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등록금 ‘인상 도미노’ 움직임
사립대총장협의회 설문서 4곳만 “동결”
교육부 만류에도 주요 대학들도 논의 중
서강대와 국민대가 최근 2025학년도 학부 등록금을 인상한 가운데 전국 사립대학 대부분이 올해 등록금 인상을 계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방대학에 비해 상대적으로 재정여건이 나은 서울소재 주요 사립대들도 등록금 인상을 계회하고 있어 도미노 현상이 전국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전국 사립대학협의체인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사총협)는 지난해 11월 151개 회원대학 총장을 대상으로 온·오프라인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 90명 가운데 48명(53.3%)이 ‘2025학년도 등록금을 인상할 계획’이라고 답했다고 7일 밝혔다.
등록금을 올릴지 말지 ‘아직 논의 중’이라고 응답한 대학은 38개(42.2%)였다.
반면 ‘동결할 계획’이라고 답한 대학은 4개에 불과했으며 ‘인하’를 고려하는 대학은 한 곳도 없었다.
설문조사 결과만 놓고 보면 사립대 절반 이상이 등록금을 올릴 수도 있는 셈이다.

조사에 응한 사립대는 총 7가지 대학 현안들 가운데 우선순위 항목 3개를 고르라는 설문에서도 ‘등록금 인상’을 1순위(75.9%)로 꼽았다.
등록금 동결에 따른 어려움(중복응답)으로는 △첨단 실험·실습 기자재 확충(97.8%) △첨단 교육시설 개선(97.7%) △우수 교직원 채용(96.6%) 등을 꼽았다.
황인성 사총협 사무총장은 “대학 교육의 질 제고와 첨단교육 환경 구축을 위해 등록금 인상은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대학 등록금 인상 허용과 사립대학 재정지원 확대 등 고등교육 정책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각 대학들의 구체적 움직임도 감지된다.
이미 국민대(4.97%, 신설학부 제외 3.8%)와 서강대(4.85%)가 학부 등록금 인상을 결정했다. 또 연세대는 올해 법정 상한선 최대치까지 인상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균관대는 지난해 12월 27일 3차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 회의에서 ‘13년 간 계속된 학부 등록금 동결 및 최근 급격한 물가 인상으로 인해 재정적 어려움이 있어 일부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학생 대표들은 동결을 요구하고 있다.
단국대도 지난달 등심위에서 “13년 간 학부 등록금을 동결했으며 의정갈등으로 인한 부속병원 재정 악화 등으로 대학의 재정난이 심화돼 등록금 인상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인상 의사를 밝혔다.
이외에도 경희대, 고려대, 중앙대, 한국외대 등도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고 학내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 대학은 물가는 오르는데, 등록금만 17년째 동결이라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총협에 따르면 16년 전에 비해 등록금 수입은 1/3 이상 줄어든데 반해 소비자 물가는 누적 인상률 기준 135.9% 증가했다.
대학들의 인상 움직임에 교육부는 난색을 보이고 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지난달 31일 각 대학 총장에게 “학생들이 경제적 부담을 덜어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등록금을 동결해 주실 것을 간곡하게 요청드린다”고 서한을 보냈다.
하지만 이 부총리의 당부가 탄핵 정국으로 힘의 공백이 발생한 시점에서 재정난에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는 대학들을 설득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