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감축 발등의 불

"2030탄소감축목표 법 명시, 달성수단 고민해야"

2021-07-19 11:33:30 게재

문재인 대통령, 11월 상향 목표 제시 국제사회에 공언 … 일정에 쫓겨 설익은 법 제정은 더 큰 문제

2050 탄소중립 이행의 근간이 되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가칭)'이 또다른 복병을 만났다. 녹색성장 개념을 둘러싼 여야간 줄다리기가 끝나는가 싶더니, 이제는 2030 국가온실가스 감축 목표(NDC)가 새로운 논쟁거리로 떠올랐다. 지난달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소위에서 법에 해당 목표를 명시하자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2030년까지 몇년 대비 온실가스 몇% 감축' 식의 목표를 법 조문에 넣자는 얘기다.

환노위, 탄소중립이행법안 공청회 | 마리아 카스티요 페르난데즈 주한 유럽연합 대사(가운데)가 2월 2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탄소중립이행법안 마련을 위한 입법 공청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현재는 녹색성장기본법 시행령(제25조)에 해당 목표를 기재하는 구조다. 녹색성장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친 NDC를 국무회의에서 최종 결정하는 수순을 밟아왔다.

◆여야 모두 2050 탄소중립에는 공감 = 지난해부터 2050 탄소중립 관련 법안만 7개가 발의된 상태다. △기후위기대응법안(안호영 의원 대표발의) △기후위기대응 기본법안(유의동) △탈탄소사회로의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그린뉴딜정책 특별법안(심상정)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탈탄소사회 이행 기본법안(이소영) △기후위기 대응·정의로운 녹색전환 기본법안(강은미)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법안(임이자) △기후위기 대응 및 탄소중립 이행에 관한 기본법안(이수진) 등이다. 이들 법안은 각각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기후위기 대응 관련 계획의 수립, 기후위기대응위원회의 설치, 온실가스 감축목표의 설정 등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추진 체계를 마련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한 탈탄소사회로의 전환에 따른 책임과 이익이 공정하게 분배될 수 있도록 '정의로운 전환 원칙'을 강조했다.


강은미 의원(정의당·비례)은 2030 NDC 명시가 없다면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제정도 필요 없다고 얘기할 정도로 강경한 입장이다. 윤준병 의원(더불어민주당·전북 정읍시고창군) 역시 2030 NDC를 법에 넣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웅 의원(국민의힘·서울 송파구갑)은 "녹색산업이 마치 환경악당인 것처럼 호도하고 있는데, 만약 그렇다면 얼마 전 정부·여당이 통과시킨 녹색융합클러스터법은 악당 조장 법이었는가"라고 반문한다.

김 의원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은 목적이 명확해야 하는데, 기후위기 비상선언 결의안 논의 때에 이어 또다시 2030 NDC 법 명시를 반대한다면 과연 누가 환경악당인지 분명하게 알려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2030 NDC 목표설정 시 우리나라 산업 역량, 경제에 미치는 영향, 전기요금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이룰 수 있는 목표를 잡아야 법에 대한 믿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송옥주 위원장(더불어민주당·경기화성시갑)측은 20일 열리는 공청회를 지켜본 뒤 결정해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홍석준 의원(국민의힘·대구 달서구갑) 측은 "2050 탄소중립이라는 방향성에 대해서는 당연히 공감한다"면서도 "2030 NDC처럼 세분화된 목표를 법에 명시하려면 어느 정도 실현가능성이 있는지 등을 면밀히 검토해서 문제가 없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 수용성도 고려하지 않은 채 일정에 맞추기 위해 서둘러 진행을 하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5월 30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P4G 정상회의' 개회식에서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제26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상향된 2030 NDC를 발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탄소중립위원회는 1일 2030 NDC와 연계 등을 고려해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10월 말 발표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정부는 2030 NDC 상향 초안을 늦어도 8월 중으로 탄소중립위원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독일 등 법에 명시, 관건은 탈내연기관 등 집행력 확보 = 2030 NDC를 법에 명시한 국가는 독일 프랑스 덴마크 노르웨이 네덜란드 정도다. 대부분 관련 법에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최소 40~50%대 감축 목표를 제시했다. 덴마크의 경우 아예 야심차게 기후법에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70% 감축 목표를 명시했다.

우리나라처럼 시행령에 NDC를 넣는 대표적인 국가는 영국이다. 기후변화법에 근거해 탄소예산 시행령에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78% 감축 목표를 넣었다.

일본은 지구온난화대책법에 근거한 법정실행계획에 2030년까지 2013년 대비 46% 감축 목표를 명시했다. 미국이나 중국은 법적 근거가 없이 감축 목표를 제시한 상황이다. 미국은 파리협정도 대통령 행정명령으로 가입했다. 미국은 법적 근거는 없지만 2030년까지 2005년 대비 50~52% 감축목표를 국제사회에 약속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기후환경 관련 전문가는 "국제사회에 공언을 한 수치를 번복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명박정부 시절 절대량 감축 목표치가 아닌 배출전망치(BAU) 대비 목표 제시로 비난을 받지 않았냐"고 반문했다. 이어 "법이든 시행령이든 중요한 건 실현가능한 수치를 치열하게 고민하고 이행하기 위한 방안의 집행 가능성을 강제하는 것"이라며 "지금 시점에서는 탈석탄 탈내연기관 시점 결정 등 실질적인 부분에 대해 충분히 논의할 시간도 없는 상황"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결국 관건은 얼마나 진정성 있는 숫자를 법에 담을 수 있냐는 점이다.

지현영 변호사(사단법인 두루)는 "정권 변화와 관계없이 장기적인 탄소감축 계획을 유지하려면 2030 NDC를 법에 명시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좀 더 고민해야 할 지점은 분명 있다"고 말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법에 2030 NDC를 넣으려면 에너지전환에 따른 비용증가와 국민 수용성 등 여러 가지 면을 함께 논의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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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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