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차 전환 노동자 인식
노동자, 미래차전환 정책에 '낙제점'
긍정평가 24.5%에 불과 … 그린피스·금속노조 "노동자 참여로 정의로운 전환"
전세계적인 기후위기 대응은 내연기관차의 미래차 전환을 가속화한다. 정부는 지난해 6월 '자동차 부품기업 미래차 전환 지원전략'을 통해 2030년까지 부품기업 1200개사를 미래차 기업으로 전환하고 매출액 1조원 글로벌 부품기업 육성, 1000만달러 수출 부품기업 250개 육성을 목표로 세웠다.
또한 같은 해 7월에는 '산업구조 변화에 대응한 공정한 노동전환 지원 방안'을 내놓았다. 재직자 직무전환과 재배치를 통한 고용유지, 직업훈련을 통한 이·전직 준비가 주요 내용이다.
하지만 정부가 추진하는 미래차 산업전환 정책에 대해 자동차산업 노동자들 반응은 냉담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위원장 윤장혁·금속노조)과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14일 서울 영등포 국회의원회관에서 '새 정부의 자동차산업 정의로운 전환 어떻게 추진해야 하나'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에서 공개된 '한국 자동차산업 노동자의 기후위기 및 정의로운 전환 인식 조사' 결과를 살펴 보았다.
정부가 추진하는 미래차 산업전환 정책에 대해 자동차산업 노동자들은 낙제점을 줬다.
한국 자동차산업 노동자의 기후위기 및 정의로운 전환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부가 미래차 산업 전환 정책에 잘 대응하고 있다는 긍정 평가는 24.5%(매우 잘 대응 3.9%, 대체로 잘 대응 20.6%)에 그쳤다. 부정 평가는 33.1%(전혀 대응 못한다 6.3%, 별로 대응 못한다 26.8%)였다. 보통이라는 응답이 42.4%이다.
화사의 경영전략도 마찬가지였지만 정부보다는 긍정적이었다. '잘하고 있다'는 긍정 평가는 39.8%(매우 잘 대응 5.9%, 대체로 잘 대응 33.9%)였다. 못하고 있다는 부정 평가는 22.9%(전혀 대응 못한다 6.5%, 별로 대응하지 못한다 16.4%)다. 보통이라는 응답은 37.4%이다.
◆산업전환 역할 정부·노동자·기업 순 = 기후위기 대응 및 공정한(정의로운) 산업전환 과정에서 완성차 노동자들은 정부와 노동자의 역할을 중요하게 인식했다. 미래차 산업전환에서 가장 주요한 역할에 대해 정부(28.8%), 노동자·노조(27.6%)를 꼽았다. 회사와 경영진은 17.6%였다.
'노동자·노조'의 역할을 회사보다 더 중요하다고 인식했는데 노조의 조직력이 강한 곳일수록 더 높게 나왔다.
14일 토론회에서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은 "자동차산업 노동자들은 미래차 전환이 고용위기에 빠뜨릴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 속에서도 빠른 전환에 공감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정부·회사 정책에 강한 불신을 보인 점에서 노동자들은 단순한 전환 긍정이 아니라 고용·일자리 등이 유지되는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래차 산업전환에서 우선순위로는 정부의 미래차 인프라 구축과 재정 지원(33.1%), 노동자 역량 강화 및 고용 안정성 강화(24.5%), 기업의 미래차 전환 경영 전략 및 계획(17.9%) 등의 순이었다.
정의로운 전환 정책을 위해 정부가 고려해야 할 사항으로 완성차 노동자 38.6%가 '산업전환에 따른 고용유지'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노조가 참여하는 거버넌스 구조 마련(16.7%), 일자리 전환에 따른 소득보전 대책 마련(13.8%), 재교육과 재훈련을 위한 예산 지원(10.4%), 영향을 받은 지역에 대한 재정 지원(10.3%)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오 연구실장은 "미래차 산업전화 우선순위에서 거버넌스가 꼴찌를 차지했으나 정부가 고려해야할 사항에 '노조가 참여하는'이라는 단서가 붙으며 높게 나온 것"이라고 추정했다.
◆노조에 기후위기 '교육·토론' 주문 = 정부의 미래차 산업전환 정책에 관해 얼마나 알고 있냐는 질문에 '알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52.2%였다. '매우 잘 알고 있다'는 답변은 13.1%에 불과했다. 완성차 노동자들이 미래차 산업 전환 관련 정보를 얻는 곳은 언론·미디어가 72.7%로 가장 높았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노조에 대한 주문사항으로 '기후위기가 노동자의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교육과 토론 강화'(25.7%)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기후위기 대응 단체교섭 의제 채택 및 협약 체결(19.5%), 국가적 차원의 기후위기 대응 정책개발(18.3%), 작업장 에너지 이용 절감 혹은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 적극 노력(15.1%), 지역사회, 저소득층 등 위험에 처한 다른 사회집단과 공동 대응(9.8%) 등의 순이었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부품회사들의 어려움을 아는 정부도 2030년까지 부품업체 1200개를 미래차 산업으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는데, 회사수를 늘리기 보다는 그 전환시기를 앞당기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며 "특히 현장에서 할 수 있는 재교육 훈련 시스템을 빨리 만들어서 고전압 부품으로 인한 사고예방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상호 한국폴리텍2대학 학장은 19일 "기후대응은 노사대립의 문제가 아니라 완성차노사냐 부품차노사냐의 양극화 문제"라며 "완성차 노조의 보다 적극적인 대응과 부품업체에 대한 배려와 포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속노조 산별노조의 전환역량 구축 강조 = 김상민 금속노조 정책실장은 "노조의 기후위기 인식이 최근 크게 고양된 것은 사실이나 조직 내에는 여전히 기후위기 완화 전략에 대한 불안감이 존재했다"며 "설문조사 결과처럼 노동자들의 역량 강화 요구를 반영해 조합원의 문제의식을 높이고 인식의 통일성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사업장 수준의 고용보장, 직무훈련 등 교섭과 협약 체결도 중요하지만 기후위기 대응 의제를 지역과 산업 수준에서 논의하는 중층적 전환이 필요하다"며 "지역 수준의 에너지 불평등 해소와 정부·지자체 공동 대응, 산업 수준의 사회적 캠페인과 대정부 교섭요구 등 노동자들의 사회적 연대를 확장해 정의로운 산업전환에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그린피스와 노조는 토론회 시작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동차산업의 정의로운 전환에 연대하겠다며 정부에 능동적으로 응답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자동차산업 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며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 정책설계 과정에서부터 이해당사자들이 주체로 참여해 구체적인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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