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직 '교직원 수당'으로 전락한 기성회비

2015-01-29 13:57:53 게재

교육부 지적에도 계속지급

직원 건강검진비로도 사용

기성회비는 법적 근거가 없고, 등록금에 포함해 사용처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국회, 감사원, 국민권익위원회 등으로부터 지적을 받아 왔다. 일부 대학은 인건비, 운영비, 시설 확충비 등 정부 예산으로 해결해야 할 부분에까지 기성회비를 사용하다 감사원 감사에 적발되기도 했다.

감사원은 2013년 한국방송통신대 기관운영감사 과정에서 학생들의 기성회비로 교직원들의 인건비를 대폭 올려준 사실을 적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교육부는 지난 2010년 10월 방통대에 대한 종합감사를 실시했다. 감사 결과 방통대는 전임 총장 시절 기성회비에서 연구촉진장려금(교원용)과 행정개선연구비(직원용) 수당을 신설, 2007년부터 2010년 사이에 약 61억원을 지급한 것을 확인했다. 교육부는 방통대에 "향후 기성회비에서 연구촉진장려금 및 행정개선연구비를 지급하는 사례가 없도록 하고 학생들의 기성회비 인상요인인 인건비성 수당 신설도 없도록 하라"는 감사결과를 통보했다.

그러나 조 모 전 총장은 "전임 총장 공약사항으로 만들어진 수당을 4년 동안 지급해 오고 있었는데 이를 행정적으로 판단해 폐지하는 것은 부담이 된다"며 "다른 대안을 고려해서 나중에 교부위원회에서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방통대는 이후 2011년부터 2012년 11월 사이에 다른 연구보조비 항목에 기성회비를 포함시켜 약 41억2000여만원을 추가로 지급했다.

당시 감사원이 다른 대학과 인건비성 경비 지급액을 비교·분석한 결과 방통대가 40개 국립대 가운데 1위였다. 2011회계연도 기준 방통대가 기성회비에서 교직원 1명에게 지급한 평균인건비는 총 1761만원이었다. 특히 방통대는 기성회비에서 나가는 연구촉진장려금과 행정개선연구비를 빼더라도 교직원 1인당 1499만원의 평균수당이 지급돼, 국립대학 중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최하위 국립대학(513만원)의 약 2.9배에 달하는 액수다. 반면 방통대 학생들의 교내 장학금 수혜율은 37.9%로 다른 국립대 학생들에(65∼116%) 비해 현저히 낮았다.

감사원은 또 강릉원주대 감사에서 학교측이 총장 관사를 마련하기 위해 기성회비를 유용한 사실을 확인했다. 강릉원주대 감사는 학생과 학부모들이 "학생 등록금으로 조성된 기성회 예산이 총장 아파트와 집기류 구입 등에 부당하게 사용됐다"며 공익감사를 청구해 이뤄졌다.

감사원에 따르면 강릉원주대는 기성회 예산의 비품구입비 예산에서 아파트와 집기류 등을 구입하는데 2억4300여만원을 지출했다. 당초 이 대학 '2012년 기성회계 세입·세출 예산서'에는 관사와 관련한 예산이 반영되지 않았다. 강릉원주대가 기성회비로 관사를 구입하려면 기성회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 추경예산에 반영하거나 기성회 회장의 동의를 받아 예비비 항목에서 지출해야 된다. 학교는 이런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이 대학은 또 기성회 예산으로 총장 개인주택의 벽걸이TV를 구입하고, 관사 관리비를 지출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2012년 교육부 감사에서는 경상대가 2009년 12월부터 2012년 4월까지 자기 소관 업무를 수행한 교직원 50명에게 기성회비에서 업무추진비 명목의 수당 8520만원을 지급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대학은 또 2010년 3월부터 2012년 8월까지 대학평의원회 임원 19명의 업무활동비 1억2452만원을 기성회비로 지급하기도 했다. 군산대의 경우 40세 이상 교직원의 전신암검진(PET-CT) 검진 비용을 연차적으로 지원할 계획을 세우고 2011년에 164명에게 1인당 60만원씩 총 9833만1000원을 기성회비와 대학발전기금에서 지원했다가 교육부 감사에 적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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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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