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자구조 단순화 … 금융·비금융 지분해소
시동 건 승계 작업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지난해 하반기 계열사간 합병과 영업양·수도, 지분매각 등으로 사업 및 지분구조가 빠르게 변화하면서부터다. 5월초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갑작스런 와병은 승계 가속화 논란에 불을 붙였다.


◆순환고리에서 사라진 '구' 제일모직 = 지난해 4월 이후 삼성 계열사간 합병, 영업양·수도, 계열사 주식취득 관련 공시는 30건이 넘는다. 공시를 통해 삼성그룹 사업재편과 지분변동 내역을 보면 우선 제일모직은 지난해 12월 패션사업부를 분리, 삼성에버랜드에 양도한 후 삼성SDI에 흡수합병됐다.
제일모직 패션사업부를 흡수한 삼성에버랜드(현 제일모직)는 급식사업과 식자재 유통 관련 분할해 삼성웰스토리를 설립하고 건물관리사업부문을 에스원에 양도했다. 사명을 제일모직으로 바꾼 삼성에버랜드는 내년 상반기 상장을 추진한다.
삼성물산은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엔지니어링 주식 5.09%를 취득했다. 삼성엔지니어링 주식을 단 한주도 갖고 있지 않았던 삼성물산은 지난해 7월말 10만주를 사들인 것을 시작으로 지분율을 7.81%까지 높였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오는 12월 삼성중공업에 합병될 예정이다. 또 삼성종합화학은 삼성석유화학을 흡수합병했고, 삼성SNS를 흡수합병한 삼성SDS는 연내 상장을 계획하고 있다.
금융계열사의 지분변화도 적지 않았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삼성전자를 제외한 계열사가 보유한 삼성카드 지분을 전량 인수했다. 취득 후 삼성카드 지분율은 28.6%에서 34.41%로 증가했다. 삼성생명은 또 삼성카드가 지닌 삼성화재 지분과 삼성화재의 자사주를 넘겨받아 지분율을 14.98%로 높였고, 계열사들이 보유한 삼성자산운용 지분 100%를 인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삼성증권은 삼성선물 지분 100% 인수하기로 했다.
반면 삼성에버랜드를 제외한 계열사들이 갖고 있던 삼성생명 주식 328만주(1.63%)는 시장매각됐다.
◆상장 앞둔 삼성SDS, 총수일가 지분 증가 = 이같은 사업재편과 지분변동 결과 삼성그룹의 출자구조는 보다 단순화됐다. 제일모직과 삼성SDI의 합병으로 순환출자고리에서 제일모직이 사라졌다. 대신 삼성SDI의 삼성에버랜드(현 제일모직) 지분율은 8%로 늘었다.
금융계열사들은 삼성생명이 삼성카드와 삼성화재, 삼성자산 운용을 거느리고 삼성증권이 삼성선물을 지배하는 구조로 단순화됐다. 이 과정에서 비금융계열사들은 금융계열사 지분을 삼성생명에 매각하거나 시장에 내다팔아 금융계열사와의 주식보유를 해소했다.
총수 일가가 보유한 계열사 지분에도 변동이 있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지분율이 높은 삼성SNS가 삼성SDS에 합병됨에 따라 이 부회장은 11.25%,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은 각각 3.9%씩 삼성SDS 주식을 갖게 됐다. 총수일가 전체 지분율은 17.16%에서 19.06%로 상승했다. 삼성SDS와 함께 상장이 예정된 삼성에버랜드에 대한 3세들의 지분율은 41.84%에 달한다. 3세들이 보유한 삼성에버랜드와 삼성SDS 지분은 경영권 승계에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비금융계열, 삼성물산 중심 재편되나 = 추가 변동의 여지도 많다. 우선 삼성물산 중심으로 비금융계열사 출자구조가 재편될 개연성이 높다. 삼성물산은 17.08%의 삼성SDS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삼성SDS 상장 후 주식처분으로 상당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3.51%를 자사주로 넘기고 현금화하는 방안도 있다.
비금융계열사 출자구조를 단순화하기 위해 삼성물산과 삼성SDI를 합병하는 것도 가능한 방안이다. 합병 후 화학부문 계열사와 그 외 계열사를 지배하는 두 개의 회사로 분할한다면 화학부문 계열분리 수순에 들어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밖에 계열사 지분정리 차원에서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증권 지분 8.0%를 삼성생명이 인수하거나 삼성생명과 삼성증권이 보유한 신라호텔 지분 7.2%와 3.0%를 삼성전자나 삼성물산에 매각하는 방안도 예상해 볼 수 있다.
물론 아직 삼성그룹의 지배구조가 어떻게 전환할지 예단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최근 삼성그룹의 사업재편과 지분변동은 경영권 승계를 위한 정지작업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유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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