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거품 원흉은 '표준품셈'
정부의 노임산정이 실패하고 현행 시중노임도 '공사비 부풀리기용'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원인으로는 '표준품셈'제도가 꼽힌다.
표준품셈이란 공종(공사종류)별로 들어가는 자재·노무·장비 단위(품)을 정부가 정해두는 것으로 1968년부터 사용돼 왔다. 항목이 1400개 이상이다 보니 단가 산출과정이 복잡해 시시각각 변하는 시장가격이나 신공법 등의 반영이 어렵다는 비판을 받았다.
획일적으로 품을 정해둠으로써 공사비 과잉산정의 주범이라는 지적도 받았다.
2005년 5월 경실련은 표준품셈으로 산출된 설계공사비가 실제 시공을 담당하는 하청업체들의 공사비보다 2배이상 부풀려졌다고 발표했다. 경실련 최승섭 부장은 "전체 공사로 볼 때 표준품셈으로 산출된 설계공사비는 하청공사비보다 1.5배 이상 부플려져 있다"라면서 표준품셈의 폐지를 강조했다.
1995년 정부노임 폐지 전까지 정부가 시중노임보다 현저히 낮은 노임을 산정한 배경에는 이 표준품셈으로 인한 공사비거품을 손쉽게 줄이려는 의도도 있었다는 지적이다.
건설부는 1993년 7월 '적산제도 개선방안 연구용역'보고서를 발표했다. 표준품셈이 복잡하고 비효율적이라 실제 시공단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므로 대신 선진국들이 쓰는 '실적공사비' 적산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건설업계는 실적공사비 적산방식이 도입을 하려면 시중보다 현격히 낮은 정부노임을 현실화할 것을 요구했고, 정부가 이를 받아들인 결과 정부노임이 폐지됐다.
문제는 노임계산이 건설협회에 일임됐는데도 표준품셈이 유지됐다는 점이다. 실적공사비 제도 도입에도 불구, 실적단가가 없는 공종에 대해서는 품셈을 적용케 해 공사비 부풀리기에 남용될 여지를 남겼다.
신영철 소장은 "공사비 부풀리기 원흉인 표준품셈은 그대로 둔 채 유일한 공사비 통제수단이었던 정부노임만 폐지한 것은, 정부가 건설 이익단체의 공사비 부풀리기에 놀아난 셈"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 [기획취재 | 비정상 건설산업 (9) 고양이에 생선맡긴 '노임조사'] 정부공사 임금기준 20년째 건설업계가 결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