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 창간28주년 기획| 촛불 5년, 한국사회를 어떻게 바꿨나I
"촛불집회 참여로 불공정에 제 목소리 낼 용기 얻었다"
20대 여성 6명 FGI
"촛불집회 이후 정치에 관심 갖고 정당에 가입하고 정치활동 시작"
"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 만나서 판문점 라인 밟고 넘어선 장면 기억"
내일신문-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는 2016~2017년 촛불집회 5주년을 맞아 20대 청년층의 입장에 주목했다. 촛불집회 당시 중고등학교 재학 중이었거나 고등학교 졸업 직후 연령대였던 청년들은 당시를 어떻게 기억하고 평가할까 궁금했다.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서복경 책임연구원 사회로 남녀 20대 각 6명을 대상으로한 FGI(Focus Group Interview, 표적집단 인터뷰)를 실시했다. 9월 26일 오후 4시부터 남녀 각각 90분씩 온라인 화상대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본인 요청으로 익명처리했다. 다만 나이와 직업은 실제와 같다. <편집자주>
사회 2016년∼2017년 촛불집회에 참석해봤나.
미리 간 적 없다
채림 2016년말에 한 번.
선미 저도 같은 시기에 한 번.
민지 2016년말에 네 번 정도.
지선 2016년말에서 2017년초에 두세번 나갔다.
사회 촛불집회에 나가게 된 계기가 무엇일까. 권유? 호기심?.
지선 평소 뉴스 통해서 관심이 있었고. 실제 국민이 모여서 참여해야만 뭔가 바꿀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주변 친구들 독려해서 나갔던 경험이 있다.
채림 당시 고등학생이었다. 관심이 많은 친구가 있어서 따라서 한번 갔던 거 같다.
선미 친구들과 재미로 갔었다.
민지 학교에서 다같이 가자고해서 갔다.
희지 가본적 있다. 대학 동기들과 한번 가볼까해서.
사회 촛불집회 나가기 전에 다른 거리집회 경험 있나.
채림 경험 없었다. 처음이었다.
사회 그렇다면 온라인 단체행동에는 참여해본 적이 있나.
채림 참여해본 적이 많다. n번방 사건 터졌을 때 처벌을 원한다는 해시태그 달기에 동참했다. 동물 학대에 처벌을 요구하는 청원에 동의한 적도 있다.
선미 이전에는 (거리집회에) 참석한 적이 없었다. 온라인으로도 없었다. 다만 최근 들어선 참여하는 편이다.
민지 어렸을적에. 미국산 소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에 부모님 따라 간 기억이 있다. 온라인 단체행동? 없었다.
미리 거리집회 나간 적 없었다. 온라인상으로도 없다.
지선 거리집회 나갔던 경험 없다. 온라인으로는 해시태그 정도.
희지 없었다. 해시태그는 가끔.
사회 촛불집회에 나갔을 때 인상적이었던 장면이 있었다면.
지선 시민들이 어두운 밤에 다같이 촛불 들고, 누군가 무대 위에 올라서서 왜 이런 부조리가 발생했는지 연설하던 목소리가 기억난다.
사회 지선씨가 받았던 느낌은.
지선 국민이 다같이 한목소리를 내니까, 뭔가 변화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그런 것들이 느껴졌던 거 같다.
미리 국민이 이렇게 한다고해서 정치적으로 변화가 있을까 생각했는데, 결국 탄핵까지 이뤄냈기 때문에 놀라웠다.
선미 제가 생각했던 시위 모습보다 의외로 즐거운 분위기여서 신기했다. 집회가 끝났을 때 질서정연해서, 그런게 인상 깊었다.
희지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폭력적이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 부모님 세대의 시위는 최루탄 날라다니고 그런 거 아니었나. 상당히 질서정연했다.
사회 촛불집회에 참석했던 경험이 자신에게 어떤 변화를 줬나.
선미 대통령도 잘못하면 끌어내리는 마당에 내 (직장) 상사도 잘못할 수 있고 사장도 잘못할 수 있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회사생활하면서 사회적인 불공정에 대해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용기를 얻게 된 것 같다.
민지 촛불집회 이후에는 내가 (집회 등의) 주최자가 될 수도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청원이든, 해시태그든. 특별한 사람이 하는게 아니고.
희지 시위를 부정적인 키워드로 보는 느낌이었는데, 좀 더 중립적으로 보는 계기가 됐다.
지선 나의 참여가 국가의 상황이나 이런 거를 바꿀 수 있다는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걸 느꼈다. 그 이후에는 정치에 관심을 갖고 정당에 가입하기도하고, 정치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사회 촛불집회와 탄핵이 한국사회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을까.
미리 첫째 대통령도 국민이 탄핵시킬 수 있다, 정치인들이 경각심 갖는 계기가 됐을 것이다. 둘째 정치는 어렵고 자기 주장이 있는 사람들만 참여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있었을텐데, 어렵지 않게 촛불집회 같은 다양한 방법으로 참여할 수 있다는걸 깨닫는 계기가 됐다.
선미 잘못된 걸 잘못됐다고 누구나 말할 수 있는 사회가 된 게 가장 큰 변화라고 생각한다.
민지 그전에는 불만이 있으면 각자 SNS나 댓글로 산발적으로 했다면, (촛불집회 이후엔) 불만이 있는 사람이 모여서 의견을 제시하는게 실체화됐다. 그 이후로 청원도 많아진 느낌이고. 시위도 굳이 단체가 아니라 1인시위도 많이 나오지 않았나 생각한다.
채림 집회로 대통령이 탄핵됐잖아. 시민의 힘이 예전보다 강해졌다는 생각이 든다.
사회 객관적 데이터로 보면 촛불집회 이후 집회 횟수가 늘었다. 어떻게 보나. 의사표현이 많은건 민주주의를 건강하게 한다? 너무 많으면 정치를 불안정하게 만든다?
미리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다양한 의견이 나와야한다는 생각이다. 갈등이나 문제가 생겨야 변화가 있다고 생각한다.
선미 다양한 의견이나 갈등이 사회적으로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런게 사회적으로 가장 약자인 계층까지 아무렇지도 않게 '이건 잘못됐다' '내가 피해보는 건 이런거다'라고 자연스럽게 목소리 낼 수 있는 사회가 돼야한다.
민지 다양한 의견을 많이 내는게 좋다고 생각한다. 약자가 목소리를 크게 낼 수 있을 때 민주주의 사회가 실현된다고 생각한다.
사회 문재인정부 임기가 4년반이 흘렀다. 인상적이거나 기억에 남는 사건이 있다면.
지선 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 만나서 판문점 라인 밟고 넘어선 장면이 뚜렷하게 기억에 남는다. 역사적인 일이었기 때문에.
미리 여군 성폭력 사건이 많아졌다. 굉장히 심각한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민지 청와대 국민청원이 센세이셔널했다. 평창동계올림픽 때 여자하키 남북단일팀도 인상 깊었다.
희지 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만났던 장면.
사회 문재인정부가 잘한 일과 잘못한 일을 하나씩 꼽아달라.
채림 청원 등을 통해 국민 목소리에 좀 더 귀기울인 건 잘했다. 아쉬운건 코로나19 방역 부분.
미리 잘한거는 52시간 근무제. 제가 야근 엄청 많이하는 직종에 있었기 때문에, 52시간제 덕분에 야근해도 보상받을 수 있는 길이 생겼다. 못한건 부동산 폭등일거다.
지선 복지는 잘했지만, 부동산과 경제정책은 못한 거 같다.
민지 잘한 건 코로나19 방역이라고 생각한다. 못한 점은 부동산정책. 그리고 (여권인사들의) 성추행 같은 일들이 국민에게 실망을 안겼다.
사회 박근혜정부와 문재인정부에 대해 100점 만점으로 점수를 준다면.
선미 박근혜 30점, 문재인 60점.
민지 박 40점, 문 60점.
미리 박 40점, 문 60점.
채림 박 30점, 문 70점.
지선 박 30점, 문 80점.
희지 박 50점, 문 70점.
사회 문재인정부가 촛불집회의 요구에 부합했나, 아닌가?
지선 촛불집회가 시작된 건 공정문제 아니었나. 문재인정부는 공정한 사회를 만들거라는 기대가 컸는데, 조국 사건이나 인국공 사건이나 국민에게 실망을 주는 일들이 잇따랐다. 부동산이나 경제정책에도 불만이 크다고 생각한다. 복지나 방역, 외교에는 기대 이상의 성과도 있었다.
희지 그 당시 요구는 결과의 정당성, 투명성이었을 거 같은데. 조국 사건이나 인국공 사건으로 정권에 큰 상처가 되지 않았나싶다.
민지 그때 요구된건 공정과 투명성이었는데, 현재까지는 부합하지 못하는거 같다. 세월호 진상규명은 빨리 잘 했다고 본다.
사회 차기 정부가 시급히 해결해야될 과제를 꼽아달라.
민지 경제안정화. 지금 정부의 가장 큰 잘못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는 것도 해결해야한다.
미리 첫째 경제와 부동산문제. 둘째 포스트코로나. 셋째 여성 성폭력 문제.
선미 청년실업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한다. 아동학대 문제도 시급한 문제다.
사회 내년에 대통령은 누가 될 거 같나.
채림 지금대로라면 사람들이 국민의힘에 더 표를 던질거 같다. 저는 여당이 정권을 이어갔으면 하지만.
선미 이낙연.
미리 홍준표.
지선 이재명과 홍준표가 붙으면 홍준표. 이재명과 윤석열이 붙으면 이재명.
민지 국민의힘 후보가 될 거 같다.
희지 정권교체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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