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용선료 40%인하' 제시
선주들 30%인하 '긍정적'
대형 선주 2곳도 진전
현대상선이 선주들을 상대로 용선료 40% 인하를 요구하며 협상을 벌이고 있다. 당초 목표인 20% 인하보다 인하율을 훨씬 높인 것이다.
2일 현대상선 채권단 관계자는 "과거 체결했던 용선료 가격이 현재 시세보다 월등히 높아 더 큰 폭의 용선료 인하 협상이 필요하지만 협상의 체결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적절한 인하율을 정한 것"이라며 "선주들은 대략 30% 가량 용선료를 인하하는 데 긍정적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현대상선은 인하된 용선료 만큼을 보전해주기 위해 현대상선 주식으로 출자전환하거나 영업이익 전환시 보상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상선은 지난해 빌린 선박 83척에 대해 9758억원의 용선료를 지불했다. 30% 인하에 합의가 이뤄질 경우 매년 3000억원 이상의 비용이 줄어드는 것이다.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은 2026년까지 10년간 10조원 이상의 용선료 지불 계약이 체결돼 있다.
현대상선은 개별기준으로 지난해 5조5093억원의 매출과 276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는데 용선료 인하가 결정되면 영업손실 폭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대형 선주 2곳(컨테이너선)이 용선료 인하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근 1곳은 협상이 막바지에 이르렀고 나머지 1곳도 긍정적인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29일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현대상선의 대형 선주 두 곳이 아직 동의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채권단 관계자는 "협상이 어려웠던 2곳도 최근 진전이 있었다"며 "그동안 해결되지 않았던 다른 문제들이 풀리면서 2곳도 용선료 인하에 긍정적이고 협상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현대상선에 배를 빌려준 선주들은 벌크선 17곳, 컨테이너선 5곳 등 모두 22곳이고 컨테이너선의 용선료 비중이 상당히 크다.
용선료 협상이 진전될 수 있었던 것은 현대증권 매각의 영향이 컸다.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현대증권 매각 체결 가격이 크게 올랐고 현대상선은 9000억원 가까운 현금을 확보하게 됐다. 매각 작업이 마무리돼야 자금이 들어오지만 현대상선은 해당 자금을 담보로 2200억원의 브릿지론을 받았다.
선주들은 용선료 인하협상에 앞서 밀린 연체료 지급을 포함해 다른 선결조건을 제시했다. 현대증권 매각 전에는 자금의 여유가 없어 해결하지 못했지만 최근 선결조건 대부분을 충족시키면서 협상이 급진전됐다.
한편 한진해운은 4일 조건부 자율협약(공동관리)을 개시할 예정이다.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농협은행 KEB하나은행 우리은행 KB국민은행 부산은행 등 채권단은 현대상선과 동일한 조건으로 자율협약을 진행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조건부 자율협약이 결정되면 앞으로 최장 4개월에 걸쳐 경영정상화 방안이 마련될 예정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오는 9월까지 용선료 협상과 사채권자 채무재조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법정관리를 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구조조정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 ①모럴해저드부터 제거해야] 혈세 투입 전 부실경영 책임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