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최동진 기후변화행동연구소장
"정부 결단 없으면 서민층 반발 부를 것"
대기질정책, 공공모범이 우선
"정부와 공공이 앞장서고 결단하지 않으면 '서민만 피해보라는 거냐'는 반발이 거세지면서 결국 국민여론과 미세먼지 해결, 둘 다 놓칠 수 있다."
최동진(사진) 기후변화행동연구소장은 "시즌제 등 강력한 미세먼지 대책이 자칫하면 반서민 정책으로 낙인 찍힐 수 있다"고 경고했다.
주 단속 대상인 노후 경유차의 상당수는 생계형 차량으로 서민들이 운행한다. 승용차를 두고 대중교통만으로 출퇴근하기 어려운 도심 외곽 거주민 대다수도 서민층이 많다. 홀짝 번호 차량을 두대 이상 보유한 부유층은 강제 2부제가 시행되더라도 번갈아 차를 끌고 나올 수 있다.
반면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들까지 오염 배출량을 속여서 보고하는 경우가 여전히 많다. 이를 단속해야할 환경부 등 정부 당국은 '경제 살리기'에 밀려 강력한 단속을 늦춘다. 교통정책과 SOC 사업에 대해서도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각종 SOC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건설장비들에선 지금도 엄청난 양의 미세먼지가 발생하고 있다.
전국적 차원의 주요 오염원 차단은 정부와 지자체가 결단할 몫이지만 주로 거론되는 것은 시민의 자동차와 가정용 난방이다. 서울시 등 지자체 권한으로 할 수 있는 조치가 제한적이다보니 빚어진 일이긴 하지만 정부가 제 할일은 미루고 국민들 희생만 강요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최 소장은 "시민들은 어느 정도 규제를 수용할 준비가 돼있지만 오히려 문제는 정부와 지자체"라고 말했다. 서울시를 제외하면 운행제한 등 강도 높은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취할 수 있는 조례를 마련한 곳도 거의 없는 실정이다. 화력 발전소 운영은 지자체 차원에선 어찌할 방법이 없는 영역이다.
정부도 이같은 지적을 모르지 않는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을 위원장으로 한 국가기후환경회의를 늦게나마 출범시킨 이유다.
최 소장에 따르면 조만간 국가기후환경회의는 석탄화력 발전소 셧다운제 등 강력한 미세먼지 대책을 조만간 발표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들에게 규제를 강요하려면 정부도 그에 준하는 결단을 보여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서다. 탈원전정책으로 발전량을 조절 중이던 원전 가동률을 일시적으로 높이는 문제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 소장은 "중국의 미세먼지 감축 속도가 빠른 것은 발전소 가동 제한, 사업장 단속 등을 강하게 실행했기 때문"이라며 "경유차 운행제한과 함께 전국 사업장, 발전 분야 대책 등 삼박자가 동시에 움직여야 가시적 저감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결단과 함께 최 소장이 강조하는 부분은 미세먼지 대책과 기후변화 대응의 연관성이다. 최동진 소장은 "다양한 원인이 있지만 결국 화석연료 사용과 대기정체가 미세먼지 발생 주원인이며 이는 기후변화대응과 미세먼지 대책이 동일선상에 있음을 보여준다"면서 "공공의 솔선수범, 기후변화 대책과 통합적 추진 등이 선행돼야 국민 설득과 미세먼지 문제의 근본적 해결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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