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질환 관리에만 2만명 필요하다”

2024-02-22 13:00:06 게재

‘의사부족하지 않다’는 전공의, 3일 째 파업 … “노인만성질환 관리에 적극 투자해야”

‘의사 부족하지 않다’며 의대증원 자체를 폐기할 것을 요구하는 전공의들이 3일째 병원을 무단 이탈했다. 의사단체들은 의사수가 부족하다는 ‘과학적 근거’를 대라고 요구한다. 정부는 3개 보건사회연구원, 한국개발연구원, 서울대 교수 등 보고서를 언급하면서 종합적인 검토를 결정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의사단체는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의료접근성이 제일 좋은 나라”라며 ‘의대증원 불필요’를 되풀이 강조한다. 관련해서 “만성질환 관리를 잘 하려면 2만명 의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응급실 과밀화로 진료 지연’ 전국 전공의들이 정부의 의과대학 입학 정원 증원 방침에 반발하며 집단사직한 가운데 21일 밤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 응급실에 과밀화로 진료가 지연되고 있다는 내용의 안내배너가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김 윤 서울대 의료관리학 교수는 “최근 의사단체가 의사가 부족하다는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근거를 내놓으라고 목소리를 높인다”며 “이 요구가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길 바라며, 최근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우리나라에 의사가 얼마나 부족하지를 근거를 제시한다”고 밝혔다.

김 교수에 따르면 의사가 얼마나 부족한지 알아보려면 사람이 아플 때 대개 얼마나 멀리 있는 병원까지 이용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멀리 의사가 있어서 제대로 진료를 못 받는 사람이 얼마나 더 많은지, 의사가 부족한 진료권에서 얼마나 더 많은 사람이 사망하는지를 비교해 보면 의사가 얼마나 부족한지 알 수 있다.

암 환자·뇌졸중 환자는 2시간 정도의 시간을 들여서라도 대도시에 있는 큰 병원을 찾아가지만(대진료권), 응급환자·수술환자는 1시간 이내에 갈 수 있는 종합병원을 찾고(중진료권), 고혈압·당뇨병 같은 흔한 만성질환자는 15~30분 안에 갈 수 있는 동네의원을 찾는다(소진료권). 우리나라는 대략 1500여개의 소진료권으로 나눠진다.

연구 결과, ‘충분한 지역’의 인구 1만명 당 동네의원 의사 수는 10.7명으로, ‘매우 부족한 지역’ 1.5명과 엄청난 격차가 있었다. 대도시와 중소도시 도심 지역 동네의원 의사 수가 군 단위 시골 지역보다 7배나 더 많은 것이다. 동네의원 의사가 ‘부족한 지역’과 ‘매우 부족한 취약지’에 사는 사람은 모두 220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44%에 달했다.

인천과 울산을 제외한 특별·광역시 소진료권 대부분은 의사가 많은 지역이었던 반면 도 지역은 동네의원 의사가 평균 이하이거나 취약지인 지역이 60~70%를 차지했다. 인천과 울산에 의료취약지 비중이 높은 것은 광역시에 섬 지역과 시골 지역이 여럿 포함돼 있어서 생긴 착시현상이다. ‘아프면 동네의원에서 쉽게 진료받을 수 있다’는 의협 주장은 대도시나 중소도시 도심에만 해당하는 말이었다.

시골에는 큰 병원만 없는 게 아니라 동네의원도 턱없이 부족해서 응급환자만 치료를 못 받는 게 아니라 고혈압·당뇨병 환자도 제대로 치료를 못 받고 있다. 동네의원이 ‘매우 부족한 지역’에 사는 만성질환자 중 자기 지역에서 진료받는 환자는 10%에 불과했고, 그 결과 지속해서 진료 받는 환자는 동네의원이 ‘충분한 지역’의 절반에 불과했다.

김 교수는 “대한가정의학회 연구팀 연구 결과에 의하면, 만성질환을 잘 관리해 합병증 발생을 예방하고 사망률을 낮추려면 인구 1만명당 동네의원 의사 수가 10.7명, 그중 흔한 병을 두루 치료하는 일차진료 의사가 5.6명까지 늘어야 한다”며 “이렇게 하려면 동네의원 의사가 1만5000명~2만2000명 더 있어야 한다. 이렇게 동네의원 의사 수가 늘면 매년 사망자를 2만명, 건강보험 진료비를 약 6조원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번 1만명 증원확대는 최소 수준으로 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김 교수는 “정말 환자를 위한다면 의사를 늘려봐야 지방에 가지 않는다는 ‘무용론’을 펼 게 아니라 만성질환이 관리되지 않아 생기는 심장병, 뇌졸중 같은 합병증을 치료하느라 쓰고 있는 진료비 6조원을 일차진료 의사 2만명을 양성해 중소도시 외곽 지역과 군 지역에서 진료하도록 하는 데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22일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주요 100개 수련병원 점검 결과 21일 22시 기준 소속 전공의의 74.4% 수준인 9275명의 전공의가 사직서를 제출해 어제보다 459명이 늘고, 소속 전공의의 64.4%인 8024명이 근무지를 이탈해 211명 늘어났다. 이에 808명에게 업무개시명령을 새로 발령했다. 신규로 접수된 피해사례는 총 57건이다. 수술 지연이 44건, 진료거절이 6건, 진료예약 취소가 5건, 입원 지연은 2건이었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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