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다른 성장소설 ‘이중 하나는 거짓말’

2024-08-23 15:21:27 게재

김애란 작가, 13년 만의 신작 장편소설

“소설은 뒤집어진 가족소설 혹은 성장소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소설에는 성취 혹은 성공을 이루기보다 무언가 하지 않으려는 친구들, 무언가를 그만둔 아이들이 나옵니다. 무언가를 그만두는 과정에서 자기 이야기에 몰두하다 종래엔 타인의 이야기에 관심을 갖게 되고 내 고통만큼 다른 사람의 슬픔과 상처를 이해하는 과정을 더불어 그리고 싶었습니다. ‘성장이란 무엇인가’ 물었을 때, 내가 더 커지거나 잘 하게 된다는 의미가 아니라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내 안으로 들어와 그 사람들의 자리가 더 커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어떤 욕망을 가진 인물이 그 욕망을 성취하기 위해 뭔가 노력하고 시도했다는 일반적인 구조와는 다른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21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이중 하나는 거짓말’ 출간 기념 기자 간담회가 열렸다.
21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이중 하나는 거짓말’ 출간 기념 기자 간담회가 열렸다.

김애란 작가는 21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장편소설 ‘이중 하나는 거짓말’ 출간 기념 기자 간담회에서 새 소설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김 작가는 ‘달려라, 아비’ ‘침이 고인다’ ‘비행운’ ‘바깥은 여름’ 등 소설집과 장편소설 ‘두근두근 내 인생’을 펴냈으며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했다. 이번 소설은 장편소설 ‘두근두근 내 인생’ 이후 13년 만의 신작 장편소설이다.

소설은 고등학교 2학년인 3명의 아이들이 몇 가지 우연한 계기를 통해 서로를 의식하기 시작한 이후 서서히 가까워지며 잊을 수 없는 시기를 통과해나가는 이야기다. 다른 사람에게는 말하지 못할 비밀을 간직한 3명의 아이들이 마지막에 이르러 자신들이 몰랐던 새로운 진실에 도달하는 과정이 뭉클하게 그려진다.

00

3명의 인물들은 지우, 소리, 채운이다. 지우는 엄마가 세상을 떠난 후, 도마뱀 용식이와 함께 살아간다. 소리는 어려서부터 그림을 그려왔고 몇 가지 기묘한 경험을 겪으며 타인과 손을 잡는 상황을 피하게 됐다. 채운은 1년 전 여름밤 ‘그 일’이 벌어진 이후, 엄마는 교도소에 수감 중이고 아버지는 병원에 입원해있다.

김 작가는 소설에 대해 “장편소설은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좋아하는 이야기, 혹은 오랫동안 궁금했던 주제를 다루고 싶었다”면서 “‘이야기란 무엇인가’ 혹은 ‘우리가 어떤 이야기 속에 살고 있는가’ ‘압도적인 기존 서사에 반해 자신만의 이야기를 어떻게 다시 쓰는가’ 등의 궁금함이 있었다”고 말했다.

소설에는 압축적이고 간결한 문장, 사람과 사회에 대한 비판과 통찰의 시선 등 김 작가의 특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문학동네에서 출간 전 신청을 받아 10명의 독자들과 함께 소설을 읽는 자리를 마련했는데 4명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중 하나는 거짓말/김애란/문학동네/1만6000원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송현경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