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감사로 드러난 금감원 적폐│② 제 식구 봐주기

'직원 주식거래' 눈감고 '억울한 제재' 외면

2017-09-22 11:09:25 게재

금감원직원 주식거래 확인 규정없어 … '무혐의' 받은 회사 임직원 제재, 재심 구제안해

미공개중요정보 등을 이용한 주식시장의 불공정거래를 근절해야 하는 금융감독원이 기업 정보를 다루는 직원들의 주식거래에 대해서는 관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22일 검찰에 따르면 최근 서울남부지검은 차명계좌로 주식을 거래한 혐의로 감사원이 수사를 요청한 금감원 직원들의 계좌추적을 벌이고 있다.

감사원은 장모 명의 계좌로 주식을 거래한 금감원 직원 A씨와 처형 명의 계좌로 주식을 거래한 직원 B씨를 적발해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A씨는 2013년 2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자신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장모 명의로 개설한 주식계좌를 통해 7244회에 걸쳐 주식을 거래했으며 그동안의 매매대금은 734억원에 달했다.

B씨는 2012년 12월부터 2015년 9월까지 처형 명의 계좌로 주식을 거래했으며 매매대금은 8억3백만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금융회사 직원은 과태료, 금감원 직원은 제외 = 자본시장법은 금융회사 직원이나 금감원 임직원이 차명으로 주식거래를 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금감원이 금융회사 검사시 임직원의 주식 매매내역을 검사하고 있는 것과 달리, 내부 직원들의 매매내역을 확인할 수 있는 규정은 갖추고 있지 않다. '임직원의 금융투자상품 보유 및 거래의 신고 등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지만 직원이 자발적으로 신고하는 내용이다.

금감원은 임직원이 내부 전산시스템에 본인의 주식거래 내용을 입력하는 방법으로 신고하면 금융투자상품 보유 및 매매 내역이 규정과 부합하는지 여부만 확인한다.

감사원은 "금감원은 임직원이 금융투자상품을 보유 및 매매하고도 미신고한 내역은 없는지와 신고한 내역은 적정한지 여부를 점검한 적이 없는 등 임직원의 자기매매 관련 점검 및 관리가 미흡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금감원 임직원 1942명 중 최근 5년간 기업정보 관련 업무 등을 수행한 적이 있는 임직원 161명 중 금융거래정보 제공에 동의한 138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였다.

조사결과 차명으로 주식을 거래한 2명 이외에도 주식 계좌를 미신고하고 매매내역을 통지하지 않은 4명, 매매 내역 미통지 12명, 비상장주식 취득 및 보유내역 미신고 32명을 적발했다.

금감원은 주식거래를 신고하지 않은 직원에 대해 과태료 부과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자본시장법은 금감원 임직원이 주식거래를 신고하지 않으면 5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돼 있다.

지난해 1월 금감원은 상장주식 31개 종목을 338회(매매대금 33억3000만원) 거래하면서 신고하지 않은 직원에 대해 자체적으로 견책 조치를 하는 데 그쳤다.

감사원은 "금감원 인사윤리위 심의결과 해당 직원은 동일 유형의 위반 전력 등으로 고의성이 있어 징계가 필요하다고 의결했다"며 "금감원 과태료 계산 방식에 따르면 500만원 부과 대상인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2013~2015년까지 3년간 금융회사 임직원 161명에 대해 주식매매 신고 규정 위반 등의 혐의로 34억1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무혐의 처분결과 모르고, 직권재심제도 무용지물 = 금감원은 미공개중요정보 이용이나 시세조종 등의 불공정거래 사건을 조사하면서 제재와 함께 검찰에 통보, 사법처리 절차를 밟는다.

하지만 검찰이 무혐의 처분을 하거나 법원이 무죄 판결을 선고하면 제재를 변경하거나 취소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직권재심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자본시장조사 업무규정은 고발 또는 수사기관 통보 조치된 금융투자업자 등에 대해 법원의 무죄 확정판결 또는 검찰의 무혐의 처분이 있을 때에 금감원의 조치 사항을 담고 있다.

금감원은 당초 제재 조치의 원인이 된 사실관계와 법률적 판단을 재검토해 위법 또는 부당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직권으로 재심해 당초 제재 조치를 취소하거나 변경할 수 있는 직권재심 권한을 수행해야 한다.

감사원은 2012년 이후 시세조종 또는 미공개중요정보이용혐의로 고발(수사기관 통보)됐다가 무혐의 처분을 받은 금융회사와 임직원의 제재 관련 사후 관리실태를 점검한 결과 14건 중 1건만 직권재심이 이뤄졌다. 6건은 재심여부를 검토하지 않았고 4건은 행정소송으로 행정조치 자체가 취소됐다. 2건은 검찰의 무혐의 처분만으로 미공개중요정보 이용혐의가 없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당사자가 직권재심을 요청하지 않았다는 사유로 직권재심 대상에서 제외됐다.

금감원은 지난해 5월 '조사결과 행정조치 병과사건 직권재심 업무절차'를 마련해 △피조치자가 검찰 무혐의 처분 또는 법원 무죄판결 사실을 고지한 경우 △행정조치에 대한 행정심판·소송결과 임직원의 조치가 취소되는 경우 △피조치자의 권리구제의사를 인지하는 경우 등으로 직권재심 검토사유를 오히려 제한했다.

이와함께 금융위원회는 2014년 9월부터 고발 및 수사기관 통보 조치에 따른 처리 결과를 개인정보라는 사유로 금감원에 제공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7월과 12월 검찰의 무혐의 처분을 받은 회사와 직원에 대해 금감원은 처분 결과 자체를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은 감사원 결과를 받아들여 "검찰의 무혐의 처분 사실 등을 인지할 경우 피조치자의 신청 여부와 관계없이 직원재심 심사협의체에서 행정조치 취소·변경 유지 여부에 대한 심사를 하도록 업무절차를 개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금융위도 검찰 등에서 통보받은 수사결과를 금감원에 제공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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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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