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휴학' 막히자 의대생 '수업거부' 확산
교육부의 '대학 지도감독권' 미치지 못해
휴학계 제출 1만1778명, 10개교 수업거부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한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계 제출이 현실화하면서 학사운영 차질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정부와 대학이 동맹휴학은 휴학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승인하지 않고 있지만 수업·실습 거부에 나서는 대학이 늘면서 자칫 집단유급 사태로 번질 우려도 나온다.
◆학사운영 차질 불가피 = 22일 교육부에 따르면 19일 1133명, 20일 7620명, 21일 3025명의 의대생이 휴학을 신청했다. 총 1만1778명이다.
지난해 4월 1일 기준 교육통계상 전국 의과대학 재학생 수가 1만8793명인 점을 고려하면 62.7%가 휴학을 신청한 셈이다.
교육부가 구체적인 대학명과 학교별 휴학 신청자 숫자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전국 40개 의대 대부분에서 휴학 신청자가 나왔다.
정부와 대학측은 동맹휴학은 휴학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학칙에서 규정된 휴학 요건인 지도교수 면담, 보호자 동의 등의 절차를 준수하지 않으면 의대생들의 휴학을 일절 허가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휴학이 승인된 경우는 입대나 유급 등 동맹휴학과 전혀 상관없는 40여건에 불과하다. 특히, 향후에도 동맹휴학이 승인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현재 교육부 장관은 개별 대학에 대한 지도·감독 권한을 갖고 있다. 고등교육법 제60조에 따르면 교육부 장관은 대학이 수업·학사 등에 대한 법령 또는 명령을 위반할 경우 시정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권한도 가지고 있다.
문제는 동맹휴학이 막히자 의대생들의 집단행동이 수업 거부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교육부가 대학에 '엄정한 학사관리'를 당부하더라도 학교가 수업에 나타나지 않는 학생 개인의 의지까지 통제할 수는 없다. 교육부가 대학명과 인원을 공개하진 않았지만 20일 현재 10개교에서 수업 거부 등 단체 행동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일부 대학은 출석 미달로 인한 유급을 막기 위해 우선 학사일정 연기를 검토하고 있다. 개강 날짜를 1~2주 늦추거나 이미 개강했더라도 일정 기간 실습·강의를 중단하는 식이다.
현재까지 경희대, 가톨릭대, 동아대, 부산대, 조선대, 전남대 등이 개강 연기나 실습·강의 일정 중단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대학가에서는 학사일정 조정 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의학교육 평가인증에 실습은 총 몇 주 진행해야 한다고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의학교육 평가인증이란 의료법 등에 따라 일정 수준의 교육 여건과 프로그램을 갖춘 의대에 인증을 부여하는 제도다. 이 인증을 받은 대학 졸업생에게만 의사국가시험 응시 자격이 주어진다. 지난해 기준 의학교육 평가인증에서 규정하고 있는 임상실습 기간은 주당 36시간 이상, 52주 이상이다.
◆"장기화 어려울 것“ 기대도 = 정부 안팎에서는 의·정 대치가 장기화할 경우 의대 내부에서도 견해차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휴학의 경우 진로 선택과 진급·국가고시 응시 등에 계속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학생들 입장에서도 장기간 수업·실습을 거부하기 쉽지는 않다는 생각으로 풀이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유급 가능성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수업을 (성적에) 어떻게 반영하느냐 등이 학교나 수업마다 달라서 학교 차원에서 판단할 것"이라면서도 "교육부 입장에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학칙에 따라 엄격하게 진행할 것이다. 법령에 따라 엄격하게 관리해달라는 것이 기본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의료계 안팎에서는 아직 방학 중인 학교가 있고, 결속력이 강한 의대생 특성상 휴학이나 수업거부 등 집단행동이 오히려 증가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또 40개 대학 교수들이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대하며 집단행동에 나선 의대생들을 사실상 지지하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는 19일 서울의대 교육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국 40개 의대 학장들은 19일 “정부를 향한 학생들의 요구는 정당하다”며 “어떤 상황에서도 제자들이 부당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들 대학의 교수협의회장들의 모임인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도 20일 성명을 내고 “(정부 방침대로) 입학 정원이 2000명 늘어날 경우 적절한 교육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장세풍 김기수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