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명절 & 환경

길어진 추석 연휴, 커지는 '포장재 폐기물' 고민

2023-09-25 11:11:29 게재

3R(쓰레기 감축-재사용-재활용) 실현이 가능한 생산구조로 전환 시급 … 해외 자원 의존도 낮추고 새로운 사업 창출 기회도

즐거운 추석 명절이 얼마 남지 않았다. 올해는 10월 2일 임시 공휴일까지 더해져 어느 때보다도 긴 연휴를 즐길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길어진 연휴 기간만큼 명절 쓰레기도 한층 더 많이 배출된다는 점이다. 명절 연휴에는 선물과 모임, 각종 행사 때문에 쓰레기가 많이 생긴다. 특히 선물세트 포장이나 식재료 포장, 택배 상자 같은 '포장재 폐기물' 발생량이 상당하다.

20일 서종철 연세대학교 패키징 및 물류학과 교수는 "상품 품질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일회용 포장 등을 줄인다면 충분히 불필요한 쓰레기 발생량을 줄일 수 있다"며 "기업들의 저감 노력과 함께 3R 실현이 가능한 생산 구조를 만들 수 있도록 소비자들의 인식 개선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길어진 추석 명절 황금 연휴. 선물과 모임, 각종 행사 등으로 늘어나는 포장재 폐기물 처리 걱정이 커지는 시기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백화점에서 시민들이 선물세트를 고르는 장면. 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3R은 △발생 쓰레기 양을 '줄이고(Reduce)' △가능하면 '재사용하고(Reuse)' △적극적으로 '재활용하는(Recycle)' 자원순환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최대한 적게 자원을 쓰고 지속적인 재사용과 재활용 습관을 들여 환경 영향을 감소시키는 게 목표다. 나아가 이를 실현하기 위한 다양한 기술발전을 추구한다.

◆생각만큼 높지 않은 과대포장 위반 적발율, 왜? = 20일 환경부에 따르면 설 추석 등을 맞아 실시하는 명절 과대포장 점검에서 문제가 되는 경우는 점차 줄고 있다. 지난해 2만694건을 점검한 결과, 적발 건수는 69건으로 과태료는 7510만원이다. 2021년 점검건수는 1만9777건, 적발 건수는 73건(과태료 8500만원)이다. 2020년에는 1만6849건을 점검한 결과, 104건(과태료 9490건)을 적발했다.

설 연휴 마지막 날인 1월 24일 서울 시내 한 아파트에 분리배출된 재활용품들이 수거되고 있다. 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해마다 명절이면 부각되는 과대포장 문제와 달리 실제 적발 건수는 많지 않았다. 그렇다면 우리가 과도하게 문제를 키워 생각해 온 것일까?

과대포장을 막기 위한 관련 법 기준 중 포장 크기는 전체 제품에서 포장공간이 차지하는 비율(포장공간비율)로 규제한다.

'제품의 포장재질·포장방법에 관한 기준 등에 관한 규칙 제4조 2항과 관련된 별표 1'에 따르면 △가공식품 건강기능식품 세제류는 15% 이하(포장 횟수 2차 이내) △의약외품류는 20% 이하(포장 횟수 2차 이내) △화장품류(인체 및 두발세정용 제품류와 향수 제외)는 10% 이하(포장 횟수 2차 이내) 등이다.

하지만 샴푸나 비누 등이 흔들리지 않도록 플라스틱 소재의 고정재를 사용할 경우 제품의 체적을 실제보다 크게 계산하는 '가산공간'을 적용하게 돼 포장공간비율은 훨씬 줄어든다. 명절 때마다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과대포장 문제가 훨씬 큰 이유 중 하나도 바로 이 부분이다. 물론 정부는 최근 가산공간을 축소하는 등 여러 규제를 강화했지만 실제 체감도는 생각만큼 크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규제만을 강화할 수는 없는 일이다. 서 교수는 "우리는 궁극적으로 자원 사용량이나 횟수를 줄여야 하는 데, 이를 위해서는 기능화가 필수"라며 "줄어든 양이나 횟수와 관계없이 제대로 된 성능을 할 수 있도록 관련 기술 개발에 투자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예로 신선식품 등을 배송할 때 함께 사용하는 아이스팩을 들 수 있다. 요즘에야 미세플라스틱 등 환경오염 문제와 폐기물부담금 등으로 물을 채워 넣은 아이스팩이 사용되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고흡수성 고분자(SAP)를 냉매로 쓰는 젤 타입의 아이스팩이 일반적이었다.

SAP는 수산화기나 에스터기 등 친수성 작용기를 많이 가지고 있는 게 특성이다. 물이 이 작용기들과 수소결합을 해 단단하게 결합한다.

SAP의 그물망 속에 갇혀버린 물 분자는 외부에서 압력이나 열을 가해도 쉽게 빠져나가지 못하므로 냉기가 오래 지속되지만 미세플라스틱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SAP는 아이스팩 외에도 생리대 기저귀 등에도 사용된다. SAP '대체재' 개발이 시급한 이유다.

◆EU, 플라스틱 사용 많은 포장재 제재= '폐기물 감량을 위한 포장제품의 재포장 기준 등 마련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연합(EU) 미국 일본 등에서도 과대포장 금지와 같은 포장폐기물 사용량을 줄이기 위한 논의가 꾸준하다. 재활용율을 높이고 에너지회수와 재사용 증가 유도를 통한 순환경제체제(Circular economy) 구축에 초점을 맞추는 분위기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해 11월 30일 유럽그린딜(European Green Deal)의 한 축인 순환경제실행계획의 일환으로 1994년부터 시행해온 포장 및 포장재폐기물지침(directive)을 규정(regulation)으로 강화한 개정안을 제안했다. EU지침은 각 회원국이 지침 이행을 위한 국내법 전환이 필요하다. 하지만 규정은 국내법 전환 과정 없이 모든 회원국에 직접적으로 적용된다.

EU에서 사용되는 플라스틱의 40%, 종이의 50%가 포장용으로 활용된다. 게다가 도시 고형 폐기물의 36%가 포장폐기물이다. EU 집행위원회는 포장 및 포장재 폐기물 규정(PPWR; Packaging and Packaging Waste Regulation)을 통해 EU 시민 1명당 발생하는 포장재 폐기물을 2040년까지 단계적으로 감축하는 목표를 부여했다. 2018년 대비 2030년에는 5%, 2035년 10%, 2040년 15% 등이다.

EU 집행위원회는 발표 당시 "포장재 재사용과 재활용을 높이고 역외 자원 의존도를 낮추는 한편, 현지 기업들에 재활용 관련 신규 사업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EU에서도 이 개정안에 대해서는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지속가능한 제품 생산 구조로 전환을 추구해야 한다는 점에는 반대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의 '에코디자인 당신의 미래: 에코디자인이 제품을 더 스마트하게 만들어 환경을 도울 수 있는 방법' 보고서에 따르면 제품과 관련한 환경영향의 80% 이상이 상품 설계 단계에서 결정된다. 그만큼 처음 생산단계부터 순환경제를 고려해 지속가능한 제품 설계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순환경제는 폐기로 끝나지 않고 다시 순환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시스템이다. 생산-유통-소비-재사용·재활용 등 모든 과정에서 자원 사용과 폐기물 발생을 원천적으로 줄이는 게 목표다. 나아가 사용된 자원을 경제체계 안에서 계속 이용하는, 지속가능한 경제체계를 추구한다. '자원채취-대량생산-폐기'로 끝나는 선형경제와 대비되는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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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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