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송희남 에이스엔 대표
"해결 힘들수록 시민에게 실시간 정보 공유"
표준물질부터 명확히
악취 플랫폼 만들어야
"악취 문제는 더 심각해질 수밖에 없어요. 해결하기 어려울수록 되도록 시민들에게 많은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만 문제 해결 속도도 빨라지고 잘못된 정보로 과도하게 제기되는 민원도 막을 수 있어요."
20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에서 만난 송희남(사진) 에이스엔 대표의 말이다. 2003년 설립된 에이스엔은 악취 유발 물질 등 대기오염물질들 채집해 측정은 물론 원인을 분석하고 관리까지 해주는 대기 환경 전문 기업이다.
크로마토그래피 등을 활용한 정밀 측정 장비와 휴대용 시료채취 장치 등을 개발했다. 원격 시료 채취 장치의 원천기술 특허 획득은 물론 지난해 'oKO-Plus' 제품으로 조달청 혁신제품 인증을 받았다. 환경부 장관상(2회) 및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 등도 수상했다. 또한 환경부 녹색기술 인증과 녹색기술제품 인증 등을 받았다.
축적된 데이터 분석, 예보까지 가능토록
"악취는 법적 정의부터 모호한 면이 있어요. 사람 감각에서 느끼는 부분과 악취 유발 물질을 분석했을 때 나오는 성분이 100% 일치한다고 볼 수는 없죠. 하지만 시민들이 느끼는 불편감이 커지는 만큼 필요한 정보를 신속하게 알려줘야 합니다. 하수관 내부 악취를 측정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시민들에겐 당장 빗물받이 등이 설치된 버스정류장 악취가 더 큰 불편으로 작용할 수 있어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의 악취 정도를 측정해서 실시간으로 전광판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알려주는 게 필요합니다. 악취로 인한 불쾌감이 200이었는데, 실제 측정치를 봤더니 기준치 이하라는 걸 알게 되면 민원도 줄 수 있죠."
송 대표는 사람들이 많은 곳을 중심으로 '악취 정보 플랫폼'(가칭)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과거 악취가 발생하면 민원인의 신고 시점과 측정 시기가 맞지 않는 문제가 종종 있었다. 밤새 악취로 시달리다가 민원을 제기하면 한참 지난 뒤 측정을 하게 되니 당연히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물론 최근 이런 경향이 개선되고는 있지만 시민들의 악취 민감도 상승 속도는 더 빠른 게 현실이다. 때문에 실제 시민들이 느끼는 지역에 실시간으로 악취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플랫폼에 대한 필요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송 대표는 "악취 관련 데이터가 많이 축적될수록 원인 진단은 물론 해결책이 더 명확해지는 건 당연하다"며 "정보통신기술(ICT) 등을 활용해 악취를 예측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한다면 시민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예보 서비스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특성 반영한 기술 개발 중요
환경부는 2028년까지 '쾌적한 생활환경 조성을 위한 제2차 악취 방지 종합 시책'을 실시한다. 여러 대책들 중 하나로 현장 악취측정 신뢰성 향상을 위해 현장 관능 시험 장비를 도입하고 국산화하기로 했다. 미국이나 유럽 등지에서는 카트리지 교환방식(올팩토미터)이나 공기희석방식 휴대용 악취 측정기를 사용 중이다.
송 대표는 당연히 반길 일이라면서도 한편으론 걱정을 감추지 못했다. 악취에 대한 법적 정의부터 모호한 상황에서 해외 기술을 기반으로 한 장비들이 얼마나 효과적일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미 국산화한 장비들을 어떻게 활용할지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가나 인종별로 악취를 느끼는 정도에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어요. 또한 악취는 표준물질이 없다는 게 문제죠. 해외 장비로는 국내 환경 특성을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요. 악취는 민원인의 체감 정도와 민원 당시의 시료확보 및 실시간 데이터 확보, 측정 분석 데이터등을 모아 빅데이터를 활용한 꾸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정부가 어렵게 국산화를 추진하는 만큼 좋을 결과를 거둘 수 있도록 꼼꼼하게 계획을 세웠으면 합니다."
송 대표는 "미세먼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대책 마련 요구가 높아졌지만 초기에는 표준물질 개발이 제대로 안돼 어려움을 겪었다"며 "악취 문제 역시 표준물질부터 정교하게 만들어야 궁극적인 해결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표준물질이란 포집한 공기에 악취 물질이 있는지 등을 판별하기 위해 비교하는 대상 물질을 말한다. 대기 속에 얼마만큼의 유해 원소가 있는지, 인간에게 얼마나 유해한지 등을 평가하는 데 활용된다.
[관련기사]
▶ [환경난제 악취] 복합악취 스트레스 급증 … 원인 몰라 '분통'
▶ "햇빛과 바람이 악취를 없애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