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악당' 안되려면 기업들부터 변해야
전력 55% 기업들이 쓴다
"지속가능한 100년을 만들어가기 위해 환경적,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해 더욱 힘쓸 것."(창립 50주년 행사에서 이재용 부회장)
"장기적인 로드맵에 따라 자동차 제조, 운영, 폐기 등 전과정에서 탄소중립을 달성할 것이다."(5월 P4G 서울 정상회의 사전행사에서 정의선 회장)
"ESG 경영 체계 구축을 통해 지속가능한 LG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3월 LG그룹 주주총회에서 구광모 회장)
지난 한해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전력량의 55%가 산업 부문에서 소비됐다. 주택용 전력은 15%에 불과했다.
이 전력의 2/3 정도(62.4%)는 석탄 천연가스 석유 등 화석연료를 태워서 만들어졌다. 2018년 우리나라에서 전기 및 열 생산을 통해 배출된 온실가스는 약 2억7000만톤으로 전체 배출량의 37%를 차지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서는 기업들이 변해야 한다. 개인의 실천이나 공공 영역의 변화만으로는 온실가스를 줄이기 어렵다.
변화는 시작되었다. 기업의 재생에너지 100% 사용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전세계적 흐름으로 자리잡았다.
기업 활동에 필요한 전력의 100%를 태양광 풍력 등의 재생에너지원에서 조달하겠다는 자발적 캠페인 'RE100 이니셔티브'에 가입한 기업은 6월 30일 현재 317곳을 넘어섰다. 이들 기업의 재생에너지 100% 달성 평균 목표 연도는 2028년이다.
애플 구글 MS를 포함해 53개 기업들은 이미 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원으로 조달하고 있다. 에너지 전환에 보수적이었던 국제에너지기구(IEA)도 최근 "선진국의 경우 2035년까지 탄소제로 전력망을 구축해야 한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7월 8일 서울 전경련회관에서 아주 특별한 성적표 수여식이 열렸다. 국내 주요 언론사 기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가 우리나라 10대 그룹 총수들에게 '기후위기 대응 성적표'를 전달했다. 진짜 재벌총수들이 받은 건 아니고 SK 삼성 LG 한화 등 그룹 총수들의 가면을 쓴 활동가들이 성적표를 받는 퍼포먼스를 연출했다.
이 행사를 앞두고 그린피스는 기후위기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조직인 '기후미디어허브'와 함께 10대 그룹의 100개 계열사를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했다. △재생에너지 사용 현황 △사용 전력 100% 재생에너지 조달 계획 △구체적인 이행방안 등을 묻고 계열사 별로 응답을 취합해서 A학점부터 F학점까지 점수를 매겼다.
절반 이상인 6개 계열사(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농협 GS 한화 롯데)가 낙제점을 받았다. LG와 포스코 그룹은 D학점을 받았고 그나마 삼성과 SK그룹이 C학점을 받았다.
낙제점을 받은 그룹은 소속 기업 대부분이 응답 자체를 거부하거나 재생에너지 사용 계획이 없었다.
D학점을 받은 그룹은 소속 계열사들의 절반 정도가 재생에너지 100% 이행계획과 목표연도를 가지고 있는 수준이었다.
C학점의 경우 거의 모든 계열사가 100% 재생에너지 전환 계획을 갖고 있었지만 목표연도가 불확실하거나 너무 늦었다. 100% 재생에너지 사용 계획 목표연도는 평균 2048년이었다. 이는 RE100 캠페인에 동참하는 글로벌 기업들보다 20년이나 뒤늦은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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