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권리 보장 강화

"일상의 행복 위해 아동에게 다양한 기회를"

2022-07-15 11:03:29 게재

지나치게 경쟁적인 교육환경이 아동기 삶 박탈 … "낮은 행복도, 높은 극단적 선택 해소해야"

우리나라 아동(만18세 미만)은 과거에 비해 경제적으로 풍족해졌으나 행복 만족도는 낮다. 특히 국제비교 지표에서 낮은 행복도와 높은 극단적 선택 비율은 우리나라의 미래 성장동력과 글로벌 시대 국가 위상을 침해한다.
사회적 차별, 마음건강 악화, 여가 등 창의적 활동기회 부족, 성장 격차 등 여러 문제에 빠져있다. 과거와 다른 새로운 대응이 요구된다. 특히 아동수는 매년 줄어듦에도 학대피해 아동이나 부모로부터 버려지는 아동은 줄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미래세대인 아동이 건강하게 성장해 자유롭게 자기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고민과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아동의 삶의 모습을 살펴보고 아동권리보장을 위한 대안을 모색했다.

7월 3일 아동총회 부산지역대회가 열린 아르피나그랜드블룸에서 참석한 아동들이 작성한 결의문을 펼쳐보이고 있다. 사진 보건복지부 제공

우리나라 아동의 삶을 단정적으로 표현하면 '낮은 행복도, 높은 자살률'로 대변할 수 있다. 2018년 아동실태조사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아동 행복도를 비교해보면 OECD 평균이 7.6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6.6으로 낮다. 2022년 자살예방백서에는 주요국 청소년 자살률(인구10만명당)이 OECD 평균 6.4명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10.4명으로 높다.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2019년 "대한민국 아동 사망의 주요 원인인 높은 아동 자살률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 아동의 아동기를 사실상 박탈하는 지나치게 경쟁적인 교육 환경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아동의 낮은 행복도와 높은 자살률은 △낮은 아동권리 △마음건강 악화 △여가 부족 △성장 격차 등이 종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낮은 아동권리 = 우리 사회는 아직 아동을 독립된 인격체가 아닌 보호와 육성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전통적인 아동관이 지속된다.

잼민이 급식충 노키즈존 등 아동을 차별하거나 비하하는 행태들이 유행하고 '내 자식 때리는데 웬 참견이냐'라는 등 자녀를 부모의 소유물로 인식해 아동학대나 자녀 살해가 이어진다.

강미경 아동권리보장원 아동권리본부장은 13일 "아동은 '미성숙하다'는 인식이 아동을 비하하는 표현을 합리화시키고 아동의 생명까지도 부모나 가족이 대신 결정하게 한다"며 "이러한 인식을 전환하기 위해 사회가 아동권리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교육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아동권리 교육이 시행되고 있긴 하지만 비정기적이고 단편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학교 교과 과정 정비, (예비)부모를 위한 교육, 아동 관련 종사자를 위한 교육 등 참여자 특성과 상황을 고려한 맞춤형 아동권리교육이 더 적극적으로 제공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동의 놀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여가 부족과 발달 저하 = 우리나라 아동은 가족 친구와 보내는 시간과 여가 기회 부족 등 시간과 관계 결핍이 두드러지며 이는 창의성과 사회역량 발달에도 악역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따르면 2019년→2021년 학업성취도(보통 학력이상 비율 중3)가 국어 82.9% 수학 61.3% → 국어 74.4% 수학 55.6%로 떨어졌다.

아동이 부모와 함께 보내는 시간은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OECD 평균 2시간 30분인 데 반해 우리나라 아동은 하루 48분에 불과했다. 2018년 아동실태에 따르면 청소년기 친구의 수도 감소 추세다. 2013년 7.8명 → 2018년 5.4명이었다.

과도한 경쟁으로 학업 스트레스가 증가하고 수면 여가시간 부족, 관계 결핍에 노출됐다. 아동은 놀 권리와 쉴 권리가 침해되고 있다고 생각했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13일 "전세계 아동 중에 가난한 아이들이 불행하다는 것은 공통점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가난하지 않지만 불행한 아이들이 많다는 점이 다른 나라와 비교해서 독특하다"며 "일상의 불행을 해결해야 한다. 공부도 하나의 역량인데 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또 다른 다채로운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부모의 의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체활동 부족, 마음건강 악화 = 아동이 마음껏 활동하고 뛰어놀 기회는 줄어드는 한편 우울감과 스트레스 등 정서장애 위험과 자살률은 증가했다.

전반적인 신체 건강은 양호하다. 하지만 신체활동 등 건강행태는 악화됐다. 2018년 아동실태조사에 따르면 1주일에 하루 이상(30분 이상) 운동하는 아동은 36.9%에 불과했다. 2019년 학생 건강검사 통계에 따르면 비만군이 2016년 22.9%에서 2019년 25.8%로 많아졌다.

청소년 자살률은 2019년 10만명당 10.4명으로 OECD 평균의 1.8배 수준이다.(2021년 자살예방백서). 회원국 중 4위로 최상위다. 아동의 자해시도도 꾸준히 증가했다. 10대의 자해·자살시도로 인한 응급실 내원이 2015년 2291건에서 2019년 4598건으로 100% 많아졌다.

강 본부장은 "(청소년 자살 예방을 위해) 학교를 비롯해 아동·청소년이 이용하는 복지시설 등에서 다양한 수준의 정신건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전문가가 아동의 정서적 변화를 알아채고 선제적으로 개입할 수 있어야 한다"며 "아동을 양육하는 가족 기능을 회복할 수 있는 통합적 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강 본부장은 "최선의 가족복지를 통해 예방 가능하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장 격차, 불행의 되물림 가능성 높아 = 빈곤 아동과 보호자 없는 아동 등 취약계층 아동의 불행한 삶의 행태는 성인기에도 이어지고 다음 세대로 대물림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의 담당인력 확충 등 제도적 노력에도 중대 아동학대 사건은 지속되고 있다. 또 우리나라는 2만여명의 국가보호아동이 있다. 이들은 아동학대, 가정해체, 부모 유기 등의 사유로 가정외 보호가 되고 있다.

정 교수는 "가장 취약한 아동은 가정외 아이들이다. 국가가 아동을 보호하고 있다고 해서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양부모든 한부모든 보호자가 있다. 이들이 돌봄을 제공하지 않아 아이들이 친부모와 교류할 권리를 침해받고 있다"며 "친부모가 아이들과 지속적으로 교류하지 않고 면접을 거부·중단하는 경우 친권을 정지하든지 박탈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양육비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하는데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부모와 교류"라고 말했다.

배금주 보건복지부 인구아동정책관은 14일 "미래세대인 우리 아동들이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하고 자기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아동의 삶의 질을 높이고 공정한 성장 기회를 보장하는 사회환경을 갖추도록 사회적 논의와 개선의 장을 늘려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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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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