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청소년 디지털 성범죄 '온라인 수색' 논의 신호탄
독일, 근절 위해 위헌 논란 딛고 도입
"기본권 침해 가능성 높아 … 사회적 논의 반드시 선행돼야"
아동·청소년 디지털 성범죄자 19% 늘때 피해자 101% 증가
'손정우 사건' 'n번방 사건'이 우리 사회에 던진 충격파에도 불구하고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착취는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에서 좀 더 강력한 국가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화여대 젠더법학연구소가 국가인권위원회 연구용역을 받아 제출한 '아동·청소년 성착취 피해예방과 인권적 구제 방안 실태조사' 보고서에서 제안된 '온라인 수색'은 바로 그런 맥락에서 나온 대책 중 하나다.
◆늘어나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 =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 등이 이슈화된 후 'n번방 방지법' 등 각종 정책이 도입됐지만 늘어나고 있는 디지털 성착취 피해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많다. 온라인 세상에 익숙한 아동·청소년이 여전히 잠재적인 피해자라는 점은 각종 통계에서 드러난다.
2018년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동향분석에 따르면, 전년도에 발생한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중 성매수의 70%가 '인터넷 채팅'을 통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성착취물 제작 등의 범죄는 39.7%였다.
그 외에도 성매수 알선 범죄의 91.4%가 메신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이루어진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2017년 대비 5.9%p 증가한 수치다.
디지털 성범죄의 특징 중 하나는 범죄자 숫자에 비해 피해자 숫자가 상대적으로 많다는 점이다.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자 2753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한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 따르면 디지털 성범죄자는 2018년 대비 19.3% 늘어난 반면, 피해자 숫자는 101.2% 증가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은 "한 명의 범죄자가 다수의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디지털 성범죄의 특성이 반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성착취는 주로 여자아동·청소년에게 집중되는 경향을 보인다.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8년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자 특성을 보면 3859명의 피해자 중 여자 아동·청소년이 94.5%(3646명)였다. 2019년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가 지원한 피해자 1936명 중 여성은 1695명(87.6%), 남성은 241명(12.4%)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수색 법제화 논의 필요 = 이처럼 디지털 성착취 피해가 여전하다는 점은 국가적 대책 필요성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화여대 젠더법학연구소 연구팀이 제안한 온라인 수색 허용 필요성은 그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제도 중 하나다.
온라인 수색은 오프라인 수색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국가기관이 비밀리에 접근해 이용자의 시스템에 저장된 내용을 열람하거나 수집하는 것을 말한다. 국가기관의 합법적 해킹행위라고도 말할 수 있는데 아동·청소년 성착취 범죄가 온라인상 은밀하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에서 온라인 수색 법제화 논의는 거의 없는 편이지만 'n번방' 사건 이후 일부에서 제기된 바 있다.
윤지영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2020년 '디지털 성범죄 대응을 위한 수사법제 개선 방안' 논문에서 "통상적으로 다크웹은 암호화·익명화라는 기술적 특징 때문에 해당 웹사이트의 운영자나 이용자를 찾아내기란 불가능에 가깝다"며 온라인 수색 도입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화여대 연구팀은 용역보고서에서 "우리는 현재 온라인 수색에 관한 법 규정이 존재하지 않고 이에 대한 법적 논의도 공론의 장에서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면서도 "그러나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디지털 성범죄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범죄로 이행되기 이전에 범죄예방의 측면에서 온라인 수색은 더욱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연구팀은 "온라인 수색은 강력한 비밀처분으로 국가의 영장주의나 절차적 기본권을 침해할 우려가 상당히 크기 때문에 향후 입법을 통해 온라인 수색을 도입함에 있어서는 이로 인해 침해될 수 있는 기본권 보장을 위한 사회적 논의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독일에선 입법화 = 연구팀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독일에선 범죄 예방과 수사를 목적으로 행하는 온라인 수색이 입법화돼 있다.
형법상 내란죄와 테러단체조직죄, 아동성착취물을 유포·취득·소지한 죄,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죄 등에 대해 범죄의 중대성이 인정되고 다른 방법으로는 수사에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되는 경우에 법원의 영장을 발부받아 온라인 수색이 허용된다.
온라인 수색 입법과정에서 독일에선 위헌 논란이 일었다. 관련해 2016년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온라인 수색의 근거규정인 연방범죄수사청법에 대한 위헌여부를 심판하면서 온라인수색의 허용가능성을 인정하면서 이를 정당화하려면 매우 높은 요구조건이 설정되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같은 판단에 따라 독일에선 관련자의 인권침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장치들을 마련했다.
한편, 연구팀은 지난해 6월부터 9월까지 만 14∼22세 디지털 성착취 피해자 15명을 심층 면접조사 했다. 이들 가운데 자발적으로 범죄 피해를 신고한 사람은 2명에 불과했으며 대부분은 범죄피해 유포에 대한 걱정을 가장 두려운 경험으로 꼽았다.
연구팀은 "심층면접 결과,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일상에서 흔하게 쓰이는 SNS와 카카오톡과 텔레그램, 라인 같은 스마트폰 메신저 애플리케이션 기반의 오픈채팅방 등에서 악질적인 범죄가 발생하고 지속되고 있었다"면서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아동·청소년의 특성상 성착취 범죄 피해 연령도 10대 초반으로 낮아지는 경험을 참여자들의 응답에서도 알 수 있었고 이러한 성착취 범죄 피해는 위기가정 아동·청소년에게 더 높은 비율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