를 뜻한다. 다양성과 포용을 주제로 교육의 중요성, 다양한 격차해소를 위한 활동, 탈식민지화, 소수언어 보존 등에 대한 각국 도서관의 경험과 사례가 공유됐다.
지속가능성의 경우, 모든 주제의 상위에 존재하는 개념으로 다뤄졌으며 한국의 도서관 사례가 의미 있게 공유됐다. 특히, '친환경도서관상'(Green Library Award)에서는 서울도서관이 최고의 녹색도서관 프로젝트 분야 3위에 올랐다. 친환경도서관상은 지속 가능한 친환경도서관을 개발하고 환경 교육 관련한 도서관의 사회적 책임과 인식을 제고하기 위한 상이다.
서울도서관은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한 서울도서관의 친환경 프로젝트'라는 주제 아래 △'책읽는 서울광장' 및 서울도서관의 환경 관련 서비스 활동 행사 △서울시 협력 부서 및 외부 환경기관 등과 연계한 프로젝트 등을 주요 내용으로 지원했다. 한국 도서관 최초 국제도서관협회연맹 국제상 지원이면서 좋은 성과를 냈다.
또 '첨단기술을 적용한 도서관 공간 혁신'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기술 적용' 등 세션에서 한국의 국립중앙도서관 사례가 공유돼 많은 국가들의 관심을 받았다. 국립중앙도서관은 AR VR 등 첨단기술을 활용한 실감형 체험관인 '실감서재'를 운영해왔다.
22일부터 23일까지 열린 포스터세션에서는 '이용자를 위한 사서의 혁신적인 과제: 사서가 주도하는 도서관 마케팅'(충남도서관) 등을 주제로 한국인 5명(팀)이 참가해 전세계 도서관인들과 교류했다. 신배재 충남도서관 사서는 "세계 각국의 도서관인들과 함께 포스터 전시와 설명을 진행하면서 서로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면서 "한국의 도서관이 전세계 도서관계를 선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2024년 세계도서관정보대회 개최지로는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가 선정됐다. 개최지 선정 이후, 아랍에미리트 정부에서는 '성소수자'(LGBTQ+) 위원회가 여는 회의 및 세션을 자국 이외의 곳에서 개최할 것을 통보해왔다. 이에 국제도서관협회연맹은 두바이 개최에 대해 회원 대상 설문을 실시했고 총회에서는 아랍권 국가 대 북미 유럽 국가들 사이에 격론이 펼쳐졌다.
25일 열린 폐회식에서 다음 개최지를 발표할 때 두바이 개최에 항의하는 의미로 무지개 깃발이 내걸렸다.
◆'한국인의 밤'에서 교류·소통 = 한국도서관협회 대표단 등 한국인 참가자들은 21일 '한국인의 밤'을 열고 교류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종률 문체부 지역문화정책관은 "가장 강력한 사회적 인프라인 도서관이 국민의 지력과 문화적 상상력을 키우고 국민 삶과 함께 살아 숨쉬는 지식문화 플랫폼으로 자리매김을 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박주옥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관장은 "시대가 어떻게 바뀌어도 도서관은 모든 이용자가 개인의 신체적 장애 유무나 사회경제적 상황에 구애 받지 않도록 공평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며 특정 이념을 넘어 모든 자료를 수집,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도서관협회 대표단은 대회 참가 이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벨기에 브뤼셀, 독일 쾰른을 방문해 도서관들을 탐방했다. 대표단을 이끈 곽승진 한국도서관협회 회장(충남대 문헌정보학과 교수)는 "세계적으로 지속가능성과 환경 분야에 대한 도서관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면서 "한국도서관협회도 지역사회를 위한 도서관의 혁신적인 서비스와 정보자원에 대한 기회 제공 및 민주적 접근을 위한 공간으로 K-라이브러리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발전을 촉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