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투자자 보호 현황과 개선방안 │① 노후자금 불리려 위험투자 나서는 노인들

70·80대 고령 주식투자자 급증 … 1년새 90%↑

2017-05-24 11:15:12 게재

60~80대 보유주식 비중 25%

불완전판매·민원·분쟁 증가

#지난해 3월 서울 남부지법은 A금융회사가 자본시장법상 적합성 원칙과 설명의무를 위반해 89세인 고령 금융소비자에게 손실을 끼쳤다고 판단하고 배상하도록 판시한 바 있다. 랩어카운트와 같이 투자위험도가 초고위험 등급에 해당하는 금융상품의 경우, 89세인 고령금융소비자는 금융지식이나 판단능력이 취약할 수 있으므로 투자권유 및 판매해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금융회사는 상품의 손실위험성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적합성 원칙 위반), 금융상품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으며(설명의무 위반), '적극적 매매를 통한 수익과 원금 초과손실 위험 감내 가능' '파생상품 및 파생상품 펀드에 투자 기간 3년'을 임의로 표시한 투자자 정보확인서에 자필 서명을 받아 할아버지를 공격형 투자자로 분류했다. 이후 일정 기간이 지난 시점에 공격형으로 투자 운용된 금융상품은 손실이 발생해 원금보다 확연히 줄어든 금액만이 남았다.

#고령투자자인 갑은 A증권사 직원인 을을 통해 주식을 매매하는 투자자다. 갑은 A종목의 주가가 계속 하락하자 을에게 시장가로 매도해 달라고 전화를 했지만 을이 지체하는 동안 A종목의 주가는 계속 하락했다. 갑이 을에게 재차 통화를 시도했지만 통화연결이 되지 않은 사이 A종목은 하한가까지 떨어졌다. 갑은 증권사 직원의 매도지시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A증권사에 청구했다. 한국거래소는 증권사 직원 을이 고객 주문을 수탁해 호가를 제출하지 않아 갑에게 손해를 입힌 사실을 인정해 관리자로서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우리나라는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에 고령사회(65세 이상 14%)에 진입하고, 2026년에는 초고령 사회(20%)에 들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가운데 고령자들의 금융거래성향이 변하고 있다. 노후자금을 예금이나 저축 등에 묻어두는 것이 아니라 주식이나 펀드 등에 투자하려는 고령자들이 증가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한정된 노후 자금을 보수적으로만 운용해서는 늘어난 노후기간을 버틸 수 없다는 생각에 노후자금을 어떻게든 불리기 위해 고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 상품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으로 분석했다.

안전자산에서 위험자산으로 변하는 금융거래성향 = 한국예탁결제원의 지난해 12월 결산 상장사들의 개인 실질주주 현황을 보면 70대와 80대 이상 주식투자자들은 총 29만1251명으로 1년 동안 90.6% 증가했다. 70대 주식투자 인구는 2015년 13만464명에서 지난해 말 23만4449명으로 79.7% 늘었고, 80대 이상 주주는 2만2320명에서 5만6802명으로 2.5배(154.5%) 급증했다. 60대 주주는 40만2581명에서 64만9493명으로 61.3% 증가했다.

고령투자자들의 보유주식 비중 또한 높아져 60대 이상 투자자들의 지난해 보유주식 비중은 24.9%로 전체 주식의 4분의 1을 차지했다. 70대와 80대 이상 투자자들의 보유주식비율도 4.7%에서 8.2%로 2배 가까이 늘었다.

60대 이상의 펀드투자자도 늘었다. 한국금융투자자보호재단에서 지난해 조사한 펀드투자 조사에 따르면 2015년엔 30-40대가 가장 많이 펀드투자에 나섰지만 2016년엔 60대가 주를 이뤘다.

이에 따른 불완전판매 민원과 분쟁도 증가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가 2016년 한 해 동안 접수된 분쟁조정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60대 이상 고령자의 민원·분쟁 신청이 늘어났다. 거래소에 접수된 분쟁조정신청 투자자의 평균 연령대는 2013년 52세에서 작년엔 58.1세로 올라갔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장·노년층을 중심으로 해외지수연계 ELS(주가연계증권) 등에 대한 불완전 판매 민원이 급증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고객들의 이해부족과 함께 금융회사 직원들의 고령자 눈높이에 맞는 충분한 설명이 부족한 점 등 불완전 판매로 인한 민원·분쟁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며 "또 온라인 매체 사용이 미숙한 고령 투자자의 경우 금융투자회사 직원에게 주문을 위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과정에서 분쟁이 발생하는 사례도 많다"고 설명했다.

60대 이상 투자자 "금융이해력·거래 취약" = 금융감독원이 2016년에 실시한 전국민 금융이해력 조사결과에 따르면 30대와 40대는 69.9점인데 반해 50대는 67.6점, 60대는 64.2점, 70대는 54.4점으로 낮은 점수를 나타냈다. 70대는 금융지식과 금융행위 면에서 각각 52.1점, 50.5점을 받으며 다른 연령대보다 훨씬 취약한 모습을 보였다.

일반적으로 고령자들은 정보기술에 대한 접근성, 정보 활용 및 처리능력 등이 저하된다. 때문에 다양하고 혁신적인 상품이 등장할수록 오히려 시장에서는 약자가 될 수 있다. 특히 금융시장의 경우 일반 시장보다 더 복잡하고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가 등장하고, 정보 불균형의 정도가 심화되는 경향이 있어 더욱 문제가 크다.

한국소비자연구원의 이승진 선임연구원은 "과거에 비해 고령자의 교육수준이 향상되고 건강 상태 등의 개선으로 금융거래에 필요한 이해능력이나 학습능력 등도 어느 정도 개선이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령 증가에 따라 발생할 수밖에 없는 일정한 능력의 감퇴를 막기는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 연구원은 "노후에 직접적인 금융사기를 당하거나 제대로 알지 못하고 위험이 높은 상품에 투자해 손실을 입는다면, 개인적인 경제적 어려움뿐만 아니라 이로 인한 건강악화, 가족 간의 불화 등으로 불행한 노후를 보낼 수 있다"며 "이는 한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적 부양의 문제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고령투자자들에 대한 보호 대책은 부족하고 미흡한 실정이다. 이에 금융 분야 고령소비자 보호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권순채 한국금융투자자보호재단 주임연구원은 "미국에서는 고령자를 위해 특별히 '고령자 정의법'을 제정할 정도로 고령자 대상 범죄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데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미국처럼 심각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는 않는 상황"이라며 "고령자 대상 금융사기 예방 등 고령자들의 은퇴자산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고령자 대상 금융사기에 대해 예방에서 사후구제까지 고령자 금융사기 전반을 담당하기 위한 공조시스템이 필요하다"며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를 특별하게 다루는 법을 제정해 고령자들에게 일종의 법적 보호망을 제공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논의해봐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고령투자자 보호 현황과 개선방안' 연재기사]
① 노후자금 불리려 위험투자 나서는 노인들│ 70·80대 고령 주식투자자 급증 … 1년새 90%↑ 2017-05-24
②고령화 먼저 진입한 미국·일본, 투자자 보호도 앞서│ 고령자 대상 금융범죄, 처벌 강화 추세 2017-05-25
③고령화 컨트롤타워 필요│ "투자상품 판매시 '녹취' 의무화해야" 2017-05-26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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