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1년 앞둔 문 대통령, 안팎으로 '시련'
북미 긴장고조에 한반도평화프로세스 '먹구름'
백신 공급 차질 우려에 빛바랜 코로나 방역
'정권심판' 기운 재보선, '레임덕' 시작되나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를 1년여 앞두고 안팎으로 시련에 직면한 모습이다. 북미간 신경전으로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조속히 한반도평화프로세스를 재가동하려던 문 대통령의 구상에는 먹구름이 끼었고, 코로나 3차 유행이 지속되는 가운데 백신 공급 차질이 우려되며 코로나 사태 초기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던 방역 성과마저 빛을 바래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 이후 성난 부동산 민심이 폭발하면서 4.7 재보선은 '정권심판론'으로 기울어진 상황. 이번 선거에서 여당이 패배하면 문 대통령의 '레임덕'이 본격화될 것이란 우려마저 나온다.
◆대화보다 갈등 치닫는 북미 =1일 청와대에 따르면 서훈 국가안보실장은 현지시간으로 2일 미국에서 열리는 한미일 안보실장 협의에 참석한다. 1월 출범한 바이든 행정부의 새 대북정책 발표를 앞두고 한국, 일본 등과 최종 조율하는 자리다. 지난달 중순 미국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방한 당시 한미는 '완전히 조율된 대북전략'에 기초한 공조를 약속했지만, 북미간 싱가포르 선언을 토대로 신속한 대화 재개를 원하는 우리 정부의 입장이 얼마나 반영될지는 불확실하다.
북한이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 바이든 대통령이 "그들(북한)이 긴장 고조를 선택한다면 상응한 대응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하는 등 북미관계가 대화보다는 갈등 국면으로 치닫고 있어서다. 미 백악관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날 의향의 없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과 '정상외교'를 통해 북핵문제 해법을 모색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는 다른 길을 가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 미국은 연일 인권문제를 제기하며 북한을 압박하고 있다.
북한 역시 바이든 대통령을 겨냥해 "앞뒤 계산도 못하고 아무런 말이나 계속 망탕(마구잡이로 하는)하는 경우 미국은 좋지 못한 일을 마주하게 될 수 있다"고 하는 등 미국에 대한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문 대통령을 향해서도 '미국산 앵무새', '철면피' 등 비난을 퍼부었다.
북미간 중재 역할을 하며 북핵문제 해결의 전기를 마련하려던 문재인정부로서는 난처해진 상황이다.
◆선거에서 사라진 '문재인 마케팅'= 국내적으로는 코로나 3차 유행이 지속되고 있다. 1일 코로나 신규 확진자 수는 551명으로 전날(506명)에 이어 이틀 연속 500명대를 기록했다. 하루 신규 확진자 수는 한 달 넘게 300~400명 대를 오르내리며 정체양상을 보였으나 최근 다시 확산되는 모습이다. 여기에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백신 수급이 불안정해지면서 국내 백신 접종에도 차질이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당장 백신 공동구매 국제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 들여올 예정이었던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도입 일정이 늦춰지고, 분량도 줄었다. 문제는 세계적으로 백신 확보 경쟁이 격화되면서 향후 백신 공급 일정도 장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11월 집단면역 형성이라는 정부의 목표 달성이 불투명해지면서 코로나 사태 초기 문재인정부의 방역 성과도 퇴색하고 있다.
'LH사태'를 계기로 폭발한 성난 부동산 민심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문 대통령이 부동산 적폐 청산 의지를 수차례 강조하고 강력한 투기 근절 대책을 내놓았지만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여당 의원들이 전세보증금을 대폭 인상한 사실이 드러나며 빛이 바랬다.
부동산 민심 악화로 4.7 재·보궐선거가 '정권심판론'으로 기울면서 2018년 지방선거, 지난해 총선에서 어김없이 등장했던 '문재인 마케팅'이 이번에는 사라졌다. 여당이 먼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사과하고 대출규제 완화와 민간주도 주택공급 등 기존 정부 정책과는 다른 공약을 내놓고 있다.
여당의 대통령과의 차별화 시도는 임기말 '레임덕'의 대표적인 현상 중 하나로 꼽힌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이번 재보선에서 여당이 패배할 경우 차기 대선주자나 당권주자는 문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시도할 수밖에 없다"며 "문 대통령의 레임덕이 본격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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