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계위, 판사 사찰·정치적 중립 훼손 등 윤석열 총장 혐의 인정

2020-12-16 11:34:35 게재

"증거에 입각해 결정 … 만족 못해도 양해 부탁"

윤, 징계처분취소·집행정지 등 소송전 나설듯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가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정직 2개월의 징계처분을 결정하면서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의 사상 첫 소송전이 예상된다.

징계위원회가 16일 새벽 윤 총장의 징계 혐의 6개 중 4개를 인정하고 정직 2개월 처분을 내리자 윤석열 총장은 이에 반발해 법적 절차에 따라 바로 잡을 것이라고 반발했다.


◆사상 첫 검찰총장 정직 2개월 = 검사징계위는 16일 오전 5시쯤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징계 사유로 제시한 윤석열 검찰총장의 비위 혐의 6가지 중 판사 사찰 의혹, 채널A 사건 감찰·수사 방해, 정치적 중립 훼손, 언론 사주와의 부적절한 접촉, 총장 대면조사 방해 등에 대해 징계사유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징계위는 윤석열 총장에 대해 정직 2개월이라는 사상 첫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를 결정했다.

다만 언론사주와의 부적절한 접촉, 총장 대면조사 방해는 사유가 있지만 징계하지 않기로 하는 '불문' 결정을 내렸다. 사실상 '판사 사찰' 의혹과 채널A 사건 감찰·수사 방해, 정치적 중립 훼손 등 혐의만 정직 처분의 이유가 된 셈이다. 이로써 윤 총장은 지난 1일 직무 복귀 보름 만에 다시 업무에서 배제될 위기에 놓이게 됐다.

윤 총장은 지난달 24일 추 장관의 징계 청구와 함께 직무가 정지됐지만, 법원의 집행정지 결정으로 일주일만인 지난 1일 다시 총장직에 복귀한 바 있다. 대검 대변인은 이날 "윤석열 총장은 징계 확정 때까지 정시 출·퇴근하고 통상적인 업무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소송전 진행 전망 = 윤 총장은 이날 곧바로 징계위 처분에 반발해 소송전에 나설 뜻을 내비쳤다.

윤 총장은 이완규 변호사를 통해 "임기제 검찰총장을 내?기 위해 위법한 절차와 실체없는 사유를 내세운 불법 부당한 조치로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독립성과 법치주의가 심각하게 훼손됐다"며 "헌법과 법률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잘못을 바로 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윤 총장 측 이완규 변호사는 전날에도 "징계 절차가 위법하고 부당해서 승복할 수 없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며 결과에 따른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윤 총장은 앞선 직무배제 취소소송 때와 마찬가지로 징계처분 취소를 구하는 본안 소송과 함께 집행정지 신청을 함께 낼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이 징계를 놓고 사상 첫 소송전이 예상돼 주목된다.

소송이 진행되면 주요 쟁점은 징계가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에 해당하는지, 절차적으로 위법한 부분이 있는지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윤 총장은 앞선 직무배제 취소소송 때와 마찬가지로 징계처분 취소를구하는 본안 소송과 함께 집행정지 신청을 함께 낼 것으로 보인다.

집행정지를 신청하면 법원은 심문을 통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와 '긴급한 필요'에 대해 판단한 뒤 이르면 당일 인용·기각 결정을 내리게 된다.

앞서 윤 총장이 낸 직무배제 집행정지 신청에 대해 재판부가 "검찰총장과 검사로서의 직무를 더이상 수행할 수 없게 된다"는 점을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로 인정한바 있다.

법조계 일각에선 징계위의 2개월 정직 결정도 검찰총장이 업무를 할 수 없게 된다는 점에서 직무배제에 대한 판단과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정직 처분의 경우 직무배제와 달리 일시적인 처분이 아니라는 점, 집행 당사자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아닌 문재인 대통령이라는 점에서 양상이 다르게 흘러갈 수도 있다.

◆징계받을 만한 위법 행위 여부 쟁점 = 징계 처분의 취소를 요구하는 본안 소송에서는 윤 총장이 징계를 받을 만한 위법 행위를 했는지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징계위에서 혐의를 인정한 재판부 분석 문건 작성, 채널A 사건 감찰 방해, 정치적 중립 훼손 등을 과연 징계 사유로 볼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윤 총장 측은 징계위 절차와 구성에서의 흠결을 지적하며 재판의 쟁점으로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윤 총장 측은 이번 2차 심의에서도 징계위원 2명에 대한 기피 신청이 기각되고 예비위원을 2명을 충원해달라는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무리한 징계"라고 비판했다.

심문이 끝나고 나서도 징계위가 속행 기일을 잡아달라는 요청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심의를 종결했다며 최종 진술을 포기하기까지 했다.

징계 재량권을 남용했는지 여부도 쟁점이 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판단해야 할부분은 윤 총장의 행위가 정직 처분을 받을 만큼 심각한 비위로 볼 수 있는지다.

기존의 직무배제 집행정지 사건은 법무부의 즉시항고로 서울고등법원 행정6부(이창형 최한순 홍기만 부장판사)에 배당된 상황이다.

하지만 징계위의 정직 처분 결정으로 새로운 소송이 시작되면 법원이 직무배제 집행정지 신청에 대해선 각하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 징계처분이 이뤄질 경우 직무배제 집행정지는 소의 이익이 사라진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윤 총장 측이 징계위 소집 전 검사징계법을 문제 삼으며 제기한 헌법소원도 진행 중이다. 윤 총장 측은 징계위원 7명 가운데 5명을 추 장관이 지명·추천하는 인사로 구성할 수 있도록 한 법 조항이 공정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징계위, 증인 5명 잇달아 심문 = 앞서 징계위는 15일 오전 10시34분부터 오후 8시30분까지 손준성 대검 수사정보담당관을 시작으로 박영진 울산지검 부장검사, 류혁 법무부 감찰관, 이정화 대전지검 검사,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에 대한 증인심문을 차례로 진행했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정진웅 광주지검 차장검사도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출석하지 않았다.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은 징계위가 직권으로 증인으로 채택했다가 철회해 입장을 담은 의견서만 제출했다.

윤 총장 측 변호인단은 15일 저녁 증인심문이 끝난 직후 "심 국장의 진술 내용을 탄핵해야 하고, 새로운 증거 열람이 필요한 데다 증인심문에서 나온 증언들을 정리해 최종 의견 진술을 준비해야 한다"며 속행 기일을 요청했다.

그러나 징계위는 이번 기일에 심의를 종결하기로 결정짓고 윤 총장 측에 최종 의견을 진술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변호인들은 "이런 요구는 무리하고,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최종 의견 진술을 하지 않고 회의장을 나왔다.

증인심문이 끝나고 오후 8시 30분께 청사를 나선 이완규 변호사는 약 10분가량 이 같은 징계위 조치의 문제점을 설명하면서 "징계 절차 자체가 위법하고 부당한 만큼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징계 수위 놓고 7시간 '마라톤 토론' = 증인심문 절차가 모두 끝나고 윤 총장 측 변호인이 돌아간 뒤 징계위는 15일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새벽 4시까지 윤 총장의 징계 수위를 두고 밤샘 토론을 벌였다.

토론이 장시간 이어진 건 법무부가 청구한 징계사유의 인정 여부 등을 놓고 위원들 간에 이견을 좁히는 데 시간이 걸렸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한중 징계위원장 직무대리는 징계위가 끝난 뒤 취재진에게 "해임부터 정직 4월·6월 등 여러 의견이 많았다"면서 "(위원들 간) 합의가 안 돼 토론을 계속했다"며 경위를 설명했다. 정 직무대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고초를 겪고 계신 국민들에게 이런 불미스러운 일을 오래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증거에 입각해 결정했다. 국민들이 만족하지 못하더라도 양해를 부탁한다"고 했다.

그는 전날 오전에 시작한 회의가 날을 넘겨 새벽까지 진행된 것과 관련해서는 "양정을 놓고 일치가 안 돼 일치될 때까지 계속 토론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임(의견)부터 시작해 상당히 오래 토론했다"며 "여러 의견이 있었는데 과반수가 되는 순간 윤 총장에게 유리한 양정으로 정했다"고 말했다.

정 직무대리는 또 윤 총장 측이 최후진술 준비 시간이 부족했다고 밝힌 데 대해 "1시간 후 진술하라고 했는데 시간이 부족하다고 해서 스스로 포기한 것"이라며 "모든 절차에서 충분히 기회를 줬고 증인도 자기들 증인이어서 1시간 정도면 진술할 줄 알았다"고 했다.

그는 징계위가 처음부터 결론을 정해놓았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는 "(결론을) 정해놓고 했으면 이렇게 오후 9시부터 새벽 4시까지 했겠는가"라며 "계속 결론이 안 나 오래 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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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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