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을 여는 책 | 직업의 종말
창업가정신으로 '자신의 일' 만들어라
과거 블루칼라 생산직 종사자들만의 문제로 보였던 일자리 부족이 이제는 화이트칼라 전문직 종사자들에게까지 확산되고 있다. 어느 전문직에서든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는 대신 과실을 기대할 수 있었던 옛 영광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지난 세기만 해도 개인이 한 직업에 종사할 경우 10년 후 자신의 미래를 예측하고 계획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아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학자들은 현재의 초등학생들이 본격적으로 직업을 갖게 되는 10~15년 이후에는 개인당 30~40개의 직업에 종사하게 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2016년 다보스포럼에서는 지금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직업이 20년 뒤에는 대부분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체계를 따르느냐, 창출하느냐
새로 나온 책 '직업의 종말'은 이처럼 과거와는 달라진 직업의 패러다임에 대해 다룬다. 우리는 아직도 '명문대학'을 졸업해 '안정적인 직업'을 찾겠다는 헛된 희망을 품고 어린 시절부터 무한경쟁에 투신한다. 그러나 저자에 따르면 대학을 졸업해 평범한 직장인이 되는 시대는 끝이 났다.
이는 전세계적으로 대학 졸업자가 엄청나게 늘어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첨단화와 기계화가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아 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따라서 저자는 오늘날 우리가 '복잡성 영역'과 '혼돈 영역'을 개척해 나가는 것이 비즈니스와 일자리 문제에서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복잡성과 혼돈 영역의 일은 고정된 틀이 있다기보다 창의적으로 문제를 풀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앙트레프레너십(entrepreneurship), 즉 창업가정신을 구현하는 것과 맞닿아 있다. 이제는 무의미한 학위를 따느라 시간과 비용을 들이는 것보다 창업가정신을 구축하고 발휘하는 데 투자하는 게 보다 효과적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현재의 상황은 스스로 비즈니스 시스템을 창출하려는 사람들에게는 엄청난 기회를 제공한다. 예전에는 창업을 하려면 직장을 그만두고 입지 좋은 도심에 사무실을 임대하고 고가의 갖가지 장비들을 갖춰 놓아야만 했다. 따라서 빠른 시간 내에 사업에서 승부를 봐야 했고 실패할 경우 빚더미에 앉아 이를 만회하는 데 수년의 시간을 허비해야 했다.
하지만 이제 그럴 필요가 없다. 예컨대 현재 갖고 있는 직업에 종사하면서 혹은 프리랜서로 일을 하면서 평일 밤이나 주말 낮을 이용해 사업을 할 수 있다. 이는 오늘날 비즈니스를 지배하고 있는 플랫폼과 무료이거나 저렴한 소프트웨어 덕에 가능해졌다. 아울러 전세계적으로 고급 인력이 넘쳐나는데다 인터넷을 통해 이들과 언제든 연결할 수 있어 사업 구축과 확장을 위한 협업이 용이해졌다.
그렇다고 저자가 당장 직장을 그만두고 창업을 하라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저자에 따르면 중요한 것은 창업이 아니라 창업가정신을 구현하는 것이다. 저자는 직업과 창업의 가장 큰 차이는 '시스템을 따르느냐, 아니면 창출하느냐'에 있다고 주장한다. 비록 현재 어느 기업의 고용인이라 하더라도 장차 자신만의 비즈니스를 창출하겠다는 목표로 한 걸음 한 걸음 준비해 나가는 사람은 창업가정신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만의 비즈니스 시스템을 창출하기 위해 주어진 시간과 자원을, 창업가정신을 구현하는 데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자신의 에너지를 직장을 다니며 승진하고 연봉이 오르기를 기대하는 데 투자하지 말고 자기 자신을 위한 역량을 쌓고 인맥을 얻는 데 쓰라는 얘기다.
자유·의미 추구해야 성공
나아가 저자는 일의 미래에 대해 '일에서 자유와 의미를 추구하는 것이야말로 물질적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주장한다. 저자에 따르면 사람에게 일을 하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3가지 핵심 가치는 '돈' '자유' '의미'인데 지금까지는 주로 물질적 동기인 돈을 얻기 위해 자유와 의미가 제한됐다. 그러나 현재는 삶의 근본적 목표인 자유와 의미를 따르는 것이 곧 부로 이어지는 시대다.
저자는 제한받아 왔던 자유와 의미를 추구해야만 성공을 거둘 수 있는 시대가 왔다고 말한다. 저자가 만나 본 창업가들은 하나같이 자기 자신의 삶에 대한 통제력을 회복하고 더 많은 자유와 의미를 얻기 위해 창업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직장인으로 살 때는 꿈도 꾸지 못했던 시간과 자유를 얻은 것은 물론이고 더 많은 부를 얻었다는 것.
저자는 인터넷 등으로 대변되는 기술 혁신이 상품 생산 비용의 감소, 유통 구조의 대중화, 새로운 시장의 창출을 극대화함으로써 자유와 의미를 따르는 삶을 가능하게 만들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저자는 이 기회를 잡는 것은 전적으로 자신의 몫이며 그에 따른 결과도 스스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19세기 유명한 저널리스트 호러스 그릴리의 말을 인용한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워싱턴은 살 만한 곳이 아니다. 집값은 비싸고 음식은 형편없으며 먼지는 거북하고 도덕심은 개탄스럽다. 서부로 가라, 젊은이여. 서부로 가서 이 나라와 함께 성장하라."
이 말은 서부 개척 시대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우리는 불만족스럽고 성장 가능성이 없는 현실을 개탄하고 있을지 모른다. 혹 그 정도까지는 아니라 해도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자신만의 놀라운 성취를 이루고 싶을 법하다. 만약 그렇다면 가만히 주저앉아 있지 말고 자신만의 서부로 가라. 결국 일의 미래는 스스로 써 나가야 한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