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지사에게 듣는다 │안희정 충남지사
"이젠 민주주의 완성해야 할 때"
대선도전 "기회는 있다"
"박 대통령, 민주주의 인식 부족"
"휴가 중에 최근 나온 알루코그룹 박도봉 회장 책을 읽었습니다. 철공소에서 시작해 국내 최대 알루미늄 합금 소재 전문기업군을 일군, 같은 세대인 박 회장의 글을 읽으면서 우리 시대의 도전정신이 무엇인지 고민해봤습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도전정신'을 화두로 인터뷰를 열었다. 2017년 대선을 1년 앞둔 안 지사의 최근 고민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안 지사는 최종 결정은 내년 초로 미뤘지만 민주주의 리더십의 복원과 민주주의의 완성에 대해선 확고한 의지를 보였다. 자신이 더불어민주당의 대선후보가 돼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민주주의와 정당정치에 대한 리더십을 오랜 기간 훈련하고 고민해왔다"고 설명했다.
■여름휴가 기간 어떤 책을 읽었나.
최근 나온 알루코그룹 박도봉 회장의 책을 읽었다. 정주영이나 이병철, 윤석금 회장 같은 기업인 책은 많이 읽었지만 박 회장처럼 비슷한 또래는 처음이다. 철공소부터 시작해 오늘날 국내 최대의 알루미늄 합금 소재 전문기업군을 일군 힘은 무엇일까 궁금했다.
사실 우리는 지난 시절 삼성과 현대로 대표되는 기업을 기반으로 성장해왔다. 하지만 사과나무도 15년 20년 따먹으면 묘목 갱신을 해야 한다. 열매나 씨앗이 떨어져 새로운 나무로 크고 숲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 과정을 살펴보고 싶었다.
여전히 변하지 않는 진실은 누군가는 도전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우리 시대엔 어떠한 도전을 해야 하나. 박 회장은 상고와 대학을 나와 그냥 일반회사에 취직할 수 있었지만 상장회사를 창업하고 싶은 꿈과 야망이 있었다. 예전의 도전이 지독한 가난과 배고픔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것이라면 지금은 꿈을 이루려는 도전이다. 꿈꾸는 자의 도전정신이 성장의 동력이다.
꿈과 야망을 많이 가지고 있는 나라와 꿈과 야망이 거세된 나라 그 차이는 분명하다.
■내년 대선 도전에 관심이 높다.
궁극적으로 제가 결정할 문제지만 모든 일은 형편에 따라 결정된다. 시대와 그 시대의 상황에서 저의 쓰임새가 정해져야만 기회가 있다고 본다. 대선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내년 초쯤 상황과 형편을 보아가며 최종 결정을 하겠다.
■객관적인 조건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개인 의지가 먼저 아닌가.
고등학교 어린 시절부터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다. 민주주의 리더십과 정당정치에 대해 결코 짧지 않는 시간을 스스로 단련받았고 고민해왔다. 저만의 특별한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민주주의 정당정치는 여타 직업과 마찬가지로 매우 전문적이고 훈련이 필요한 분야라고 생각한다.
■민주주의 리더십이 뭘 의미하나.
우리는 예전 민주주의의 형식적 절차, 선거제도를 마련하고 부정선거를 방지하고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를 확보하는데 젊은 날을 바쳤다. 민주주의의 가장 형식적인 토대를 만들었는데 그게 민주주의의 완성은 아니다.
아직도 우리 사회는 대통령이 임금님이라는 생각을 하고 봉급을 주는 사장님이 직원들에게 너는 내 종이라는 얘기를 한다. 민주주의의 법적 절차적 형식은 마련됐지만 주권재민과 천부인권이라는 민주주의의 두 가지 중요한 철학이 사람들의 상식이 돼야 민주주의의가 정착된다. 주주총회의 결정이 무시되는 오너십 경영, 국회와 지자체 등을 무시하는 청와대 이게 다 임금님시대의 정치를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경제민주화 복지 등 화두는 얼마든지 많다.
예를 들어 자기와 견해가 다르다고 선출된 원내대표를 파내버리는 나라, 자기와 견해가 다르다고 적으로 돌리는 나라 이런 곳에서 어떻게 민주주의가 정착이 되나.
다양성을 존중하지 않는 것은 민주주의의 적이다. 다양성을 존중하고 그 다양성 속에서 새로운 도전과 창의성을 발휘하는 게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가지고 있는 유일한 생명력이다.
이런 논의와 고민 없이 곧바로 단순하게 복지담론으로 가는 것에 대해서도 재고를 해보자고 제안한다. 이 상태에서 바로 복지담론으로 가면 결과적으로 시민의 책임과 권리, 의무라고 하는 것들이 다 섞여버린다. 역시 민주주의가 우선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민주주의 리더십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박근혜 대통령은 지금 민주주의 리더십을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 국가를 민주주의 철학과 제도로 운영한다는 인식 자체가 좀 부족하다는 생각을 한다.
■'충청권 대망론' 실체는 무엇인가.
고향에 대한 애틋한 정과 사랑은 모든 사람의 인지상정이다. 특히 충청인들은 정권을 창출해보지 못한 아쉬움이 가슴 속에 남아있어 소위 충청권 대망론이라는 말이 나온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충청이라는 틀에 안주하고 갇히는 순간 선택지는 더욱 좁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 2010년 민선5기 충남도지사에 도전하면서 도민들에게 세 가지 약속을 드렸다. 김대중과 노무현의 미완의 역사를 완성하겠다. 충청도 정치인의 2인자 노선을 극복하겠다. 분권과 균형의 새로운 시대를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 나갈 것이다.
■석탄화력발전소를 둘러싼 논란이 크다.
충남 석탄화력발전소의 미세먼지는 충남도민만의 문제가 아니다. 충남 화력발전소가 수도권 대기에 최대 28%나 영향을 미친다는 발표가 있었다. 석탄화력발전소 미세먼지를 근원적이고 획기적으로 줄이는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국민 모두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신설 석탄화력발전소 철회를 놓고 당진시장이 단식에 나서는 등 정부와 마찰이 크다.
대기오염의 주범인 석탄화력발전소 폐쇄는 세계적 추세다. 미국은 지난해까지 655기의 발전소를 폐쇄했고 추가적으로 619기를 폐쇄할 계획이다. 중국도 올해 안에 베이징 주변의 석탄화력발전소를 완전히 폐쇄하기로 했다.
신기후체제 아래에서 온실가스를 다량 배출하는 석탄화력 확대와 유지는 국가정책의 모순이다. 청정연료(LNG), 신재생 에너지 등으로 대체해 나가야 한다.
■충남도에도 도시화·저출산·고령화로 곧 사라질 한계마을이 속출하고 있다.
저출산·고령화에 대해선 좀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 저출산 문제는 국민의 행복이라는 관점에서 봐야 한다. 국민경제를 위해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주장은 잘못된 태도 같다. 여성들이 애 낳는 기계는 아니다. 엄마 아빠가 되는 것은 무엇보다 큰 행복이다. 저출산 문제는 여성의 인권문제, 행복한 가정을 지키기 위한 사회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고령화도 생각을 바꿀 때가 됐다. 매년 도 공직자 은퇴식에 참석하는데 모두 건강하다. 건강수명이 늘어나고 있다. 시대가 바뀌었는데 이들을 비경제인구로 몰아 부양대상인구로 포함시키고 있다. 시대에 맞게 노동시장과 은퇴제도를 바꾸면 경제활동 인구는 훨씬 늘어난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하고싶은 말이 있나.
민주주의 리더십을 우리 사회에 보여준 첫 경우가 노무현 전 대통령이라고 생각한다. 당시엔 아마추어 리더십이라는 비난을 들었지만 지금 많은 국민들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해 가장 좋았던 민주주의 지도자로 생각한다. 현재 권력을 쥐고 있는 사람들의 사고가 평범한 시민들의 상식을 못 쫓아간다.
우리 국민들에게, 특히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했던 40·50대 세대들에게 이제 민주주의를 완성하자고 제안한다. 왕권과 신권의 나라에서 시민주권 주권재민의 시대로, 민주주의 리더십, 시민정치사상, 좀 더 섬세해진 제도와 규칙으로 운영되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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