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협동조합 '산림바이오산업' 기반 다진다

2023-11-01 11:36:07 게재

8개지역 신품종재배단지 시범사업 운영

4년차 자리매김 … 중장기전략 시급

연합회 결성해 연대로 공통고민 해소

우리나라 산림면적은 634만ha로 전국토의 60%에 이른다. 산림식물자원은 6509종(관속식물 4348종, 버섯 2161종)이다. 풍부한 숲은 우리에게 많은 가치를 제공한다. 산림청은 숲의 공익가치를 259조원으로 평가했다. 국민 1인당 연간 499만원의 혜택을 받고 있는 셈이다.
10월 11일 임상섭(오른쪽 앞줄 여섯번째) 산림청 차장이 전북 장수군 번암면에 위치한 장수틔움사회적협동조합 사무실에서 8개지역 품종별 사회적협동조합 관계자들과 신품종재배단지 시범사업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사진 장수틔움사회적협동조합 제공


최근 산림이 바이오산업의 천연원료 공급원으로 떠오르면서 그 가치는 더 커지고 있다. 기업들이 약용식물 임산물 등의 천연성분 효능에 주목한 것이다.

천연성분은 이미 의약품 화장품 기능성식품의 핵심원료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바이오산업은 생명공학기술(BT)을 기반으로 생물의 기능과 정보를 활용해 다양한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산업을 일컫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30년 바이오경제시대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오리온마켓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바이오산업 시장규모는 2021년 5837억달러에서 연평균 7.7%씩 성장해 2027년 9113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우리 정부도 국내 바이오산업 생산규모를 2020년 43조원에서 2030년 100조원 규모로 성장시킨다는 목표를 세웠다.

◆기업들 산림자원 효능에 주목 = 제약회사들은 다양한 산림바이오원료를 활용해 의약품을 만들고 있다.

아스피린(ASPIRIN)은 해열 진통제로 널리 쓰이는 약이다. 124년 전에 조팝나무 종류인 메도우스우트(Meadowsweet) 추출물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팔각회향과 개똥쑥은 신종플루와 말라리아 치료제에 활용되고 있다.

유황나무는 관절, 붓순나무는 독감, 병풀은 염증, 서양주목나무는 항암, 고욤나무는 아토피의 치료제 주원료로 쓰이고 있다. 주목나무 잎(항암제), 엉겅퀴(간장질환), 녹차 카테킨(피부질환), 은행잎(혈액순환), 에키나시아(면역) 등도 의약품으로 제품화됐다.

국내 제약사들도 약용식물을 이용해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일동제약이 멀구슬나무 열매로 치매치료제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환인제약 대화제약 SK케미칼도 각각 당귀 산조인 할미꽃뿌리를 기반으로 치매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헛개나무과병추출분말, 마리골드꽃추출물, 쏘팔메토 열매 추출물, 참당귀 추출분말, 석류농축액, 참당귀 추출분말, 백수오 등은 건강기능식품으로 만들어졌다.

정부도 산림바이오산업 기반구축에 나섰다. 2008년부터 농업유전자원법을 제정해 자원관리에 뛰어들었다. 국립산림품종관리센터에서는 지금까지 밤나무 표고 구절초 등 634개 품종을 출원했다. 이중 334개 품종이 신품종으로 등록돼 품종보호권을 획득했다. 국립산림과학원 산림바이오소재연구소는 약용식물 임산물 등의 효능을 밝혀내고 이를 사업화하도록 기술을 지원하고 있다.

◆국내 공급체계 미약해 수입 의존 = 산림바이오원료 수요가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국내생산과 공급체계가 미약해 천연물질의 67% 이상을 해외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바이오기업 설문조사(2021년 10~12월)에서 기업들은 산림바이오원료 수급 시 애로사항으로 △높은 가격과 가격변동성 △물량 확보 순으로 응답했다. 해외원료 조달 이유로 △가격경쟁력 △물량 확보 용이성을 꼽았다. 결국 산림바이오 분야 부가가치를 높이려면 충분한 물량 확보와 품질이 핵심인 셈이다.

산림청은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산림신품종재배단지 지원사업'을 2019년 시작했다. 이 사업은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해 100% 국비로 국유(지)시설인 재배포지와 관리시설을 조성하는 정책이다. 2022년까지 설립된 8개 재배단지 중 5개(평창 하동 광양 장수 해남) 시설이 거의 완공됐다.

지역 이해관계자인 임업인(지역 작목반), 육종가, 마을주민, 소비자, 신품종 특허권자 등 지역별로 50명 이상의 조합원으로 구성된 사회적협동조합이 운영하는 게 특징이다.

사업초기 시행에는 착오가 있었지만 5년차에 접어들면서 서서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산림청 국립산림품종관리센터 장용석 품종심사과장은 "이제 조합원 능력을 키워 산림자원식물과 신품종의 산업화를 통한 산촌활성화에 주력할 예정"이라며 "신품종재배단지가 산림바이오산업 원료기지 역할은 물론 국민들이 즐겨찾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2019년 10월 설립된 지리산하동산초사회적협동조합은 2021년 8월 국내 최초로 신품종 열매를 응용한 산초차를 상품화해 판매하고 있다. 산초차에 이어 에센셜 오일 추출, 목욕제 등을 개발하고 있다.

2020년 10월 국립산림과학원이 개발한 복분자(정금3호, 4호)를 재배하는 작목반 조합원 30여명은 광양햇살사회적협동조합을 설립했다. 재배한 복분자 열매는 효능과 사업성을 인정받아 KGC인삼공사(정관장)에 전량(반건조 약 1톤) 납품되고 있다. 하지만 납품요구량(4톤)에 비해 재배면적이 턱없이 부족해 대책을 고민 중이다.

장수틔움사회적협동조합은 장수군과 협력이 주목된다. 해남산야사회적협동조합은 해남군 해남군산림조합과의 협력체계 구축이 활발하다. 이 외에도 평창 세종 김천 산청은 산사나무 호두나무 꾸지뽕 등 신품종을 중심으로 재배단지 조성과 협동조합에 의한 농산촌 활성화를 견인하고 있다.

지난해 8월에는 '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가 결성됐다. 협동조합 간의 협동과 연대를 통해 공통 애로사항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박광기 신품종틔움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 회장은 "전체 8개 지역, 400명의 조합원 수는 현재 650명 이상으로 규모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단기성과보다 지속가능성 중요 = 사회적협동조합을 통한 품종관리와 확산은 '나고야의정서' 이행에 적합한 방향이라는 평가다. 지역별 품종에 특화된 사회적협동조합으로 국내 유전자원 보존과 관리, 이익공유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고령화와 지역소멸위기의 최전선에 놓인 산촌상황을 전환시킬 계기가 될 수 있다.

나고야 의정서는 생물자원에 대한 배타적 권리를 인정하고 유전자원 이용 때 발생하는 이익의 공유를 의무화하고 있다. 2017년 '나고야 의정서'가 우리나라에서도 발효됐다.

따라서 신품종재배단지의 지속가능성이 중요해졌다. 산림청-사회적협동조합-지방자치단체의 협력체계 고도화와 중장기 전략이 필요한 이유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단기성과보다 장기비전을 근거해 지원정책을 짜야 한다고 주문했다.

장승권 성공회대 교수는 "신품종재배단지를 운영하는 사회적협동조합들은 중소기업으로 중소기업 정책지원을 받을 수 있다"며 "산림바이오산업이 무너지는 산촌경제를 살리는데 도움이 되도록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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