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WC 2023 현장 - 유럽으로 번진 망사용료 논쟁

"빅테크가 망 투자 분담해야" VS "이중과금, 소비자 피해 우려"

2023-03-02 11:50:10 게재

유럽연합 '망 대가 법안'추진 …빅테크 6개사 인터넷 48% 점유

국내에서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간 소송전으로 잘 알려진 통신망 사용료 논쟁이 유럽에 상륙했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간)부터 2일까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통신사업자 대표들과 빅테크 CEO들이 망구축 비용 분담을 놓고 양보없는 주장을 펼쳤다. 통신사업자들은 빅테크 업체들이 인터넷 과실을 대부분 가져가는 만큼 통신망 구축·운영 부담을 나눠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시장조사업체 샌드바인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구글 넷플릭스 등 6개 빅테크 기업이 전 세계 인터넷트래픽의 48%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반해 빅테크 측에서는 망 투자 부담은 '통신사업자 몫'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런 가운데 구글(유튜브)과 넷플릭스는 한국에서 독점적 콘텐츠 지배력을 바탕으로 통신망 사용료를 한푼도 안내고 있다.

◆통신회사 "공정한 인터넷 생태계 구축" = 우선 유럽 주요 통신회사 대표(CEO)들은 MWC 기조연설을 통해 공정한 인터넷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빅테크가 투자를 분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호세 마리아 알바레즈 텔레포니카 CEO는 지난달 27일 연설에서 "새로운 디지털 세상은 모든 플레이어가 공평하게 기여해야 한다"며 "(빅테크와의) 협력이 더 많은 성장과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협력이란 모든 사람이 공정한 분담(fair share)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프랑스 통신사 오랑주 CEO 크리스텔 하이데만도 "현재 통신회사들은 막대한 인터넷 트래픽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과도한 지출을 하고 있다"며 "인터넷 사용으로 이익을 얻는 빅테크가 기반시설에 투자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는 지난달 28일 스페인 바르셀로나 'MWC 2023'에서 유럽통신사업자협회(ETNO)와 업무협약을 맺고 공정한 통신망 이용을 위한 공동대응에 나섰다. 이상학(왼쪽 네번째) KTOA 부회장과 리사 퍼(다섯번째) ETNO 사무총장. 사진 KTOA 제공


이런 가운데 유럽연합(EU) 측은 통신사와 빅테크 간의 갈등에 조심스런 입장을 표했다.

티에리 브르통 EU 내부시장 담당 집행위원은 기조연설자로 나서 "통신사와 트래픽을 이용하는 사업자 사이에 이분법적 선택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EU는 망 사용료 법제화를 위한 사전작업에 돌입했다. 업계에 따르면 EU 집행위는 최근 법안 논의를 위해 이해관계자들에게 질문을 보냈다. 5월 19일까지 답변을 제출받아 논의를 시작할 예정이다.

◆넷플릭스 "콘텐츠 투자 감소 우려" = 빅테크 업체 대표격으로 MWC에서 기조연설을 한 그렉 피터스 넷플릭스 CEO는 콘텐츠사업자에 대한 네크워크 투자 비용 분담 주장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그랙 피터스는 "일부 통신사업자(ISP)들이 엔터테인먼트기업(CP)에 세금을 부과해 자사 네트워크 인프라를 위한 보조금을 마련하는 방안을 제안하는 움직임이 있다"며 "이와 같은 세금은 콘텐츠에 대한 투자 감소, 창작 커뮤니티의 발전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이 같은 방안은) 고가의 통신사 요금제가 가진 매력을 반감시키는 것은 물론 본래의 목적과 정반대의 결과를 초래해 궁극적으로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고 덧붙였다.

그랙 피터스 "CP와 ISP가 각자 잘하는 것을 최선을 다해 수행할 때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동반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한·유럽 통신사업자 공동대응 = 한편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와 유럽통신사업자협회(ETNO)가 공정한 망 이용을 위한 공동대응에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앙측은 지난달 28일 MWC 현장에서 '한-유럽 통신협회간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또 양측 관계자들은 공정한 망 이용을 위한 포럼에 참석해 의견을 밝혔다.

이상학 KTOA 부회장은 "지난 10년 동안 인터넷트래픽이 음성에서 데이터 중심으로 빠르게 이동했고 트래픽 양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통신사업자에게 과도한 비용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인터넷망 이용 시 그에 상응하는 이용료(망 이용료)를 지불하는 것은 정상적인 시장의 법칙"이라며 "그러나 소수의 대형 글로벌콘텐츠사업자(GCP)는 우월하고 과도한 시장지배력을 이용해 협상조차 거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리사 퍼 ETNO 사무총장도 포럼에 참석해 "전체 인터넷 트래픽의 약 50%를 차지하는 소수의 거대 기술 기업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며 "유럽에서는 거대 기술회사가 네트워크 비용에 대한 기여금을 지불해야 하는지 여부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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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스페인) = 고성수 기자 ssg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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