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인 이야기 (45)│김윤상 네오스 대표
"시니어기술자 능력, 세계에 보여주겠다"
세계 유일 '이동형 절삭유탱크청소기' 개발
6명 직원 모두 60세 이상, 회사 정년 없어
첫 작품은 성공적이다. 세계에서 유일한 '이동형 절삭유탱크청소기'를 개발했다. 반응도 좋다. 국내는 물론 중국 멕시코 등 수출도 물꼬를 텄다.
이들의 목표는 1인당 매출 10억원, 영업이익률 30%의 글로벌 강소기업이다. 이를 위해 손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 같이 가기로 했다. 회사에 정년이 없는 셈이다. 이후엔 시니어와 청년 직원수를 맞춰 시니어 기술을 청년의 ICT(정보통신기술)로 이어갈 계획이다.
시니어 기술자들의 인생 2막을 당차게 연 곳은 시니어 벤처기업 네오스(대표 김윤상)다.
네오스는 2014년 김 대표가 창업했다. 그는 '상사맨' 출신으로 58년 개띠다. 삼성물산에서 오랜 기간 설비 분야를 담당했다. 삼성물산 독일지사에서도 10년간 근무했다. 대기업 퇴직 후 국내 CNC(컴퓨터수치제어) 공작기계 회사에서 5년간 최고경영자(CEO)를 지냈다.
그는 시니어들이 은퇴한 뒤 놀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대한민국 산업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이들과 손잡고 글로벌기업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산업용 청소기' 개발을 목표로 삼았다. 독일과 CEO 경험이 동기가 됐다. CNC 공작기계는 '기계를 만드는 기계'다. 전자 자동차 철강 플랜트 등 산업 전반에 필요한 부품을 가공하는 필수 장비다. 독일 일본 등 제조강국과 현대위아 두산공작기계 화천기계 등 국내 대기업들이 경쟁하고 있다.
하지만 기계 작동과정에서 발생하는 국내 폐유처리기술은 매우 취약하다. CNC 가공공정에서 마찰열을 줄이고 정밀한 작업을 하기 위해선 절삭유를 사용한다. 사용한 절삭유에는 금속 칩(쇠 부스러기) 등이 섞여 오일탱크에 찌꺼기로 쌓인다.
사용한 절삭유를 여과과정 없이 재사용하면 불량품이 생길 수밖에 없다. 절삭유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자동차나 전자 부품에서 불량이 생겨 대규모 리콜(시정조치)을 하는 경우도 있다.
김 대표는 국내에 여과설비가 미비한 현실에 주목했다. 독일 일본 미국 등에서는 절삭유 필터링(여과)장치를 각 기계에 장착한다. 반면 국내기업은 이런 설비가 제대로 갖춰 있지 않다. 금속가공 과정에서 나오는 절삭유에 섞인 폐유를 분리해주는 장치(오일 스키머)의 경우 세계시장 80% 가량을 미국기업 지브라(ZEBRA)가 차지하고 있다.
김 대표는 제품개발을 위해 숙련된 기술자 능력이 절실했다. 그는 퇴직한 기술자 영입에 나섰다. 이렇게 시니어 기술자들이 모였다. 한 분야에서 30~40년간 경력을 가진 이들은 만들지 못할 게 없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제품기획과 판매는 상사맨 김 대표 몫이다. 제작은 기술자들이 담당했다.
각자 능력과 자신감으로 창업 초기 흡착포에 기름을 묻혀 제거하는 '오일 스키머'와 물과 기름을 분리하는 '유수분리기' 개발에 성공했다. 절삭유탱크청소기도 '고정형'으로 만들어 시장에 내놓았다. 지난해에는 '이동형 절삭유탱크청소기'를 만들었다. 이동형 개발에 3년간 약 30억원을 투입했다. 올해부터 본격 양산에 들어갔다.
김 대표가 '이동형'을 개발한 이유는 중소기업들이 청소기 구입비용 부담을 호소 때문이다.
이 제품은 3마이크로미터(μm·0.003㎜)까지 여과가 가능해 필터를 거친 절삭유는 즉시 재사용이 가능하다. 한달에 1번 교환하던 절삭유를 3개월에 한번으로, 제품의 표면조도와 가공정밀도도 높일 수 있다.
김 대표는 "이동형은 공작기계 20대의 오일폐수를 처리할 수 있어 CNC 공작기계 1대에 설치돼 있는 고정형의 20배 효과가 있어 유지·관리 비용이 크게 줄어든다"고 강조했다.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중견기업에선 이 기계를 쓰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네오스는 현재 월 20대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내년엔 생산능력을 월 60대 정도로 늘릴 게획이다. 특히 1대에 1000만원 정도하는 이동형의 렌탈 판매를 추진하고 있다. 산업현장에서 쓰는 기계를 정수기나 비데처럼 렌탈을 하는 것도 네오스가 첫 시도다.
"CNC 공작기계 주변 설비를 A부터 Z까지 다 개발했다. 이런 장치는 전 세계에 우리밖에 없을 것이다. '실버들의 반란'을 지켜봐 달라."
김 대표의 호탕한 웃음에 한국 산업 역군들의 저력과 가신감이 묻어나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