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24
2025
정치인에게 성공이란, 승리란 무엇일까. 표와 권력을 얻는 것일까 아니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것일까. 현재 우리 정치권을 보면 역사에 남을 만한 업적을 만드는 ‘지속되는 승리’보다는 당장의 권력에 도취한 ‘잠깐의 승리’에 치우쳐 있다. 찰나에 불과한 승리를 얻기 위해 정부는 행정권력을, 거대야당은 입법권력을 남용하는 중이다. ‘잠깐의 승리’에 취한 거대야당 더불어민주당은 탄핵소추를 남발하고 있다. 21일 이 정부 들어 벌써 30번째 탄핵소추안이 발의됐다. 민주당은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는 등 위헌 행위를 했다’며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을 탄핵하기로 했다. 그동안 민주당은 29건의 탄핵소추안을 발의해 13건을 통과시켰다. 민주당이 정부 인사들의 위헌·위법 행위를 바로잡겠다며 추진한 탄핵안은 헌법재판소에서 판판이 깨지고 있다. 벌써 8건의 탄핵안이 기각돼 직무가 정지됐던 이들이 제자리로 돌아왔다. 정부여당의 잘못을 심판하겠다는 명분은 자리를 잃고, 자신들의 정
03.21
소상공인의 삶이 악화일로다. 과열경쟁에 생산비용 상승, 소비심리까지 얼어붙은 탓이다. ‘벼랑끝’ ‘위기’ ‘죽을 맛’ 등이 소상공인을 상징하는 단어가 된 지 수년째다. 이는 각종 지표에서도 확인된다. 2023년 폐업사업자는 98만6000명이다. 비교 가능한 통계가 집계된 2006년 이후 가장 많다. 지난해 폐업자는 100만명을 넘겼을 것으로 추정된다. 노란우산공제 폐업공제금도 2019년 6042억원에서 2024년 1조3908억원으로 급증했다. 지난해 전체 취업자에서 자영업자 비율은 19.8%를 기록했다. 이 비율이 20% 아래로 떨어진 것은 1963년 통계집계 이후 처음이다. 최근 두달간 폐업한 자영업자가 20만명이다.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빚을 갚지 못하는 소상공인들이 급증하고 있어서다. 신용평가기관 나이스평가정보에 따르면 2024년 기준으로 개인사업자 중 금융기관 대출을 3개월 이상 연체한 이들은 1년 전보다 35% 증가한 15만5060명이었다. 이들이 갚지 못한 대
03.20
미국이 계란 파동에 이어 소고기 가격 충격에 빠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2기 임기를 시작하자마자 관세전쟁을 선포하며 기세 좋게 세계 각국을 포격했지만 정작 미국 내부의 속사정은 그다지 평탄한 것 같지 않다. 한국을 상대로 소고기 시장 추가 개방 압력을 넣던 미국은 결국 한국산 계란을 수입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충남 아산에 있는 계림농장은 조류 인플루엔자 유행으로 계란 가격이 폭등한 미국에 이달 초 특란 20톤을 수출했다. 국내 업체가 미국에 계란을 수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런 마당에 미국에서는 소고기 가격 급등으로 햄버거 가게가 문을 닫는 일까지 벌어졌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16일(현지시간) “미국인들은 계란뿐 아니라 소고기 부족 상황에도 직면해있다. 소고기 가격이 꾸준히 상승해온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농축산물에 대한 관세 부과를 예고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미국에서 다진 소고기 가격은 1파운드(453.6g) 당 5.6달러에 달한다. 2020년 1월 대비
03.19
행정수도 이전 개헌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2004년 ‘신행정수도의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을 위헌으로 결정한지 21년만이다. 행정수도 개헌 논의가 불거진 계기는 크게 두가지다. 우선 대통령실 위치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이 헌재에서 인용되고 조기대선이 치러질 경우 차기 정부의 대통령실을 어디에 둘지가 논란이다. 현재 서울 용산 대통령실을 유지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렇다고 예전 청와대로 다시 돌아가는 것도 만만치 않다. 자연스럽게 대통령 제2집무실을 건립하고 있는 세종시가 후보에 오르고 있다. 여기에 12.3 내란사태 이후 다양한 이유로 개헌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내란사태와 탄핵과정 등을 거치며 87체제의 헌법을 손봐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권력구조 지방분권 등도 대상이다. 대통령 집무실을 세종시로 옮기기 위해선 개헌이 필요하다. 2004년 당시 헌재는 수도를 이전하기 위해선 ‘헌법개정의 방법에 의하여만 가능하다’고 결정했다. 그런데 2004년
03.18
홈플러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를 향한 비판 여론이 날로 거세지고 있다. 약탈적 기업 사냥꾼을 시장에서 퇴출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아시아 최대 규모 사모펀드(PEF)가 홈플러스 투자로 막대한 수익을 챙긴 후 아무런 자구책도, 워크아웃 절차도 없이 기습적으로 기업회생을 신청한 무책임한 행태에 대한 분노가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국세청 세무조사에 이어 금융감독원의 검사 착수, 국회 정무위원회 현안 질의까지 MBK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은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MBK는 2015년 첫 홈플러스를 인수할 때부터 막대한 차입금으로 인수 금융을 만들어 재무구조를 악화시켰다. 시작부터 문제가 있었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당시 MBK는 4조원의 금융권 대출과 2조5000억원 규모의 블라인드 펀드, 7000억원의 상환전환우선주(RCPS)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했다. 이때 MBK는 첨단금융기법이라며 차입매수(LBO)와 세일앤리스백 방식을 내세웠다. 하지만 차입매수는 인수 대상기업 홈플러
03.17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임박한 가운데 국민의힘 중진의원들 다수는 여전히 반탄(탄핵 반대)에 앞장서고 있다. 5선 김기현 나경원 윤상현 의원을 비롯해 4선 의원들까지 연일 “탄핵을 기각·각하하라”고 목청을 높인다. 이들은 윤 대통령 체포를 막겠다며 관저 앞을 지키더니, 헌법재판소 앞 릴레이 시위를 주도하고, 탄핵반대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 15일 경북 구미에서 열린 탄핵반대 집회에 참석한 윤상현 의원은 “불굴의 박정희 정신으로 재무장해서 탄핵심판이라는 불구덩이에 놓여있는 윤 대통령을 구출해내고,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지켜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의원은 이날 윤 대통령을 수사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겨냥해 ‘공수처 불법 수사행위 진상조사를 위한 특검법’을 발의하기도 했다. 정치적 득실에 누구보다 민감한 중진들이 탄핵심판 결과가 낼 모레 나올 텐데 막판까지 탄핵반대를 고수하는 것이다. 여권 일각에서는 탄핵이 인용될 가능성을 대비해 “헌재 심판 결과에 승복하
03.14
중국 전자상거래(C커머스)들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알리익스프레스(알리)에 이어 테무까지 한국시장 직접진출을 선언했다. 쉬인은 국제인증기구로부터 200만개 제품 안전성 시험을 완료했다고 한다. 고질적인 제품 안전성 문제를 일부 해소했다는 다른 표현이다. 이 역시 한국에서 직접 장사하겠다는 속내다. ‘알테쉬’로 불리는 이들 C커머스는 상상을 초월하는 저가상품을 앞세운다는 게 공통점이자 강점이다. 지갑 얇은 한국소비자에겐 신세계나 다름없다. 부모로부터 용돈을 타서 쓰는(엄빠카드) 청소년 입장에선 달콤한 유혹 그 자체다. 수치만 봐도 그렇다. 애플리케이션(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이 20세 이상 한국인이 신용카드·체크카드·계좌이체로 결제한 금액을 표본조사한 결과 지난해 알리와 테무 결제추정금액은 각각 3조6897억원, 6002억원에 달한다. 두곳 결제금액을 합치면 전년 대비 85%나 급증했다. 고물가로 몸살을 앓는 한국소비자들에겐 뿌리치기 힘든 ‘온라인 동묘시장’이었던
03.1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기간 피격을 당하고도 주먹을 불끈 쥐어든 사진으로 ‘왕의 귀환’을 알렸다. 당시 그가 윤석열 대통령과 정상회담장에 함께 있는 모습을 상상하며 의외로 죽이 잘 맞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호불호를 떠나 유사한 풍채와 성향을 가진 두 사람이 만나면 흥미로운 상황이 펼쳐질 거라는 이야기를 지인들과 나누곤 했다. 12.3 비상계엄 전의 일이다. 윤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됐다가 얼마 전 풀려났다. 구치소 정문을 의기양양하게 걸어나온 그는 환호하는 지지자들을 향해 주먹을 쥐고 들어보였다. 마치 트럼프처럼. 탄핵심판 절차와는 무관한 일이지만 헌법재판소 담장 바깥의 격랑은 한층 거칠어졌다. 극렬 지지자들은 내친 김에 탄핵 기각까지 가자며 기세등등하다. ‘헌재 협박’은 이제 일상이 됐다. 숭어가 뛰니 망둥이도 뛴다고 서부지방법원을 때려 부순 난동꾼들은 ‘국민저항권’ 운운하며 “국가가 불법”이라고 입방아를 찧는다. 여기에 길
03.12
올해 초 경기도 부천에서 한 초등학생이 심폐소생술로 어머니를 구해 화제가 됐다. 부원초교 3학년 정태운(9)군은 늦은 밤 집에서 어머니가 갑자기 쓰러지자 119에 신고한 뒤 신속하게 심폐소생술을 했다. 현장에 도착한 구급대원들의 응급조치로 어머니는 호흡과 맥박을 되찾았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후 퇴원해 현재 일상생활을 하고 있다. 부천소방서는 지난 9일 정군에게 심폐소생술 유공 소방서장 상장을 수여했다. 정군은 “(엄마가 쓰러졌을 때) 바로 학교에서 배운 것을 떠올렸다”고 소감을 전했다. 학교에서 배운 심폐소생술이 생명의 불씨를 살린 것이다. ‘심폐소생술’이 타인의 생명을 구하는 교육이라면 ‘생존수영’은 수중 위기상황에서 스스로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우는 교육이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경기도 오산에서 시작된 ‘어린이 생존수영교육’은 전국으로 확산됐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2023년 6월 오산시 원동초교 스포츠센터에서 진행된 생존수영교육 현장을 참관하고
03.11
“조기대선이 열리면 여든 야든 이창용 총재를 영입해 경제를 맡기면 성공할 것이다.” 국회 기획재정위 소속 한 국회의원과 최근 식사자리에서 오간 얘기다. 평소 상임위에서 유심히 지켜본 모양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전 이 총재를 국무총리 후보로 검토했다고 한다. 본인이 기자회견에서 준비한 답변이라며 “눈꼽만큼도 생각이 없다”는 취지로 잘랐고, 무엇보다 윤 대통령이 벌인 희대의 불장난으로 없는 일이 됐다. 그렇다면 왜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자리 정도로 알려진 한국은행 총재가 이처럼 정치권 안팎의 관심을 받을까. 우선 경제를 안다. 그가 쌓아온 학력이나 경력을 떠나서 현재 우리나라 거시경제를 가장 속속들이 아는 사람일 것이다. 중앙은행이 가진 최신 통계를 각종 거시경제모형으로 돌려 추산한 경제전망은 최종적으로 이 총재를 거쳐 세상에 나온다. “기준금리를 0.25%p 내리면 GDP 성장률은 0.07% 추가로 상승할 것”이라거나 “비상계엄으로 환율이 달러당 30원 가
03.10
내란수괴 혐의로 구속됐던 윤 대통령이 풀려났다. 법 전문가들이 나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과는 무관할 것이라고 하지만 구속영장 집행과정을 지켜본 사람들의 불안감은 그때 못지않다. 현직 대통령이 관여한 사태에 대한 수습과 단죄가 금방 이뤄질 것이라고 기대했던 것 자체가 무리였나. 대통령실로 돌아간 뒤 ‘겸허하게 헌재의 판단을 기다리겠다’고 했지만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이가 얼마나 될까. 낮밤으로 스마트폰을 쳐다보는 일이 길어지게 됐다.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 쉽지 않음을 재삼 절감한다. 법원과 검찰의 이번 선택은 급진적으로 흘러가던 광장의 관성에 가속을 더할 것이다. 파괴적 목소리로 ‘탄핵 반대’를 외치던 이들에게 새로운 동력을 제공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물론 그 반대편의 ‘탄핵 찬성’ 주장도 보다 선명한 각을 세워 대립할 것이고. 광장의 목소리는 정치권의 움직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특히나 윤 대통령이 탄핵심판과 무관하게 당분간은 ‘계몽세력’을 조직화하려는 시도를 강
03.07
문화체육관광부는 6일 기자간담회에서 대한민국 문화정책 대전환 ‘문화한국 2035’를 발표했습니다. 지금 세계는 국제정치적 경제안보적 지정학적 복합위기가 확산·심화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인공지능(AI)이 산업과 사회 전반의 대전환을 가져오고 있습니다. 국내적으로도 저출생 초고령화, 다문화사회, 지역소멸, 고립과 단절에 따른 사회갈등 심화와 공동체 해체 등의 문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 문화정책이 대응해야 하는 시점입니다. 문체부가 이날 발표한 ‘문화한국 2035’는 정부가 2035년까지 그려나갈 큰 틀의 정책입니다. 노무현정부는 ‘창의한국’을, 문재인정부는 ‘사람이 있는 문화’를 내세우며 중장기 문화정책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문화한국 2035’도 이에 대응되는 정책입니다. ‘문화한국 2035’의 핵심과제는 △지역 문화 균형발전 △저출생 고령화 등 사회위기 문화적 대응 △콘텐츠 관광 스포츠 등 산업생태계 혁신 △문화 분야 인공지능 대전환 △세계 문화 리더십 제고 △문
03.06
나라 꼴이 말이 아니다. 대통령 한명 잘못 뽑은 죄로 온 나라가 뒤숭숭하다. 트럼프발 관세전쟁이 수출기업들을 짓누르고, 끝이 언제일지 모를 내수부진은 골목경제 숨통을 죄고 있다. 나라마다 첨단기술 경쟁에 총력전인데 리더십이 실종된 대한민국은 집안 건사에도 힘이 부친다. 그런데 희한하다. 정부는 제구실을 못하는데 동네는 별일 없이 돌아가고 있다. 청소차도 돌고 눈이 오면 제설도 이뤄진다. 도서관도 체육관도 예정대로 지어진다. 일상활동뿐 아니다. 이 와중에 혁신도 일어난다. 성동구에선 대학가 월세가 하락 안정됐다는 소식이 들린다. 주요 대학가 월세가 지속 상승하는 와중에 올 1월 기준 전년 동월 대비 5.0%나 떨어졌다. 구가 나서서 대학 기숙사 신축을 반대하던 주민을 설득한 덕분이다. 원룸 임대로 생계를 잇는 주민들 입장을 반영해 공실 문제 대안을 마련했고 학생들은 타 지역 원룸 시세 절반 가격에 살 집을 찾게 됐다. 임대업을 하는 주민과 학생들 간 볼썽사나운 다툼이 상생해법을
03.05
“지정감사를 받기 전보다 감사보수가 더 깎인 곳도 있는데 정말 미친 짓이 벌어졌다.” 지난달 12월 결산법인에 대한 감사계약이 끝난 후 회계업계 관계자 입에서 나온 한탄이다. 금융당국이 3년간 기업의 외부감사인을 지정해주는 ‘주기적 지정제’는 회계개혁으로 탄생한 대표적 제도다. 전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는 점에서 기업들의 강한 저항을 받았고 현재도 받고 있지만 그만큼 감사 독립성이 절실하다고 내린 극약처방이다. 하지만 올해 대형회계법인(빅4)을 중심으로 지정감사가 끝나면서 자유선임으로 풀린 기업들을 상대로 한 출혈경쟁이 회계시장을 엉망으로 만들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지정감사는 회계법인간 수임경쟁이 없다는 점에서 감사보수가 다소 높게 책정되고, 수임부담이 없는 회계법인들은 기업 눈치를 보지 않고 강도 높은 감사를 진행할 수 있다. 하지만 지정감사가 풀린 기업들의 감사보수가 지정감사 이전보다 낮아지는 출혈경쟁으로 감사 시장은 회계개혁 이전으로 되돌아갔다. 재계의 강한 반발
03.04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이 인용돼 조기대선이 치러진다면 유권자들이 이재명 대표와 더불어민주당에 기대하는 것은 무엇일까. 윤 대통령과는 다른 국정운영 능력 아닐까. 윤 대통령은 헌법과 법률에서 보장한다는 이유로 거부권과 사면권을 마음껏 활용했고 유튜브 알고리즘에 포획된 편향된 시각을 국정에 반영했다. 국민여론을 무시한 정책들로 질주했고 야당을 협상의 파트너가 아닌 ‘적’으로 간주했다. 비상계엄 내란사태는 그 결과물이다. 윤 대통령에 대한 비판의 문장들은 지금 고스란히 민주당 이 대표에게로 돌아오고 있다. 입법권력을 쥔 민주당이 대통령권력까지 갖는다면 윤 대통령보다 더 권한을 맘껏 행사하려 들진 않을까. 개딸 등 적극 지지층의 목소리를 국민 여론보다 앞세우지 않을까. 야당이 ‘묻지마 반대’에 나서더라도 국정파트너로 인정하며 손을 내밀 수 있을까. 12.3 내란 이후 민주당과 이 대표의 첫 답변은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내란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윤 대통
02.28
“거짓말도 100번 하면 진실이 된다.” 독일 나치 선전가 괴벨스가 했다는 이 말을 윤석열 대통령은 철썩 같이 믿고 있나보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변론 내내 궤변을 늘어놓더니 최후진술에서조차 거짓을 반복한 것을 보면 말이다. 윤 대통령은 25일 헌재에서 열린 마지막 변론에서 "12.3 비상계엄은 무력으로 국민을 억압하는 계엄이 아니라 계엄의 형식을 빌린 대국민 호소"라고 했다. 행정권력을 쥔 대통령이 국민에게 호소할 방법이 없어 국회의원과 시민을 상대로 군대를 동원했다는 말도 안되는 소리를 되풀이한 것이다. 무장한 계엄군이 국회에 진입하는 장면이 생중계됐고 수사결과 국회와 선거관리위원회 등에 투입된 군인만 1600여명, 경찰은 3790명에 달한 것으로 확인됐지만 윤 대통령은 “최소한의 병력을 실무장하지 않은 상태로 투입”했다고 강변했다. 707특수임무단 요원들이 불 켜진 국회 창문을 깨고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많은 국민이 생생하게 지켜봤는데도 “충돌을 피하기 위해 불
02.27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세계 에너지지형을 바꾸려 하고 있다. 그는 취임 첫날 ‘국가에너지 비상사태’를 선언하면서 “석유·천연가스 시추를 전면적으로 시행하고, 다시 제조업 강국이 되겠다”고 밝혔다. 이어 화석연료 개발 규제를 없애기 시작했고 기후변화기금 지급을 보류했다. 195개국이 참여한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를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그는 파리협약에 대해 “미국 납세자의 돈을 유도하는 여러 협정 중 하나”라고 했다. 파리협약은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전세계가 온실가스 감축을 약속하고 함께 실천해가는 국제협약이다. 탄소배출을 ‘0’으로 하겠다는 탄소중립 목표를 선언한 국가도 136개국에 이른다. 그런데 세계에서 가장 힘 센 미국이 국제사회 협력과 지속가능한 미래를 외면하겠다고 한다. 더구나 미국은 누적 탄소배출량이 세계에서 가장 많고, 지금도 두번째로 많은 오염 유발국이다. 트럼프 발언 이후 기후변화를 대하는 국제사회 움직임도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인도네시
02.26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최후진술을 하루 앞둔 지난 24일 부산대 앞에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정문을 사이에 두고 좌측은 탄핵찬성, 우측은 탄핵반대를 외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뒤섞였다. 500여명의 인파 중 부산대 재학생과 동문들은 일부일 뿐 어디에서 왔는지 모를 태극기 든 인파들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온갖 욕설과 고성이 일방향에서 흘러나왔다. 부산대 앞 한 상인은 “차마 듣고 있을 수가 없다. 대학이 이렇게 혐오스러운 집회장이 될지 몰랐다”며 고개를 저었다. 이런 유의 대학가 탄핵반대 시국선언은 지난 10일 연세대를 시작으로 서울대 고려대 등에서 줄을 이었다. 놀라운 것은 집회의 성격이다. 권력을 공고히 하려고 군인과 총을 동원한 친위쿠데타를 너무도 당연시 한다는 점에서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과거 권력자의 친위쿠데타는 어김없이 장기집권의 초석이 됐음을 이들은 모를까. 이승만정권은 한국전쟁 중인 1952년 5월 계엄령을 선포해 헌병대를 동원, 야당의원들을
02.25
인구 450만명이 안되는 아일랜드는 2000년대 중반 세계에서 경제성장이 가장 빠른 나라로 ‘켈틱의 호랑이’라고 불릴 정도였다. 호황으로 투자가 쇄도했고 이는 주택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부동산값이 오르자 각종 자금이 유입됐고 돈을 빌린 투자도 급증했다. 국제금융 대출 규모는 2003년 GDP의 10%에서 2007년 60%로 치솟았다.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마이클 루이스는 저서 ‘부메랑 - 새로운 몰락의 시작 금융위기와 부채의 복수’에서 “인구수보다 주택수가 더 많은 부동산 왕국”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부동산과 건설에서 세금을 챙긴 정부는 이를 방관했다. 하지만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덮치자 부동산 거품이 꺼지기 시작했다. 유동성의 어려움을 느낀 금융권은 아일랜드에 빚독촉을 하기 시작했다. 거품이 만들어낸 통계의 착시는 참혹했다. 경제가 망가지면서 금융권의 빚독촉은 보통 사람들의 삶으로 번져갔다. 궁박해진 사람들 중 일부가 길을 찾았다. 바로 보험사기였다. 밤이 되
02.24
12.3 비상계엄 이후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은 책 하나를 꼽으라면 하버드대 교수들인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랫이 쓴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일 것이다. 민주주의에 대한 많은 책들이 비상계엄 이후 역주행을 했지만 온갖 언론과 정치인들이 인용하고, 저자 인터뷰까지 여러 차례 나온 책은 아마 이 책이 유일할 거라고 생각한다. 책 내용 중 많은 언론들이 주목한 잠재적 독재자 감별기준도 물론 흥미로웠지만 국민들도 채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어느덧 독재의 길로 들어선 각 나라의 선례를 읽을 때면 소름이 끼친다. 우리나라에선 계엄령 선포와 국회침탈 등 명확하게 선을 넘은 행위가 있었기에 높은 수위의 사회적 비상벨이 울릴 수 있었다. 그렇지만 정당한 선거로 선출된 대통령이 민주주의를 붕괴시키는 일도 잦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이다. 선거로 선출된 그는 초반에는 민주주의 건설을 부르짖었고 실제 민주주의자같은 행보를 했다. 베네수엘라 국민들도 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