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에 쓰이지 않는 재난예비비

2023-10-04 10:43:12 게재

지출율 턱없이 낮아

용혜인 "비축용 의심"

기후위기에 따른 홍수 태풍 등 자연 재해의 심각성이 더해가면서 재난재해 예비비가 요긴하게 쓰일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지방자치단체들이 재난 예비비를 여유자금 비축 용도로 사용하는 정황이 확인됐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행정안전부로부터 제출받은 '전국 243개 지자체 재난재해 예비비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자체들은 추경예산 편성시 재난 예비비를 당초예산 때보다 2.7배 증액했지만 지출액은 30~40%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출액이 0원인 지자체도 2021년 19개, 2022년에 25개로 나타났다.

4일 용 의원에 따르면 2021년 전국 214개 지자체의 일반회계 예산총액은 246조원에서 306조원으로 24.7% 증가했다. 재난 예비비는 예산 증가율을 훨씬 상회해 1조2711억원에서 2조7200억원으로 166% 증가했다. 하지만 막상 결산서를 통해 확인된 재난 예비비 지출액은 1조1700억원으로 43.1%에 불과했다.

2022년에는 더 심각해졌다. 추경 예산이 23.8% 증가할 때 재난재해 예비비는 165% 증가했는데, 지출율은 28.7%로 전년 대비 대폭 떨어졌다. 지출액은 97억원으로 추경 때 증액된 재난 예비비 2조1000억원의 절반에도 못미쳤다.

2021년 최종예산 기준으로 재난 예비비가 편성되어 있는 214개 지자체 중 34개 지자체는 지출율이 10% 미만이었다. 지출액이 0원인 지자체도 19개나 됐다. 2022년에는 지출율 10% 미만 지자체가 70개, 지출액 0원인 지자체는 25개로 증가했다.

용 의원은 지출액이 0원인 지자체들이 재난 예비비를 여유자금 비축용으로 사용한다고 의심했다. 용혜인 의원은 "홍수·태풍·폭염 피해가 커지는데도 재난 예비비가 지자체 여유자금 비축용으로 활용되는 것은 지역 주민들이 기후재난에 더해 예산재난까지 겪는 것"이라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모두 올해 심각한 세수 결손 상황에 직면해 있는데 이번 국정감사에서 재난 예비비가 제 역할을 하도록 제도 개선 방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재난재해 예비비는 예상치 않은 재해 발생에 대비해 지자체가 일반 예비비와 별도로 예산을 편성할 수 있는 목적 예비비다. 일반 예비비는 예산총액 대비 1% 이내 제한 규정이 있지만 재난 예비비 편성 비율은 지자체 재량이다.

김신일 김형선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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