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09
2024
지난 5일 공정거래위원회가 구글에 유튜브 뮤직 끼워팔기 심사보고서(검찰의 공소장 격)를 발송했다. 조사 착수 뒤 무려 1년6개월, 논란이 된 지 2년이 넘었다. 유튜브가 프리미엄(월 1만4900원)을 구독하면 ‘유튜브뮤직’을 함께 제공한 것이 공정거래법 위반이란 게 공정위 판단이다. 유튜브의 끼워팔기는 국내 음원시장에서 제대로 ‘먹혔다’. ‘끼워 팔린’ 유튜브뮤직은 국내 음원 시장에서 토종 멜론을 앞지르고 사상 처음으로 1위 자리를 꿰찼다. 동영상 스트리밍에 이어 뮤직까지, 국내 콘텐츠 플랫폼이 글로벌 공룡 유튜브에 장악된 셈이다. 시장조사기관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유튜브뮤직의 월간이용자수(MAU)는 650만명으로 멜론(624만명)을 앞질렀다. 실제 유튜브뮤직은 ‘끼워팔기’ 후 무서운 기세로 성장했다. 2022년 1월 408만명이었던 MAU는 2년 만에 200만명 이상 급증했다. 같은 기간 멜론은 769만명에서 624만명으로 100만명 이상 감소했다. ‘국내 디
07.08
국민의힘 대표 경선에 나선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이 김건희 여사와 나눈 메시지가 화제다. 명품백 수수 사건의 해법을 논의했는데 한동훈이 이를 무시했다는 것이다. 한동훈-반한동훈으로 갈린 여권 안에서는 중차대한 문제인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론 김 여사가 한 전 위원장에게만 메시지를 보냈을지가 더 궁금하다. 장관이나 국회의원, 공기업 대표 등에게는 연락이 가지 않았을까. 명품백과 화장품을 선물한 최 목사와 주고받은 메시지를 본다면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 21대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에 막혔던 채 상병 특검법이 22대 국회에서 다시 의결됐다. 정부여당은 법안 제출 시점부터 거부입장을 주장하고 있으니 재표결에서 여당 이탈표가 얼마나 나올지가 관건이다. 여당이 기존 수사시스템 대신 특검을 반기며 받아들일 리는 없다. 당연히 야당의 목소리가 다수 반영되고 영향력이 클 수밖에 없다. 특히 국민적 공감대가 높은 사안이라면 여권은 불리해도 이를 수용하는 것이 맞다. 분노게이지를 낮춰 한꺼
3년 전쯤 한국인 10명 가운데 6명은 ‘만성적 울분’ 상태라는 조사결과가 있었다. 가장 큰 이유가 ‘부도덕·부패한 정치’ 때문이라는 게 더 흥미롭다. ‘정치인의 부도덕·부패’가 차지하는 울분 순위는 해가 갈수록 높아졌다.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팀의 조사연구 결과였다. 같은 조사를 지금 해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았을 듯하다. 실제로 올해 초 국민권익위원회가 발표한 2023년 부패인식도 조사에서 국민의 절반 이상이 한국 사회가 부패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배경에는 역시 정치가 있다. 국민 10명 중 7명이 정치권을 비리의 온상처럼 여긴다. 이런 인식이 2022년 조사 때보다 높아졌다. 부정부패·비리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는 전·현직 국회의원과 고위 공직자들이 끊이지 않는다. 전직 주요 정당 대표도 두 사람이나 된다. 여야도 가리지 않는다. 물증이 명백해 보이는 혐의를 정치공작으로 돌리는 일이 관행처럼 됐다. 불법과 부정부패 혐의를 받으면서 국회의원에 출마해
07.05
지난달 28일 법무부가 기자들에게 예정에 없던 공지문을 보냈다. 대변인실 명의의 공지에는 “언론기사에서 대통령의 ‘거부권’과 ‘재의요구권’이라는 용어가 혼재돼 사용되고 있다”며 “대한민국 헌법에는 대통령의 법률안에 대한 ‘거부권’이라는 용어는 없고 ‘재의요구권’만 있을 뿐”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거부권’이라는 용어가 헌법이 규정한 적법한 입법 절차인 ‘재의요구권’에 대해 자칫 부정적인 어감을 더할 수 있어서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아닌 게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잦은 ‘재의요구권’ 행사에 국민 여론은 ‘부정적’이다. 지난 1월 윤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국회에 재의요구한 직후 이뤄진 전국지표조사(NBS)를 보면 응답자의 65%가 ‘잘못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긍정적인 답변은 23%에 불과했다.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 재의요구에 대해서도 부정평가가 64%에 달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2년여 동안 14차례나 재의요구권을 행사했다. 1987년 민주화
07.04
중국 북부 항구도시 톈진시가 운영하는 톈진연안방송국이 1일부터 북극해 기상정보를 방송하기 시작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러시아 해안을 따라 베링해협, 드미트리 라프테프해협, 벨리키츠키해협, 카라해협 등의 해빙 상황을 분석하고 예보를 전한다. 중국은 말라카해협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수에즈운하를 대신할 북극해 항로를 더 많이 활용하려 한다. 북극해에 연결된 해안선은 없지만 2018년 이후 ‘북극인접국가(Near-Arctic State)' 정책을 명확히 하고 있다. 지구평균보다 더 빠른 속도로 온도가 상승 중인 북극해는 중국까지 뛰어든 지정학적 전략경쟁으로 더 뜨거워지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해양굴기에 위기의식을 느끼고 해양판 공급망 재편을 논의 중이다. 미 의회는 지난 4월 중국의 해양굴기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 해양전략을 위한 의회지침’을 함께 발표했다. 지침은 극지방에서 미국의 이익을 위협하는 경제적 정치적 군사적 요인에 대응하고, 미국의 선박건조 능력을 키우며 미국
07.03
“이주노동자에게 안전교육만 제대로 실시하고 위험물질에 대한 안전장치를 갖췄다면 무고한 인명피해를 막을 수 있었을 겁니다.” 네팔 출신 노동자인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위원장이 최근 경기 화성시 아리셀공장 화재현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이 자리에서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대책위원회’(가칭)는 “이번 화재는 유해위험성 관리를 사업장에만 맡기는 위험의 외주화로 인한 참사”라며 재발방지를 위한 안전관리시스템 마련을 촉구했다. 실제 화재가 난 지난달 24일까지 아리셀에 용역업체를 통해 투입된 근로자들은 “안전교육을 받은 적이 한번도 없고 비상구가 어딨는지도 몰랐다”고 주장해 경찰이 사실확인에 나섰다. 그런데 참사가 발생한 아리셀 공장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서 최근 3년간 위험성평가 우수사업장으로 인정받아 산재보험료 감면혜택까지 받았다고 한다. 정말 어이없는 일이다. 그런데 정부의 안전관리 실상을 알면 더 혀를 차게 된다. 2015년 유해화학물질법이 개정된 이후 관련 사업장의
07.02
21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던 ‘이사의 충실의무’ 관련 상법 개정안 논란이 뜨겁다. 22대 국회가 열리자마자 더불어민주당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해소해야 한다’며 개정안을 제출했다. 여당과 현 정부도 밸류업 프로그램 활성화를 위해 찬성하는 모습이다. 현행 상법 제382조의 3 ‘이사충실의무’ 조항에 따르면 “이사는 회사를 위하여 그 직무를 성실하게 수행하여야 한다”로 되어 있다. 개정안은 ‘회사를 위하여’를 ‘회사와 주주를 위하여’로 바꾸자는 내용으로 이사의 의무를 회사뿐 아니라 주주들에게도 신의 성실해야 함을 법으로 명시하자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한국경제인연합회(구 전경련) 등 경제단체들은 ‘상법 개정 반대’ 의견서를 국회에 제출하는 등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위와 같이 상법이 개정될 경우 기업의 신속한 경영판단을 막아 기업 경쟁력이 저하되고 형법상 배임죄 처벌 등 사법리스크가 막중해질 수 있으며, 글로벌 행동주의펀드의 먹잇감이 되는 부작용이 우려된
07.01
김진표 전 국회의장이 자서전에 담은 윤석열 대통령과의 독대 대화가 화제다. 김 전 의장은 “윤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가 특정 세력에 의해 유도, 조작된 사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썼다. 박홍근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이 ‘좌파언론들이 사고 2~3일 전부터 사람이 몰리도록 유도한 방송을 내보낸 이유도 의혹’ ‘사건의 의혹을 먼저 규명하지 않고 이상민 장관을 사퇴시키면 혹시 나중에 범죄 사실이 확인될 경우 좌파 주장에 말리는 꼴’이라고 말했다”는 전언까지 공개했다. 김 전 의장은 “극우 유튜버 방송에서 나오는 음모론적인 말이 대통령의 입에서 술술 나온다는 것을 믿기 힘들었다”고 썼고, 박 전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이 극우성향의 유튜브에 심취해 있다는 말은 여러번 들었다”며 “지금도 극우 유튜버들의 음모론을 사실로 믿고 있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이번 사건은 진실 여부와 상관없이 ‘정치의 유튜브 시대’가 도래했음을 분명히 하는 역할을 했다. 극우 강
06.28
가수 김호중씨가 ‘음주 뺑소니’로 기소된 뒤에도 뒷이야기가 무성하다. 그중 하나가 경찰 3차 출석조사 때의 귀가 공개 논란이다. 김씨는 지난달 21일 강남경찰서 조사 후 귀가할 때 1층 로비로 나가라는 요구를 받았다. 김씨측은 들어올 때처럼 지하주차장으로 나가게 해달라고 했지만 수사팀은 “상급청 지시”를 이유로 사실상 ‘언론 앞에 설 것’을 통보했다. 6시간을 버티던 김씨는 결국 언론의 플래시 세례를 받으며 로비로 나왔다. 김씨 변호인은 “인권침해”라고 반발했다. 여기에 서울경찰청장이 기자간담회에서 “김씨 변호인이 강력히 비공개 소환을 요청했는데 초기에 강남서에서 잘못 판단한 게 아닌가 싶다”면서 “모든 경우 비공개(조사)해야 하고 특별한 조치를 해야 하는 걸로 귀결된다. 그게 인권에 부합하는 조치인가”라고 해 논란을 부추겼다. 경찰의 이 말은 사실 틀렸다. 현행 수사규칙에 따르면 피의자 출석조사는 비공개로 하도록 하고 있다. 김씨가 지하로 들어왔다면 지하로 나갈 권리가
06.27
29대 특허청장 부임을 축하드립니다. “지금은 기술이 곧 경제이자 안보로 직결되는 시대다. 지식재산이 기술패권경쟁시대의 창과 방패로 핵심 역할을 해야 한다.” 청장님 부임사의 앞부분입니다. 진심으로 공감합니다. 말씀처럼 한국경제가 도약하려면 산업과 과학·기술 중심으로 혁신을 통한 역동적 성장을 이뤄내야 합니다. 그래서 취임사에서 ‘지식재산을 기반으로 경제안보 확립’을 강조했다고 생각합니다. 핵심기술에 대한 촘촘한 보호망을 구축해 우리의 기술경쟁력을 지키고 국부유출을 방지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이유이기도 하구요. 청장님의 지식재산 보호 의지를 믿고 감히 부탁드릴까 합니다. 21대 국회 때 발의됐다 폐기된 지식재산보호 관련 법 제정에 혼신의 힘을 다해 주십사하는 겁니다. 제21대 국회가 마무리되며 폐기법안은 모두 75건입니다. 이 가운데 △한국형 증거수집제도(특허법) △변리사의 특허침해소송 공동대리(변리사법)는 청장님이 강조하신 ‘한국경제 역동성 회복’에 꼭 필요한 제도입
06.26
지난 5월 전남 무안군 현대엔지니어링의 ‘휜 스테이트’(외벽 휘어짐), 2023년 4월 인천 검단 GS건설의 ‘순살아파트’(철근 누락), 2022년 1월 HDC현대산업개발의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그동안 사회적 이슈가 됐던 이같은 건설공사 하자의 원인으로 건설기능인의 고령화와 숙련인력 부족이 꼽힌다.<관련기사 ‘건설업 고령화 청년층 진입’(https://www.naeil.com/news/read/512080) 참조> 하지만 우리나라 청년층들은 건설현장을 기피하고 있다. 불투명한 직업전망, 낮은 연간 소득 위험한 작업환경 등 때문이다. 사회적으로도 건설노동자들을 ‘노가다’라고 무시한 지 오래다. 미국이나 독일에서도 건설노동자가 ‘노가다’였고 저임금의 외국인 노동자들로 대체됐던 적이 있었다. 지금의 우리나라 건설현장과 비슷했다. 그런데 미국은 1927년 뉴욕주의 퇴역군인병원 건설공사를 계기로 ‘프리베일링 웨이지(Prevailing Wage, 평균임금)’를 공공공사에
06.25
금융산업노조는 조합원 10만명에 육박하는 우리나라 대표 산업별노조다. 시중은행과 국책은행에서 일하는 은행원이 조직의 주축이다. 이 노조는 우리나라 민주화와 산업화, 정보화 역사와 함께했다. 4.19혁명의 열망을 이어 받아 1960년 7월, 지금은 없어진 조흥 상업 제일 한일 서울은행 은행원이 중심이 돼 조직을 결성했다. 1987년 6.10민주항쟁 때는 군부독재를 무너뜨린 ‘넥타이부대’의 상징이었고, 1997년 평화적 정권교체에도 앞장섰다. 1970~1980년대 고도성장기에는 자원이 부족한 나라에서 산업의 혈맥으로서 자금을 융통하는 최전선에서 국민경제의 한축을 담당했다. 컴퓨터는 물론 변변한 계산기도 없이 주판알 굴려가며 은행문 닫고 밤늦게까지 시재금을 맞춰가며 일했다. IMF 외환위기 때는 수많은 은행원이 눈물로 직장을 떠나야 했다. 이제는 ‘핀테크’ ‘가상자산’ 등의 출현으로 금융환경이 크게 변하면서 은행은 철 지난 레거시금융 취급을 받는다. 그래도 여전히 가계나 기업,
06.24
“지금 우리 당 상황을 보면 1년 뒤, 2년 뒤가 아니라 몇 달 뒤도 불안한 상황이다.”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23일 국민의힘 당권 출마 선언 후 기자들과 질의응답하며 한 말이다. 당 대표가 되면 지방선거나 대통령선거에 도전 안 하냐는 질문에 대해 너무 먼 미래 이야기는 하지 말자는 취지의 답변이었다. 그런데 불확실성을 강조하려던 그의 수사가 공교롭게도 현 국민의힘 상황을 너무 잘 요약하고 있어 들으면서 쓴웃음이 났다. 국민 입장에서 보면 국민의힘의 상황은 몇달 뒤로 갈 것도 없이 윤석열정부 출범 후 2년 내내 불안한 모습이었다. 가장 큰 이유는 리더십의 잦은 붕괴다. 윤석열정부 2년 동안 당 대표 역할을 한 사람은 8명이었다. 대표, 대표 권한대행, 비상대책위원장이라는 직함을 삭제하고 이름만 나열해보면 이준석 권성동 주호영 정진석 김기현 윤재옥 한동훈 황우여 등이다. 리더십 교체 때마다 새로 선임된 비상대책위원이니 사무총장이니 각종 직함을 받은 당직자들 숫자를 세보
06.21
초미세공정으로 이뤄지는 첨단반도체 업계는 나노단위 경쟁을 벌인다. 1nm는 10억분 1m다. 챗GPT로 상징되는 AI혁명은 제시어 입력만으로 몇분 만에 영화같은 동영상을 만들어 낸다. 이뿐만 아니다. 이미 기술개발을 마친 도심항공드론은 승객을 태우고 잠실한강공원에서 인천공항까지 20분이면 날아간다. 이만큼 과학기술이 발달했지만 여전히 한쪽에선 비만 오면 생명을 잃을까 가슴을 졸이는 사람들이 있다. 침수피해를 걱정하는 반지하 가구들이다. 지자체와 언론들은 장마철이 다가오자 물막이판 설치 숫자로 공방을 벌인다. ‘1년 동안 뭐하느라 아직도 미설치 가구가 이렇게 많으냐’라는 언론의 지적에 지자체는 ‘집주인 반대로 설치하고 싶어도 하지 못했노라’고 답답해 한다. 하지만 기자가 찾아간 침수사고 집중 지역 주민들은 다른 이야기를 했다. 물막이판이 설치되면 침수 피해를 줄이겠지만 그것만으로 인명사고를 막을 순 없다는 것이다. 집 구조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서울 지자체들에서 쓰
06.20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가장 고통받는 곳은 밑단에 있는 하청업체다. 발주처는 계약에 따른 공사비만 지급하면 되고 원청인 건설사는 원재료를 납품하는 하청에 이를 전가하면 그만이다. 원가에 못 미치는 저비용으로 공사를 하려는 발주처와 자잿값이라도 아껴 손해를 줄이려는 건설사의 오랜 관행은 부실공사를 일으킨다. 국민 주거를 불안하게 하는 원인이다. 지난해 인천 검단신도시 신축 아파트 단지 주차장 붕괴, 지난 5월 전남 무안의 한 아파트단지 부실시공에 의한 대규모 하자 발생이 대표 사례다. 발주처가 이처럼 배짱 발주를 할 수 있는 것은 ‘물가변동 배제 특약’ 때문이다. ‘물가변동 배제 특약’은 자재가격에 어떤 변화가 오더라도 이미 계약한 공사비를 추가로 줄 수 없다는 일종의 압력이자 불공정 거래다. 최근 1년 사이 공사비(서울지역 주택 시공 기준)가 30% 이상 인상됐지만 공사비 인상을 요구할 수 없도록 만든 족쇄와 같은 계약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대법원이 ‘물가변동 배제 특약
06.19
부산이 글로벌 허브도시가 되기 위해 분주하다. 글로벌 허브도시는 박형준 시장이 2021년 취임한 이래 일관되게 얘기해온 부산의 미래비전이다. 두바이 싱가포르 홍콩 등이 모델이다. 이 도시들의 공통적 특징은 세계적인 금융도시이고, 바다를 끼고 있으면서 초고층 건물로 상징되는 마천루가 즐비하다는 점이다. 부산도 바다에 접해 있고, 금융중심지이니 이들 모델에 근접해 보인다. 부산을 찾은 사람들은 엄청난 높이의 건축물들에 깜짝 놀란다. 해운대와 광안리 등 바닷가에 즐비한 초고층 건축물들은 부산을 상징하는 랜드마크가 된 지 오래다. 전국에서도 초고층 건축물이 가장 많은 도시가 부산이다. 그런데 특징적인 것은 부산에서 지어지는 초고층 건축물의 거의 모두가 주거용이라는 점이다. 초고층 건축물 42개 동 중 순수 상업용으로만 사용되는 건물은 63층의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한동 뿐이다. 나머지는 아파트거나 레지던스, 생활형 숙박시설, 오피스텔이라는 이름으로 주거용을 병행해 사용되는
06.18
자영업자들이 급격히 무너지고 있다. 전체 외식업체의 21.52%에 달하는 17만6258곳이 지난해 폐업했다. 생계비를 마련하지 못한 취약계층(저신용·저소득)들은 생활고를 겪고 있다. 지난 1년간 서민금융진흥원의 소액생계비대출을 받은 취약계층은 18만명을 넘어섰다. 고금리·고물가 여파는 이들 취약계층들에게 더욱 가혹했다. 코로나19 당시 금융지원 확대로 자영업자들은 한숨을 돌렸지만, 대출로 연명해온 이들은 장기적인 고금리 환경으로 인해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는 벼랑 끝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정부가 금융권을 동원해 또다시 금융지원을 할 수도 있겠지만 갚기 어려운 빚만 더 늘어나고 연체 증가에 따른 금융회사의 부담만 커지는 악순환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 2022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한국의 자영업자 비율은 23.5%에 달한다. 일본과 독일, 미국이 각각 9%, 8%, 6%대인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다. 물가는 가파르게 상승하고 고금리에 따른 이자부담이 커진
06.17
윤석열 대통령이 중앙아시아 3개국 국빈방문 일정을 마치고 16일 새벽 귀국했다. 취임 후 17번째, 지난해 12월 네덜란드 이후 6개월 만의 해외순방이다. 이번 순방은 유독 일정지연이 많았다. 5박 7일 중 출국이 늦어진 날이 절반에 육박했다. 특기할 만한 점은 원인이 한국 아닌 방문국 쪽에 있었다는 사실이다. 첫 방문국 투르크메니스탄을 떠나던 11일에는 최고지도자 구르반굴리 베르디무하메도프가 계획에 없던 공항 환송을 나와 윤 대통령의 발걸음을 늦췄다. 그는 윤 대통령의 차에 동승하더니 자국의 석유가스 개발과 미래형 신도시 건설 등 주요 프로젝트에 한국 기업들이 참여하길 희망한다고 했다. 이번 국빈방문 계기로 성사된 가스전 탈황설비, 폴리머 플랜트 사업과는 별개의 중장기 프로젝트들이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구르반굴리 최고지도자가 친교일정에서 자국의 노후 플랜트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았는데 ‘소프트웨어를 바꿔야 한다’고 제안한 윤 대통령의 식견이 마음에 든 듯 했
06.14
사법부가 위기에 처했다는 말이 외부는 물론 내부에서도 자주 나오고 있다. 그 이유는 아마 사법부가 제자리를 잡고 있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외부적으로는 재판지연으로 인해 국민의 ‘신속한 재판 받을 권리’를 제대로 보장하지 못하는 일이 주요 원인으로 보인다. 헌법 27조 3항에는 “모든 국민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돼 있다. 특히 선거사건의 경우 1심을 6개월 내에 끝내도록 하고 있지만 이를 넘기는 사례가 수시로 일어나고 있다. 자치단체장이나 국회의원의 임기가 4년이지만 임기가 끝날 때까지 재판이 끝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또 정치인들이나 대기업 회장, 권력자들이 피고인인 경우 여러 수단을 동원해 재판을 지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이 사법부에 신뢰를 보낼 수 있을까.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는 말이 있듯이 국민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 ‘재판지연’ 문제를 빨리 해소해야 하는 것이 사법부의 당면 과제일 수밖에 없다. 조희대
06.13
의료 조건이 열악한 전남 동부권과 서남권이 의대 유치를 놓고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의대와 대학병원이 들어서면 인구증가에 도움이 되고 지역대학의 지속가능성이 한층 높아진다. 더군다나 가까운 곳에서 질 높은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는 장점을 고려하면 지역간 의대 유치 갈등은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문제는 근거없는 억측이 난무하면서 소모적 갈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순천시와 순천대는 전남도가 목포대를 염두에 두고 의대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며 전남도 주도 의대 신설 논의를 원칙적으로 반대한다. 여기에 삭발까지 강행한 정치인들이 주민들을 자극하고 있다. 일각에선 2년 후에 있을 전남지사 선거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해석까지 곁들여져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갈등은 지난 5월 전남도가 정부에 추천할 대학을 선정하는 공모절차를 밟으면서 한층 심해졌다. 전남도는 10월까지 정부에 추천할 대학을 선정할 계획이다. 이런 일정을 고려하면 소모적 갈등은 1년 내내 계속될 전망이다. 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