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 창간28주년 기획 | 촛불 5년, 한국사회를 어떻게 바꿨나

"국민이 원하면 바뀐다는 자신감 줘" … "떼쓰기도 늘어"

2021-10-12 11:13:25 게재

20대 남성 6명 FGI

"촛불 분위기에 휩쓸려 나간 사람 많지만, 정치 관심 갖는 계기 됐다"

"정부, 군인 월급 인상 빼곤 잘한 거 없어 … 전문성 갖춘 지도자 필요"

내일신문-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는 2016~2017년 촛불집회 5주년을 맞아 20대 청년층의 입장에 주목했다. 촛불집회 당시 중고등학교 재학 중이었거나 고등학교 졸업 직후 연령대였던 청년들은 당시를 어떻게 기억하고 평가할까 궁금했다.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서복경 책임연구원 사회로 남녀 20대 각 6명을 대상으로한 FGI(Focus Group Interview, 표적집단 인터뷰)를 실시했다. 9월 26일 오후 4시부터 남녀 각각 90분씩 온라인 화상대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본인 요청으로 익명처리했다. 다만 나이와 직업은 실제와 같다. <편집자주>


사회 2016~2017년 촛불집회가 있었다. 참여 경험이 있나?

길우 관심이 없었다. '내가 굳이 나가야 하나' 이런 생각이 많았다. 물론 집회에 나가는 사람의 의견은 존중한다.

대영 관심도 많았고, 현장 분위기도 보고 싶었는데, 하고 있었던 일이 일어서 현장 참석을 못했다.

성수 관심이 없었다. 수능을 봐야 했다. 내 일에만 신경쓰기에도 바빴다. 종대 부모님이 가자고 했는데 뜻이 맞지 않아 나가지 않았다. 통진당 복귀, 국보법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더라. 친구들을 말리기도 했다.

경훈 2018년 1월에 제대했다. 관심도 있고, 입장을 갖고 있어서 참여하려면 할 수 있었다. 그런데 탄핵집회에 가는 것은 별개라고 생각했다.

준식 군 복무가 아니었으면 한번쯤은 나가봤을 것이다.

사회 촛불집회 이후 거리집회 등이 수시로 열렸다. 집회가 사회적 불안감을 높이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거나 시민들의 참여가 활성화 되면 좋은 것 아니냐는 견해가 있다.

준식 집회 자체는 바람직하다고 본다. 민주화 역사를 보면 시위랑 저항 항쟁이 있었고, 여러 의견 있어야 나라가 발전한다고 생각한다.

종대 집회의 자유가 있으니 할 수있다고 생각한다. 촛불집회가 의미 있었던 것은 평화적 시위였다.

성수 집회의 처음 목적은 순수했을지 몰라도 하다보면 선동에 휘말려 목적대로 가는 것은 아닌 것 같더라.

길우 집회 자체는 좋게 보는데 변질되는 경우가 많더라. 본인의 의지가 아니라 타의로 나가는 경우도 많다. 대영 민주주의라면 집회결사의 자유가 보장된다. 그런데 의도가 변질되거나 불순하게 변화하는 것은 염려스럽다.

사회 온라인 상에서 시민참여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본 경험이 있나

길우 지켜보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보여주기식으로 일회성이 강하다.

대영 온라인은 정보를 수집하는 용도이고 의견 표출은 잘 하지 않는다.

경훈 투표 이외에는 적극적으로 참여 하지 않는다.

성수 정치적 입장표명은 안 한다. 온라인 청원이나 해시태그 등에 참여해본 적 없다.

준식 SNS 자체를 잘 이용하지 않는다. 온라인 상에서 싸우는 경우를 많이 봤다. 보는 사람을 지치게 한다.

종대 절대 하지 않는다. 이성보다 감성에 치우쳐서 하는 경우 많더라.

사회 문재인정부 5년 임기가 다 되가는데. 기억에 남는 사건을 꼽아달라.

길우 문재인정부가 최저임금을 첫 해에 20~30% 올렸는데 아르바이트 시급이 6500원에서 8000원 정도로 오르더라. 전문직이 아니어도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영 아파트값 보면 로또 1등 당첨돼도 집 한채 겨우 살 수 있을까. 곧 서른인데 막막하다. 비트코인 사태도 기억난다.

경훈 부동산 상승하락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이 느끼는 것과 정부가 말하는 것의 괴리가 너무 크다

준식 세제 관련해서도 인상 방식이나 국민 설득 면에서 너무 미흡했다. 동의보다 '뜯어가는' 방식이다.

성수 군인 월급 인상이 기억에 남는다. 학교 선배들은 병장 월급 12만원이었는데 나는 이등병 때 30만원 넘게 받았다. 물론 군인 월급은 더 올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종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문제라고 생각한다. 문 대통령의 공약을 보면 3번째인가에 명시돼 있다. 결과적으로 공약을 지키는 것인데 뽑을 때는 지적하지 않고 나중에 나무라는 꼴이다.

사회 문재인정부 5년 평가할 때 잘한 것과 못한 것을 하나씩 꼽아달라.

종대 잘한 것은 군인 월급 인상 딱 하나다. 제일 못한 것은 역시 부동산 대책이다. 시장경제 흐름을 못 읽고 아직도 자기들이 맞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준식 군인 월급은 잘 올렸다. 부동산 세제는 잘못했다.

경훈 같은 생각이다.

성수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잘못됐다. 너무 갑작스럽게 많이 올려서 미숙련자나 노령층의 일자리가 줄어들었다. 학교 근처 식비나 물건값도 덩달아 올랐다.

대영 최저임금 인상은 잘했다고 생각한다. 못한 것은 적폐청산을 슬로건으로 내 걸고 능력과 무관하게 자기 사람으로 채우는 것을 보고 실망했다.

길우 코로나19 초기 대응은 너무 허술했다. 확진자가 늘어나면 국민에게 떠넘기고, 이제는 2030 탓을 한다.

사회 촛불 5주년을 돌아본다면 당시 촛불에 참여한 사람들이 요구한 것이 뭐였을까.

경훈 당시 대통령 탄핵을 원했던 이유는 능력을 보여주지 못해서였다.

성수 국민과 정부 사이의 신뢰가 깨져서 거리로 나간 것 같다. 결과론적이긴 한데 문재인 정권이 잘 했다면 그때 탄핵을 잘했다고 평가할 것이다.

길우 주변 분위기에 휩쓸려서 집회에 나간 사람들이 더 많았을 것이다. 그렇다고 촛불집회에 참석한 사람들이 지금 와서 후회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여당이 180석 된 것 아니겠나.

대영 현 정부가 기대만큼 못했다고 해서 당시 촛불집회 의미가 퇴색되지 않기를 바란다. 촛불집회 자체는 시민 들이 정치에 관심 갖는 계기가 됐다. 평화적 방법으로도 의견을 표출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사회 촛불집회 경험이 대한민국 시민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대영 '힘을 합쳐 정부에 요구하면 바뀔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심어줬다. 그것까지는 좋은데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졌다. 강남역 혜화역 시위같이 말도 안 되는 집회의 요구사항을 정부가 받아주고, 사회 전반적으로 이를 수용하니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길우 '내가 말하면 바뀔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심어줬다. 그런데 떼쓰기가 많아졌다. 주변을 불편하게 하는 집회도 서슴없이 열린다. 국민의 자유가 어디까지인지 모르겠다.

종대 집회가 평화시위로 옮겨왔다

경훈 꼭 촛불집회 영향이라기 보다 인터넷이나 직접 참여민주주의 행태가 늘어나서 나타난 것 아닌가.

사회 내년 3월에 대선인데 새 정부가 해결해야 하는 것을 꼽는다면.

경훈 일자리가 쉽게 늘지는 않을 것 같고, 양극화가 더 가속화 될 것 같은데 대책을 내놓는 리더가 나와야 한다.

성수 첫 직장을 28~29세에 신입으로 들어간다. 결혼이 늦어지고 출산을 망설일 수밖에 없다.

준식 공기업 채용 늘린다고 하는데, 정부의 비효율적인 운영을 수정해야 한다.

길우 여자 소방관·경찰관을 채용하면서 능력보다는 남녀 비율을 맞추기 위해 채용하는 것은 역차별이다.

대영 자영업자 대책이 절실하다. 누나가 월세 1000만원을 내며 자영업을 해 왔는데 코로나 2년간 정부에서 받은 지원금은 500만원 수준이라고 한다. 자영업자 비중이 다른 나라에 비해 엄청나게 높은데 대책도 다른 나라의 지원책과 달라야 하는 것 아닌가.

종대 갈라치기 정치를 그만해야 한다. 어떤 일이든 100% 동의는 힘들다. 조금이라도 반대하면 적폐로 모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를 반대하면 성범죄자로 모는 분위기는 옳지 않다.

사회 다음 대통령은 어떤 능력 가져야 하나.

대영 상황을 냉철하게 판단할 수 있는 혜안을 가져야 한다. 감성이나 떼법 이야기 나오는데, 휘둘리면 위험하다. 옳고 그름 판단할 수 있는 리더가 필요하다.

길우 탁상공론에서 벗어나서 사람들이 느끼는 점을 파악해야한다. 이번 정부는 현장과 갭이 너무 크다.

성수 실무경험이 있는 사람이면 좋을 것 같다. 국민 입장에서 일을 해본 사람이 국민 삶을 알 것 아닌가.

경훈 신념만이 아니라 지식에 기반해서 추진해서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준식 청렴과 스마트함이다. 청렴하면 비리가 줄 것이고, 스마트함은 전문적 식견을 뜻한다.

종대 자기 신념보다 국민들이 먹고 사는 민생문제를 1순위로 두고 리더십을 발휘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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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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