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공장과 일터혁신
스마트공장, 일터혁신과 결합해야 성과
노사 소극적·부정적 인식 장애요인 … "정부 관련정책 강화해야"
4차산업혁명으로 인한 산업구조의 변화,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 스마트 공장 등 생산자동화에 대응해 일하는 방식을 개선하고 고용안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사람 중심의 일터혁신이 필요하다. 제조혁신, 디지털뉴딜과 일터혁신이 함께 진행되지 않으면 고용안정성과 불균형 문제가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2019~2020년 중소벤처기업부와 고용노동부는 노동친화형 스마트공장 시범사업을 운영했다. 적지 않은 성과가 있었지만 문제점과 과제도 발견됐다.
노사발전재단과 스마트 공장 일터혁신 정책의 현황과 과제, 일터혁신 사례와 유럽의 일터혁신 정책을 살펴본다.
"지나친 자동화는 실패했다. 사람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했다."
미국 일론 머스크(E. Musk)가 자동화를 밀어붙였던 테슬라 프리몬트공장에서 로봇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생산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한 말이다.
스마트공장의 성공을 위해서는 그것을 효과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인력과 조직역량이 뒷받침돼야 한다. 스마트공장 솔루션과 로봇 등의 기술적 체계가 도입된다 하더라도, 그것을 운영할 수 있는 조직 및 인력체계가 효과적으로 정립되지 못한다면 스마트공장의 성과가 저하되거나 스마트공장 자체가 실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로봇밀도, 싱가포르 다음 높아 = 국제로봇연맹(IFR)이 발표한 '세계 로봇 현황' 보고서(2019)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로봇밀도는 종업원 1만명 당 868대로 전세계에서 싱가포르(918대)에 이어 2번째로 로봇을 많이 사용하는 국가로 나타났다. 전세계 제조업 로봇밀도 평균은 직원 1만명 당 113대를 기록했다.
한국은행 올해 1월에 발표한 '산업용 로봇 보급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산업용 로봇운용 대수는 2000년 3만8000대에서 2018년 약 8배인 30만대(국제로봇연맹 기준)로 늘었다.
국내 산업별 '로봇 침투도'를 추산한 결과, 특히 자동차·전자부품·컴퓨터 업종에서 로봇 보급이 빠르게 진행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로봇 침투도는 실제 1000명 당 로봇보급 증가폭과 부가가치 상승을 고려한 증가폭 간의 격차를 말한다. 로봇 침투도가 0보다 크다면, 결국 해당 산업의 부가가치 성장 속도보다 로봇보급 속도가 더 빠르다는 뜻이다. 2010∼2018년 자동차 사업의 로봇 침투도는 연평균 6.3단위 증가했다. 2010∼2016년 전자부품·컴퓨터 산업의 로봇침투도 역시 연평균 3.1단위 늘었다.
한국은행이 로봇 침투도와 종사자수, 실질임금과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어떤 산업에서 로봇 침투도가 1단위 증가하면 종사자수 증가율은 약 0.1%p, 실질임금 상승률은 약 0.3%p 각각 낮아지는 것으로 추정했다.
한국은행은 보고서에서 "앞으로도 기술 발전, 코로나19 이후 디지털 전환 등과 함께 로봇의 역할이 꾸준히 확대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일자리를 늘리려면 로봇보급에 따른 생산성 증대가 업무 창출로 이어지도록 새 고부가가치 산업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부문간 '노동 이동'을 늘려야 한다"고 제언했다.
◆중기부 2022년까지 3만개 스마트공장 보급 = 중소벤처기업부는 '스마트공장 보급·확산사업'을 통해 2022년까지 3만개의 스마트공장 보급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2020년까지 전국에 1만9799개를 보급했다.
스마트공장의 기술적, 경제적 잠재력은 높게 평가되지만 고용과 노동에 미치는 효과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이 많다.
스마트공장이 위험하고 힘든 작업에서 인간을 해방하고, 권한과 책임을 갖는 지식노동자를 증대시킬 것이라는 낙관론이 있다. 반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고, 노동자에 대한 기술적 통제를 강화하며,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비관론도 있다.
이호창 노사발전재단(재단) 일터혁신본부장은 "스마트공장을 '노동배제형' 또는 '노동친화형'으로 추진할지는 제도와 관행, 노사정 행위주체의 전략적 선택에 따라 달라진다"고 지적했다. 노동친화형 스마트공장 구축을 위한 유럽(EU)의 실험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15~2018년까지 4년간 EU 8개국, 15개 파트너들과 함께 진행됐던 프로젝트(Facts4Workers)는 사람 중심의 접근, 사용가능성, 사용자의 경험, 최신의 정보통신기술 등을 활용해 '노동자 중심적 스마트공장' 구축을 목표로 미래 공장에 대한 실험을 했다. 이 실험으로 최신의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노동자에게 필요한 정보와 권한을 줌으로써 생산성과 직무만족도를 함께 높일 수 있었다.
◆2019년 노동친화형 스마트공장 시범사업 실시 = 중기부와 고용노동부는 2019년 6월 '사람중심 스마트공장 협약식'을 시작으로 영진 화인알텍 파라텍 삼보팩 바이오프로테크 등 10개 기업을 대상으로 노동친화형 스마트공장 시범사업을 추진했다.
영진은 친환경차 배터러 커버, 차체 등을 생산하는 업체로 직원 125명에 796억원(2019년) 매출액의 중소기업이다. 영진은 코로나19로 국내 자동차업계 부진, 주 52시간제에 따른 근로시간 단축과 안전관리 법제 강화에 대한 대응이 필요했다.
영진은 2019년 10월부터 생산 효율성과 품질개선을 위해 로봇용접 기계 및 제조실행시스템(MES)을 도입에 따른 일터혁신을 통해 노동친화형 스마트공장 구축을 진행했다.
재단의 일터혁신 컨설팅을 통해 스마트공장 도입으로 발생되는 신규 직무 정보를 확보하고, 직무변화에 따른 전환배치, 채용, 교육훈련, 성과급 제도 등 인사관리제도를 개편하고, 변화유도와 정착을 위한 근로환경 및 노사협력을 주요과제로 설정했다.
일터혁신은 전환배치 활용으로 고용 유지, 도입 공정 신규 채용으로 고용 확대, 지식 노동자 육성을 위한 생산현장 교육, 로봇운영 및 품질관리 교육시간 및 프로그램 확대, 근로시간 단축으로 노동자 일생활양립(워라벨, Work Life Balance) 확보 등의 성과를 얻었다.
◆정부 시범사업 컨트롤타워 기능 부족 = 정부의 노동친화형 시범사업에는 문제점이 있다. 스마트공장이 아직 낮은 수준이어서 생산기술시스템의 변화와 연결된 일터혁신컨설팅이 진행되기 어렵다. 기업에서 스마트공장은 주로 생산기술파트가, 일터혁신컨설팅은 인사노무파트가 주도적으로 전개하는데 두 파트간의 대화와 협력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발생한다.
노사의 소극적·부정적 인식도 장애요인으로 작용한다. 경영측은 일터혁신이 중시하는 노동참여와 고용안정이 경영의 유연성을 제한할 수 있다고 염려하고, 노동측은 스마트공장과 일터혁신이 고용불안과 노동강도 강화를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하기 때문이다.
기술정보진흥원 로봇산업진흥원 노사발전재단 대한상공회의소 등 여러 기관이 함께 지원하는 만큼 각 사업을 조율해 시너지효과를 내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데 컨트롤 타워기능이 부족하다.
노동친화형 스마트 공장에 대한 개념과 인식이 부족하고 신청기업들의 지원동기가 '노동친화형'보다는 '많은 지원금'에 있는 것 등도 문제로 떠올랐다.
이호창 노사발전재단 본부장은 "사람-조직-기술 혁신을 아우르는 스마트공장 일터혁신의 통합적 모델을 유형별로 개발할 필요가 있다"면서 "노동친화형 스마트공장 추진과 관련된 정부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스마트공장과 일터혁신에 대한 노사정의 공동 연구 및 협의를 통한 컨센서스(협약) 마련 △노사 공동 시범사업 추진 △스마트공장 일터혁신 사업의 효과적 추진을 위한 부처, 기관 간 조정·협력 강화 등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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