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승계, 리스크를 줄이자 ② 현행 출자구조 유지 시나리오
SDS 상장, 상속재원 마련 … 현 약점 그대로
삼성리스크·순환출자고리 여전히 남아
이재용-제일모직-생명-전자 골격 유지
현행 순환출자구조의 골격을 유지하는 방안은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 시나리오 가운데 총수일가의 선호도가 높다고 볼 수 있다.
이 방안은 상속세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고 비교적 복잡하지 않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삼성 리스크'에 여전히 노출돼 있다는 약점을 안고 있다. 삼성 리스크는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이 출자구조로 엮여 있기 때문에 삼성전자 위기가 삼성생명으로 전이되고 삼성그룹 전체, 나아가 한국경제 전반으로 위기가 파급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재용 부회장 단독 승계할 수도 = 내일신문과 서울대 행정대학원 시장과 정부 연구센터가 공동 연구한 결과 현행 출자구조 골격을 유지한다는 것은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을 궁극적으로 단독 승계한다는 방안으로 해석된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주식 모두를 이 부회장에게 증여 또는 상속하게 된다면 이 시나리오가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현행 출자구조 골격은 총수일가→제일모직(옛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진다.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은 삼성그룹 계열사들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이 구조에서 총수일가를 이 부회장으로 대치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이 회장의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주식이 필요하다.
이 회장 주식이 이 부회장에게 증여 또는 상속된 이후 삼성 계열사간 지분 정리와 합병 등이 추진될 수 있다. 이는 복잡한 현 출자구조를 단순화한다는 의미다. 또 이 회장 장녀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차녀인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에게로 계열분리를 위한 정지작업으로도 볼 수 있다.
다만 삼남매가 계열분리 할지는 아직 확실한 징후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일정 기간 제일모직 지분을 매개로 현 상태를 유지할 개연성이 높다.
증여나 상속 과정에서 삼성물산을 중심으로 하는 사업구조 개편이 뒤따를 수 있다. 또 이부진 사장이나 이서현 사장의 제일모직 또는 삼성SDS 주식 처분이나 계열분리, 계열사 주식 취득 같은 변동이 있을 개연성이 있다.
◆삼성SDS 상장 등으로 상속세 문제 해결 = 이 부회장 등 삼남매 보유 지분이 많은 삼성SDS와 제일모직은 조만간 상장에 따라 차익 실현 가능성이 높다. 상장 뒤 이들 회사 지분을 처분함으로써 상속세와 계열분리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된다.
이 부회장의 삼성SDS 주식 가치는 2조5852억원(18일 K-OTC 종가기준)에 달한다. 이날 K-OTC 종가는 32만4000원이었다. 이 부회장 보유 주식은 870만주가 넘는다.
삼성SDS 지분율이 같은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사장의 지분은 각각 8966억원으로 평가된다.
또 삼남매의 지분율이 높은 제일모직의 장외거래 호가는 약 245만원이다. 이 부회장은 1조5371억원, 이부진·이서현 사장은 각각 5123억원의 주식가치를 보유한 셈이다. 제일모직 주식은 현재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나 1주당 300만원의 가치로 평가되고 있어 삼남매 보유 주식가치는 더욱 높아질 수 있다.
이처럼 보유주식 상장과 매각으로 확보한 현금은 증여ㆍ상속세 또는 계열분리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정도로 충분한 규모다. 또 제일모직 상장을 통해 제일모직이 삼성생명의 비은행금융지주회사로 지정될 위험을 회피할 수 있는 효과도 챙길 수 있다. 증여·상속세를 줄이기 위해 가칭 '이건희재단'과 같은 공익재단을 설립하는 방안도 상정할 수 있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 부담' = 현 출자구조 골격을 유지하고 승계하는 방안은 단점도 많다.
우선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주식을 과도하게 보유하고 있는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 18일 현재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주식 6.55%를 보유하고 있다. 6월말 기준 삼성생명 자기자본은 20조9000억원이고 총자산은 200조6000억원이다.
보험업법은 계열사 주식 보유한도를 규정하고 있다. 삼성생명 계열사 주식 보유한도는 6조원이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 시가는 14조원 가량이다.
보유주식 규정이 발행가액에서 시가로 바뀔 경우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의 상당 부분을 매각해야 하는 지경에 이를 수 있다.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감소는 현행 지배구조 골격을 근본적으로 흔드는 것이어서 삼성측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대목이다.
또 하나 중요한 단점은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이 한데 묶여 있다보니 삼성전자의 위기가 삼성생명으로 전이되는 '삼성리스크' 노출 위험이 상존하게 되는 것이다. 시장 부침이 심한 IT업계 특성을 고려할 때 삼성전자가 위기에 빠질 경우 단일회사 차원이 아닌 그룹 전체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상황을 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이부진·이서현 사장이 계열분리를 위한 지분 정리 과정에서 상당한 규모의 양도소득세를 부담할 가능성도 총수일가 입장에서는 단점으로 여겨진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삼성이 현행 골격을 유지하면서 승계를 할 경우 지배구조와 순환출자구조의 후진성, 경제력 집중에 대한 비판을 계속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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