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2016∼17년 촛불은 어떻게 기억되나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_박근혜 시민 촛불"
2016년 10월 29일 토요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만들어낸 총 20여 차에 걸친 촛불집회의 시작이었다. 광화문 광장 기준 주최측 추산 3만여 명, 경찰 추산 1만 2000여 명의 시민이 참여했고 '박근혜 하야' 목소리가 광장을 채웠다. 박 전 대통령이 자진사퇴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자, 시민의 요구는 국회의 탄핵소추 요구로, 다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인용 요구로 이어졌다.
제1차 촛불집회가 있고 5년이 흘렀다. 우리는 촛불집회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2021년 9월 말 내일신문-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공동기획 '촛불 5주년 기획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25%는 당시 촛불집회에 1번 이상 참여했다고 답했다. 33%는 '참여하고 싶었으나 여력이 안되어서' 참여하지 못했다고 답했고, 29%는 '정치에 관심이 없어서' 참여하지 않았다고 했으며, 13%는 '집회 취지에 반대해서' 참여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2년 전 '촛불 3주년'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30%가 참여했다고 답했으며 43%는 '참여하고 싶었으나 여력이 안되어서' 참여를 못했고, 17%는 '관심이 없어서' 참여하지 않았으며, 9%는 '취지에 반대해서' 참여하지 않았다고 했다.
'여력이 되지 않아서' 참여를 못했다는 응답을 촛불집회에 우호적 기억으로 해석한다면, 촛불집회에 참여했거나 우호적 태도를 가졌던 것으로 기억하는 사람은 2019년 73%에서 2021년 58%로 줄어들었다. '관심이 없어서' 참여하지 않았다는 응답을 중립적 기억으로 보면 2019년 17%에서 2021년 29%로 12%가 늘어난 셈이다. 하지만 적극적 반대 입장에 섰던 응답자는 9%에서 13%로 늘어, 두 조사의 오차범위 안 변화를 보였다. 시간이 흐를수록 당시 촛불집회에 대한 우리 사회의 집단기억은 차분해지고 있지만, 참여했다는 응답과 반대했다는 응답은 2년전과 큰 변화가 없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이 세계에 민주주의가 어떻게 작동되는지를 보여주다"
2017년 3월 10일 헌법재판소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인용한 날,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에 실린 칼럼 제목이었다. 칼럼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 헌법재판소 선고문 중 "피청구인의 위헌·위법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배행위라고 보아야 합니다."라는 구절을 인용한 다음, '한국 민주주의가 불과 30년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헌재의 이런 결정은 더욱 주목할만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칼럼은 이 짧은 민주주의 역사를 가진 국가의 시민들이 '비폭력적이고 합법적인 방법'으로 부패한 권력을 탄핵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된 날로부터 4년 7개월이 지났다. 우리가 공유하는 탄핵에 대한 집단기억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 한국갤럽 조사자료에 의하면, 2016년 12월 둘째주 탄핵 찬성 여론은 81%에 달했고, 탄핵 심판이 있었던 2017년 3월 10일 직전 주에도 찬성 여론은 77%를 유지했다(2017년 3월 1주 한국갤럽 데일리 오피니언). 이번 2021년 조사에서 응답자들의 68%는 당시 탄핵이 '적절했다'고 답해, 2년 전 72%와 역시 오차범위 안의 변화를 보였다. 당시 80%에 육박했던 탄핵찬성 여론에 비하면 줄어든 것이지만, 여전히 응답자 10명 중 7명은 탄핵의 정당성에 동의하고 있었다. 나이가 젊을수록 탄핵에 대한 동의 정도가 더 높아지는 것도 2년 전과 비슷했다.
자신의 이념이 어떠하든, 현재 어떤 정당을 지지하고 있든, 혹은 촛불집회가 요구했던 목적이 문재인정부에서 어느 정도 달성되거나 달성되지 못했다고 평가하든 상관없이, 박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사회적 평가는 안정기에 접어든 것 같다.
물론 여전히 이 결정에 승복할 수 없는 시민들이 있다는 걸 안다. 하지만 이제는 5년 전의 기억을 넘어 '코로나19', 기후위기와 불평등이라는 새로운 시대적 과제에 대면하는데 다시 한 번 사회적 에너지를 모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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