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직격탄 맞은 잼버리, 지자체에도 불똥

2023-08-08 10:40:29 게재

잼버리 참가자 3만명 수도권 이동

숙소·문화체험 프로그램 마련 분주

태풍 중대본 2단계 발령에 초긴장

폭염과 태풍 직격탄을 맞은 잼버리대회 때문에 전북뿐만 아니라 전국 지자체들에 비상이 걸렸다. 태풍 대비에 어수선한 상황이지만 갑자기 들이닥친 잼버리 참가자들을 맞을 준비까지 겹쳐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잼버리 대원들 철수 |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원들이 8일 전북 부안군 잼버리 현장을 떠나거나 짐을 꾸리고 있다. 연합뉴스 최영수 기자


8일 내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새만금 잼버리 야영지에 머물고 있는 참가단 3만7000명 중 3만여명이 태풍을 피해 이날 오전부터 수도권으로 이동한다. 이 때문에 수도권 지자체들은 이동이 결정된 뒤 하루밤새 3만여개의 숙소를 마련하라는 정부 요구에 분주하게 움직였다. 특히 시간이 촉박한데다 잼버리조직위가 요구한 조건도 까다로워 숙소 마련에 애를 먹었다.

서울시는 공공기관 연수원, 대학교 기숙사, 민간숙박시설 등 1만5000여개의 숙소 명단을 확정해 행안부에 전달했지만 이 가운데 5000여개의 민간숙박시설은 부적절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잼버리 행사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경기도는 고양시를 중심으로 1만5000개 숙소를 준비 중이다. 우선 킨텍스와 주요기업 인재개발원을 숙소로 활용해 약 1만명 수용을 준비하고 있다. 고양시에 있는 킨텍스 1·2전시장이 비어있어 화장실과 세면·샤워시설 등을 갖추면 2인용 텐트 4400동을 설치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또 삼성화재 글로벌캠퍼스, 동양인재개발원, HN인재원, YMCA고양국제청소년문화센터, 항공대기숙사 등에 약 1400명을 수용할 수 있다.

인천시도 뒤늦게 비상이 걸렸다. 인천시 일선 부서가 숙박시설 준비를 요청받은 시간은 7일 오후 10시 쯤이다. 8일 오전 10시 유정복 시장이 주재하는 긴급회의 전까지 숙소 계획을 보고하라는 내용이다. 서울·경기만으로는 숙소가 부족하자 뒤늦게 인천에도 숙소를 마련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요구받은 숙소는 4000여명 수용 규모다. 인천에는 이미 1060여명의 영국 참가단이 영종도 호텔 등에 머물고 있다.

지자체들은 9일부터 잼버리 참가자들이 참여할 프로그램도 마련해야 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서울시는 이미 지난 6일부터 서울 곳곳에서 운영 중인 여름축제에 스카우트 대원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또 잼버리 참가자들을 위해 12일 폐장하려던 광화문광장 서울썸머비치 물놀이장을 15일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남산·북악산·인왕산에서 9~13일 오후 6~10시 트래킹 프로그램도 운영하기로 했다. 서울시티투어와 한강유람선도 50% 할인해 제공한다.

인천시도 송도국제도시와 개항장 월미도 아라뱃길 강화도 등 인천의 관광지에 잼버리 참가자들을 안내할 계획이다. 경기도는 경기의료원 소속 6개 병원 인력으로 무료 진료팀을 구성해 참가자들의 의료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비수도권 지자체들도 9일부터 진행될 참가자 체험프로그램을 준비해 잼버리 참가자들을 맞을 계획이다. 경북도는 9개 관광프로그램을 활용해 잼버리 대표단을 맞을 준비를 마쳤다. 이미 영국 대표단과는 안동 방문 일정을 조율하기도 했다. 부산시도 부산관광공사와 잼버리 참가자들이 올 경우에 대비해 관광 프로그램 개발에 착수한 상태다. 부산시와 부산관광공사는 잼버리 참가자들이 관광버스를 타고 해운대와 태종대, 서부산 등 부산 주요 관광지를 둘러볼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일부 지자체들은 오히려 잼버리 참가단을 유치해 지역홍보 기회로 삼겠다는 생각이다.

한편 지자체들은 태풍 대비에도 비상이 걸렸다. 제6호 태풍 카눈이 10일 오전 경남 남해안 상륙해 한반도를 관통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전국이 영향권에 들게 됐다. 7일 오후 6시 중대본 2단계도 발령됐다. 특히 지난 장마기간 집중호우로 산사태·침수 피해를 입은 지자체들은 피해가 반복되지 않을까 더욱 긴장하는 눈치다. 일부에서는 잼버리 대책에 몰두하다 본연의 태풍 대책 수립이 미흡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정부 관심이 온통 잼버리 대책에 쏠려있는 것 같다"며 "이러다 엉뚱한 곳에서 태풍 피해가 발생하지 않을까 조마조마하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하루밤새 3만명 숙소 마련' 지자체들 비상
잼버리 참가자들에게 'K-컬처' 체험 적극 지원
잼버리대원 남산케이블카 무료

김신일 이제형 곽태영 기자 ddhn21@naeil.com
김신일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