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제품 비중 낮추고 고부가제품 집중

2016-05-19 10:43:57 게재

석유화학 구조조정 방향

1분기 실적 낙관 말아야

공급과잉 업종으로 선정된 석유화학산업이 갈림길에 섰다. 그동안의 범용제품 위주에서 주저앉을 것인지 고부가가치 소재 중심으로 업그레이드할 것인지가 과제다.

석유화학산업은 1970~1990년대 정부주도하에 대규모 단지 중심의 산업으로 모양을 갖추었다. 이후 민간이 주도하면서 석유화학산업은 에틸렌 생산능력으로 세계 4위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했다. 생산량 비교에서 미국 중국 사우디아라비아 다음이다. 생산액은 국내 제조업 가운데 3위이며 수출액도 자동차 반도체 석유 기계에 이어 5번째다.


규모의 경제 실현, 과잉공급 업종으로 전락 = 하지만 중국이 자체 생산시설을 크게 늘리고 유럽경기 침체, 미국의 가스기반 제품 생산, 중동의 석유화학시설 투자 등이 겹치면서 과잉공급 업종으로 전락했다. 중국의 증설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구조조정 대상으로 오른 TPA(테레프탈산)의 경우 중국은 한해 증설량이 우리나라 전체 생산량을 훌쩍 뛰어넘는다.

국내 석유화학은 여전히 범용 플라스틱 제품 중심이다. 진입장벽이 낮기 때문에 후발주자인 중국이나 중동의 추격에 경쟁력을 갖기 힘들다.

글로벌 화학업체인 다우나 바스프 머크 등은 범용 플라스틱 생산을 하지 않고 있다. 모두 고부가가치 제품인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생산 비중이 높다.

국내 석유화학업체 1분기 실적은 '어닝 서프라이즈'다. 당분간 이런 기조는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다. 구조조정을 위한 시간과 자금을 번 셈이다.

저유가가 장기화되면서 유가 탄력성이 큰 나프타를 원재료로 사용하는 국내 업체들의 수익성이 개선된 것이다. 기초유분인 에틸렌의 스프레드(원료가격과 제품가격의 차이)가 크게 확대되면서 나프타분해센터(NCC)를 가지고 있는 업체들의 수익성이 좋아졌다. 이에 힘입어 롯데케미칼은 영업이익률 17.6%를 기록했다. LG화학도 9.4%, SK이노베이션(유화부문)도 11.4%로 10%를 넘겼다.

유가가 100달러로 급등하지 않는 이상 올해는 물론 2~3년 동안 최근의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잘 나갈 때 대비하라는 말이 있다. 실제 일본은 2014년 미쓰비시 화학과 스미토모 화학, 아사히 카세이 등이 NCC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일본기업들의 생산설비는 대체로 30년 이상 오래됐고 비교적 작은 규모다. 이를 교체할 시점에 교체 대신 첨단 소재 개발로 전환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다. 일본은 항공우주나 정보통신 기능성 수지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일본 사례를 직접 우리에게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한국은 생산량의 절반이상을 수출하지만 일본은 대부분 내수용이다. 내수침체가 지속되자 설비를 줄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게다가 구조조정 절차도 다르다. 일본은 정부가 제시한 계획을 민간기업이 비교적 그대로 이행하는 편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석유화학 수출액은 저유가 등으로 줄었지만 물량은 5%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수출도 증가했다. 단기적으로 중국 화학공장 사고 등으로 공급부족상태에 들기도 했다.

장기적 관점에서 준비해야 = 석유화학업계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업종구조를 바꾸기 위한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석유화학협회 김평중 연구조사본부장은 "현재 석유화학은 단기적으로 구조조정에 들어가기에는 부적절하다"며 "중장기적으로 범용제품 비중을 낮추고 고부가가치제품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LG화학이나 SK종합화학 등 국내 선두기업들은 앞 다퉈 첨단소재용 고기능성 수지 개발과 생산에 나서고 있다. SK종합화학은 2010년 고성능 폴리에틸렌 '넥슬렌' 개발에 성공, 지난해말부터 상업생산에 들어갔다. 넥슬렌은 고부가 필름과 자동차·신발 내장재, 케이블 피복 등에 쓰인다. 그동안 다우케미칼 엑손모빌 미쓰이 등이 독점해왔다.

LG화학은 고흡수성 수지(SAP) 생산 확대에 나섰다. SAP 1g이 최대 500g의 물을 흡수한다. LG화학은 자동차에 들어가는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개발ㆍ생산에도 주력하고 있다. 환경호르몬이 없는 친환경 소재 개발에 집중하는 기업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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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현주 기자 hjbeo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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