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투자자 보호 현황과 개선방안│③고령화 컨트롤타워 필요
"투자상품 판매시 '녹취' 의무화해야"
금융회사 자율에만 맡겨서는 한계 … 불완전판매 예방·처벌강화 법적근거 마련
고령자들의 고위험 금융투자가 증가함에 따라 금융당국에서는 고령투자자 보호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다. 각 금융사마다 어르신 전용 창구와 콜센터를 만들고 내부통제를 강화한데 이어 지난달부터는 고위험상품에 대한 '투자숙려제도'를 본격적으로 시행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아직 우리나라의 고령투자자 보호 수준이 선진국에 비해 많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금융사들의 불완전판매를 예방하기 위한 '녹취 의무화'를 시행해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고령자대상 금융범죄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위해 법적 구속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확인서 서명만으로 불완전판매 분별 어려워" = 2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우리나라에서는 고령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각종 방안들이 확대·적용되고 있다. 고위험상품 투자시 고령자 본인 투자성향을 파악해 신중한 투자가 이어지도록 한 '적합성보고서' 제도와 '투자자 숙려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것이다.
금융사들은 고령자 전담조직 및 전담창구 마련하고 전담인력을 배치해 고령자 정책 마련 및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는 주요 10개 증권사에서 총 873개 고령투자자 전담창구를 설치하고 965명의 전담 상담직원과 104명의 전담 콜센터 직원을 운영한다. 또 투자 위험이 높은 ELS(주가연계증권) 등 파생상품을 '투자권유 유의상품'으로 지정·운영하고 있다. 장준경 금감원 자본시장감독국장은 "고령투자자를 위한 상담창구 및 상담전화 활성화는 어르신들의 금융거래 편의성을 높이고 금융투자상품의 위험성을 쉽게 인지할 수 있게 한다"며 "투자숙려제도는 고령투자자를 두텁게 보호하자는 취지에서 시행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추진하고 있는 고령투자자 대상 고위험 상품판매시 녹취 의무화는 아직 시행을 못하고 있다. 녹취의무화 방안이 현재 규제개혁위원회에 계류 중이기 때문이다.
박민우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과 과장은 "고령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상품판매시 녹취 의무화는 중요한 투자자보호방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투자상품 위험성에 대한 설명 확인서에 형식적으로 서명한 것으로는 불완전판매 여부에 대한 분별이 어렵다"며 "고령투자자가 상품 가입시 창구 직원과 나눈 이야기를 녹취하는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과장은 "금융회사 창구 직원이 투자권유를 제대로 했는지 또 고령투자자가 설명을 제대로 들었는지 등 판매과정을 다 녹취하게 되면 불완전판매가 한층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자본시장법에 근거 규정 만들어야" = 자본시장법에 고령투자자를 별도의 보호 대상으로 구분하지않는 점이 고령투자자 보호의 한계라는 주장도 나왔다.
이승진 한국소비자원 선임연구원은 "자본시장법에는 금융상품 판매시 동일한 설명을 하더라도 이해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느끼는 고령투자자의 취약한 상황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금융회사가 복잡한 금융상품을 설명한 후, 형식적으로 설명을 이해했다는 확인까지 받는다면 고령투자자가 피해를 입더라도 사실상 구제를 받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고령투자자 보호 방안을 법률로 강제화하기보다 금융회사 자율적으로 실시하도록 하는 점도 한계라고 꼬집었다. 그는 "고령투자자 보호를 위한 표준투자권유준칙, 금융소비자보호 모범규준이나 이에 관한 가이드라인 등 자율규정은 이미 존재하고 있었지만 실질적인 이행 여부에 대한 점검은 소홀했다"며 "그동안 진행된 고령투자자 보호방안은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고령투자자 보호에 대한 내용을 법령 차원으로 명시화하거나 금융당국의 조사 및 감독 규정에 관련 사항을 마련해 모니터링 등의 대상으로 규정함으로써 금융사의 자율이행 사항이 강제화 되도록 구속력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자본시장법에 고령투자자보호방안에 대한 근거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해 "연령에 대한 구체적인 명시가 없을 뿐, 관련 내용은 적합성원칙에 따라 이미 고려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 법적근거를 두고 처벌을 강화한다고 해서 불완전판매가 없어질지에 대한 점도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박민우 금융위 과장은 "자본시장법에는 일반투자자들의 투자목적과 재산상황, 투자경험 등에 맞게 권유를 해야 한다고 되어있다"며 "이는 고령투자자 보호에 대한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 반드시 연령대 구분이 필요한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고령자 전담 금융교육·자산관리인제도 = 이밖에 고령투자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전담 금융교육과 자산관리인제도가 필요하다는 제안도 나왔다. 고령투자자에 대한 금융교육을 담당할 컨트롤타워와 교육을 수행하기 위한 각 정부기관들간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 연구원은 "고령투자자를 위한 전담기관을 설립해 고령자의 특성을 반영한 금융교육 방안과 인프라를 설계하고, 금융교육을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면 고령자가 일정 연령에 도달하면 보건복지부가 주체가 되어 치매검진사업, 생애전환기 건강진단을 제도적으로 실시하는 경우, 건강검진만 실시할 것이 아니라 국가적·제도적으로 지원되는 금융교육, 금융사기 예방 교육 등을 함께 의무적으로 받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고령투자자의 자산관리를 전문적으로 도와주는 자산관리인제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고령투자자는 교육현장을 벗어난 장소에서 다양한 형태의 금융상품 및 거래 유형이나 금융사기에 직면할 경우 교육받은 대로 거래를 하거나 사기범죄에 대처하기에는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피해를 입은 고령투자자가 원활하게 구제받을 수 있는 시스템 마련도 제기됐다. 이 연구원은 "고령투자자의 피해에 대한 사후구제 수단을 보장해주는 것은 손해를 온전히 보상해준다는 점뿐만 아니라, 신고와 상담, 분쟁조정 신청 등을 통해 관련 사례와 통계자료를 확보를 기대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필요하다"며 "고령금융소비자가 보다 쉽게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는 전용 시스템 마련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고령금융소비자의 취약성과 피해에 관한 데이터베이스 등 관련 자료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작업과 함께 이를 통일적으로 지휘·운영하는 컨트롤 타위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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