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지사에게 듣는다 | 남경필 경기도지사

"대한민국은 '협치형 대통령'을 원한다"

2016-07-01 10:00:53 게재

대통령 리더십과 의회권력 충돌이 문제

경기도 '지방장관제' 도입 … 협치 실험

'연정' '공유경제'로 체력 키워 통일준비

"국민이 원하는 것은 대통령과 의회가 협력해 나라를 위해 일하라는 것입니다. '경기 연정'은 우리나라에서도 협치(협력적 정치)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입니다."

남경필 지사는│△1965년 1월 20일 경기 수원 출생 △경복고·연세대 사회사업학 졸업 △예일대 대학원 경영학 석사 △한나라당 최고위원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 대표 △15·16·17·18·19대 국회의원(5선) △경기도지사(현)


취임 2주년을 맞은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가장 큰 성과로 '연정을 통한 협치'를 꼽았다. 남 지사는 그동안 "경기연정은 대한민국 정치사 최초의 실험"이라며 "승자독식 패자전몰의 정치환경에서 소통과 화합의 정치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자평했다. 연정 2기를 앞두고는 '지방장관제'를 꺼내들었다. 의회에서 뽑은 장관과 함께 도정을 이끌어 나가겠다는 것이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남 지사는 이러한 모델을 정치체제 개편의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대통령 4년 중임제와 국회 의석비율에 따른 장관직 배분이 그것이다. 남 지사는 이를 '협치형 대통령제'라고 했다. 동시에 '수도이전'을 대한민국 리빌딩의 핵심과제로 제시했다.

하지만 대선 출마여부에 대해선 '내년에 밝히겠다'고 했다. 대통령 출마여부는 미정이지만 대선 후보들이 제시해야 할 비전을 누구보다 선명하게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행보는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남 지사를 만나 경기도와 대한민국의 비전을 들어봤다.

지방정부에서 처음 연정을 시작했다. 연정을 생각하게 된 계기는

독일에 '통일'을 연구하러 간 것이 계기다. 독일의 통일은 결과물이란 것을 알게 됐다. 무엇의 결과물이냐. 바로 독일의 정치경제 제도의 결과물이다. 독일은 20세기 초 큰 혼란 속에 있었다. 바이마르헌법과 히틀러의 파시즘, 2차 대전 패망 후 큰 혼란과 어려움을 겪었다. 그런 나라가 70년 만에 전 세계 최고 국가가 됐다. 브렉시트 이후 독일의 영향력이 더욱 강해질 것이다. 이것은 그들이 만든 제도에 기인한다. 연정과 사회적경제. 이런 것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독일의 통일은 결국 그들의 제도적 힘이 뒷받침된 것이다. 핵심은 정치적 연정이다. 그 때부터 생각했다.

연정 2기에는 지방장관제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법에 위배된다는 지적도 있다. 가능한가.

지방의원 겸직이 불가능하다는 게 문제인데, '무보수 명예직'이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행자부도 추진하려고 검토했던 적이 있다. 만약 법을 어기면 반대하겠지만 법의 테두리 안에서 해석의 여지가 있는 부분까지만 할 것이기 때문에 반대하지 않을 거다.

연정의 다음 단계는 무엇인가.

제도화다. 지방장관제도 역시 성공하려면 제도적 뒷받침이 되어야 한다.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당연히 이런 제도적 방안을 각 정당과 후보들이 내놓고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국민들이 선택하면 자연스럽게 지방에도 다 적용되지 않겠나.

개헌을 통해 권력구조를 바꾸자고 주장한다. 어떻게 개편하자는 것인가.

쉽게 얘기하면 '대통령 4년 중임제'와 '국회 의석비율에 따른 장관직 배분' 방식을 말한다. 전 세계에 없는 새로운 모델이다. 한마디로 '협치형 대통령'이라고 할 수 있다.

'협치형 대통령' 모델을 제시하는 이유는.

1987년에는 5년 대통령 단임제가 국민들의 요구였다면, 지금 국민들은 무엇을 원하고 있나. 여전히 대통령은 직접 뽑고 싶어 한다. 문제는 대통령 리더십이 의회권력과 충돌해서 일이 안된다는 점이다. 리더십 있는 대통령이 의회와 협력하는 모델. 이것이 국민들이 원하는 모델이다. 한국형 모델이 되면 우리나라처럼 되고 싶은 나라들이 줄을 설 것이다. 대통령제과 의회와 협력, 아예 장관들을 의회에서 의석수 비율대로 뽑으면 총리를 둘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이 직접 장관들과 늘 토론하고 소통하면 야당과도 협의한 것 아닌가. 장관들이 국회에 가서 설득하면 된다.

만약 내년 대통령선거에 출마하면 개헌이나 협치 대통령 모델을 공약할 것인가.

개헌은 '대한민국 리빌딩'이 필요하다는 차원에서 얘기한 것이다. 개헌이 목표는 아니다. 내년 대선은 정치구조뿐 아니라 경제 교육 등 국민들을 괴롭고 힘들게 하는 문제들에 대한 청사진, 해결책을 소상하게 밝히고 토론하는 장이어야 한다. 과거처럼 '제가 대통령되면 개헌 하겠다'고 말만 해선 안된다. 구체적 내용과 스케줄까지 내놔야 한다. 예를 들어 새누리당의 유력 후보가 '저는 개헌에 대해 이런 내용과 방법으로 언제까지 하겠다'고 공약하면 같이 대결하는 상대후보가 가만히 있을 수 있겠나. 누군가 시작하면 따라갈 수밖에 없다. 본선도 마찬가지다. (국민들이) 하도 말에 많이 속아서 이젠 말로 해선 안된다. 아예 계약서를 들고 나와야 한다.

'수도이전' 등 대한민국 리빌딩을 강조하는데, 청사진은 뭔가.

기득권을 깨고 대한민국 공간을 재구성해야 한다. 그 핵심이 수도이전이다. 권력이 모이는 곳에 사람도 몰린다. '공간 구조조정'을 통해 '권력 구조조정'을 견인할 수 있다. 정치·경제 권력을 분리해 사회적 모순을 해결해 나가자는 것이다. 서울이란 공간에 정치·경제권력이 하나로 얽히고 설켜있다. 2020년 경기도 인구는 1700만명, 수도권 인구 3000만명이 된다. 전 국민의 60%가 수도권에 모여 살게 된다. 그러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수도권 과밀화로 전세값 폭등, 출퇴근 전쟁, 사교육비 증가, 미세먼지 등 환경오염문제 때문에 수도권 국민들도 행복하지 않을 거다. 행정부처 공무원들이 세종시에서 국회를 오고 가는 행정력·사회적 비용 낭비도 크다. 이를 바로 잡아야 한다.

광역단체장들의 '조기등판론'이 나온다. 어떻게 생각하나

국민의 요구에 기존 정당들이 부응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는데 관행, 관성적으로 대처해온 측면이 많다. 주요 정당들이 총선 끝나고 다 여러 가지 문제들이 불거져 나오면서 어려움에 처해 있다. 총선이 끝나면 계약서(공약)대로 행동하고 미래로 가기 위한 도약을 준비해야 한다. 그런 시기에 정당들의 리더십이나 국가 리더십을 잃게 되면 국가적으로 불행한 일이다. 그러다보니 지방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단체장)보고 나오라고 하는데 지금은 그럴 수 없다. 정당들이 지금은 아프고 힘들지만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한다. 대선 출마여부에 대해서는 내년에 결정하겠다.

'통일'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는 것 같다.

통일은 반드시 해야 하고 중요한 문제다. 그런데 지금은 내부의 문제에 좀 더 천착해야 할 때다. 준비가 안 돼 있다. 통일을 하려면 우리의 체력이 강해야 한다. 그런데 너무 분열돼 있다. 예를 들어 현재의 대한민국 권력구조 하에서 통일하자면 북한이 하겠나? 안한다. 북한의 정치세력은 늘 적자일 수밖에 없다. 독일을 보면서 통일은 결과물이 아니라 치밀한 과정, 시스템을 잘 만들고, 그 시스템에 의해서 오랫동안 준비한 결과물이지 갑자기 동독이 붕괴돼서 이뤄진 게 아니다.

현 정부의 통일이나 대북정책 기조와 좀 다르다.

기본적으로 대북 강경제재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러나 정부가 그쪽으로 방향을 잡고 국제사회와 경제 제재를 시작했다. 이 상태에서 돌이키는 것은 안하느니만 못하다. 경제 제재를 결정했고, 국제사회와 공조하는 것은 동의한다. 다만 제재만 해선 문제해결이 안된다. 강도 높게 제재를 지속하다보면 대화의 물꼬를 틀 기회가 생길 것이다. 대화를 해야 문제가 해결된다.

경기도는 개성공단 폐쇄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지역이다.

개성공단 폐쇄는 경기도지사 입장에선 가슴 아픈 일이다. 그런데 정부가 국제사회와 경제 제재를 하고 있는 상황에선 돌이킬 수 없다. 그래서 대체 부지를 찾고 있다. 경기도 안에선 마련하기는 어렵다. 최근 베트남 미얀마 라오스 등을 방문한 것도 그런 이유가 있다. 일부 성과도 있다.

'공유적 시장경제'를 강조하는데, 어떤 의미인가.

2차 세계대전 후 독일이 만들어낸 제도가 '연정'과 '사회적 시장경제'이다. 정치는 늘 갈등하니까 연정을 통해서 갈등을 최소화하고, 경제는 시장경제가 우월하긴 하지만 만능이 아니니 사회적가치가 보완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회적 시장경제'는 현 시대에 좀 뒤떨어진 측면이 있다. 지금은 사회적 가치도 중요하지만 공유적 가치가 더 중요하다. 4차 산업혁명시대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은 대부분 오픈 플랫폼에서 나오고 있다. 애플 구글 아마존 등 4차 산업혁명시대에 가장 발전된 기업들은 공유 가치를 중시한다.

남은 2년 도정 핵심과제는.

최우선 과제는 일자리다. 일자리 없는 가장이, 대학 졸업생이, 은퇴한 베이비부머가 행복할 수 없다. 앞서 말한 공유적 시장경제를 기반으로 청년실업, 저출산, 양극화 등 구조적 한계를 극복해 나갈 것이다. 지방정부의 데이터, 토지, 행정력을 중소기업 등 경제약자와 공유하면 대기업과 경쟁이 가능하다. 경기도 공유적 시장경제의 대표 프로젝트인 일자리재단, 경기도 주식회사, 판교 제로시티-스타트업 캠퍼스, 따복하우스다. 도정 역점사업마다 전담관을 지정하고 부서·직급별 칸막이를 없애 소통과 협업으로 착실히 추진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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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범택 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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